[채송무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개헌론 발언의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지난 16일 중국 방문 중에 "정기국회가 끝나면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질 것이고 봇물이 터지면 막을 길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청와대가 강력 반발하면서 청와대와 집권 여당 대표가 맞붙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청와대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논란이 커지자 김무성 대표는 다음날 "예민한 개헌 논의를 촉발시킨 것에 대해 대통령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우리 당에서 개헌 논의가 일체 없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청와대는 작심한듯 직격탄을 날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1일 기자 간담회를 자청해 "당 대표 되시는 분이 실수로 언급했다고는 생각 안한다"면서 "기자가 노트북을 펴놓고 말하는 것을 받아치는데 그런 상황 속에서 개헌 관련 언급을 한 것은 기사화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말씀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실수가 아닌 계산된 발언으로 규정하며 강력한 경고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임기가 절반 이상 남은 청와대로서는 이례적인 방법이다. 보다 간접적이고 당 내의 인물 등을 이용한 압박이 가능했지만 청와대는 공개적인 비판을 선택했다.
이는 때 이른 미래 권력의 도전일 뿐 아니라 개헌 이슈가 커질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개헌은 그야말로 박 대통령의 표현대로 이슈 블랙홀이다. 한번 구체화되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며, 속도가 조절되지도 않는다.
더욱이 87년 개헌 이후 30여년 동안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이 변해 개헌 논의가 한번 시작되면 정치권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권력 구조를 비롯해 국민의 기본권 등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개헌 이슈가 본격화되면 박근혜 정권의 주요 추진 과제에 대한 동력이 상실될 뿐 아니라 대통령의 존재감 자체가 희미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역대 정권에서도 주요 국정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정권 초기에 개헌 논의가 이뤄지는 것을 반대해왔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지난 6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장기간 표류하던 국회가 정상화돼 이제 민생법안과 경제살리기에 주력해야 하는데, 개헌 논의 등 다른 곳으로 국가 역량을 분산시킬 경우 또 다른 경제의 블랙홀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개헌론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과거와는 다르다. 최근 CBS가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 결과 개헌에 찬반 의사를 밝힌 249명 중 231명이 찬성 입장을 보일 만큼 국회에서 개헌의 필요성은 보편화된 상태다.
개헌을 추진하는 주체가 여야 지도부라는 점도 다르다. 개헌 논의에 기름을 끼얹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집권 여당의 대표이고,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우윤근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다.
이미 시작된 개헌 논의는 정기국회 이후 국회 차원의 개헌특위가 구성될지 여부에 따라 확산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큰 선거가 없는 올해, 개헌을 위한 준비가 시작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채송무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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