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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구원투수 부각되는 반도체…전망은?


반도체, 호황 속 글로벌 3사 과점 확고…"파티 즐길 일만 남았다"

[이혜경기자] 삼성전자가 지난 7일 스마트폰 사업 부진으로 인해 저조한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장에서는 우려의 시각이 쏟아져 나왔다. 앞으로 스마트폰을 대체할 먹거리가 마땅치 않다는 걱정도 많았다.

현재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 전후를 스마트폰(IM 사업부)이 차지하고 있다 보니 무리한 걱정도 아니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떠받치는 세 중심축(스마트폰·반도체·가전) 가운데 하나인 반도체가 이제 스마트폰을 대신해 삼성전자의 새로운 대표선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곤란하다.

"이제는 그 동안 묻혀왔던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강한 시장 지배력이 재조명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유안타증권의 이재윤 애널리스트는 "지난 2011~2013년 IM사업부의 전체 영업이익 기여도는 50~70%로 압도적이었고, 올해도 여전히 IM 사업부가 전사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3%에 달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2015년에는 IM 사업부 영업이익이 전사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1%로 축소되는 반면에, 반도체 사업부의 영업이익 기여도는 48%로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투자증권의 이세철 애널리스트도 "삼성전자는 오는 2015년이면 스마트폰 회사에서 반도체 회사로 전환할 것"이라며 "현재 최악의 모습은 오히려 저가 매수 시점이 다가온다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는 2015년에 스마트폰을 만드는 IM사업부와 반도체 사업부 이익이 유사한 수준으로 바뀔 것으로 예측하고, 2015년에는 반도체 실적개선이 삼성전자의 주가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아닌 게 아니라, 시장의 관심이 스마트폰에 쏠려 있던 사이, 반도체는 삼성의 구원투수가 될 기반을 착실히 다진 상태다. 현재 반도체, 특히 메모리 반도체는 산업 자체가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짜여졌기 때문이다. KDB대우증권의 조우형 애널리스트는 현 반도체 산업을 가리켜 "20년 만에 돌아온 파티"라고 빗대어 표현하기도 한다.

◆저가 스마트폰 공습, 반도체엔 기회로

삼성 반도체의 메인 사업인 D램의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 등 3개사의 글로벌과점 체제가 자리를 잡은 상태다. 과거 내로라하는 글로벌 반도체업체들이 기업의 명운을 걸고 적자를 감내하며 제품을 밀어냈던 '반도체 치킨 게임'이 메모리 시장을 한바탕 휩쓸고 간 후, 이들 3개 업체만이 생존에 성공하며 구축된 체제다.

특히 스마트폰이 저가의 중국산이 위협적인 경쟁자로 떠오른 것과 달리, D램에서는 잠재적인 위협 업체도 없다. 기술력과 자금력이 탄탄한 3개사 과점체제가 한동안 흔들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삼성 반도체의 재부상이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스마트폰의 위기를 몰고 온 저가의 범용 스마트폰 시대가 거꾸로 D램 반도체에는 기회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D램의 주요 수요처인 스마트폰, 태블릿PC, PC, 서버 등이 출하량과 용량 확대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D램의 시장이 활짝 열리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관건은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D램 가격이 급락하는 불행이 닥쳐선 안된다는 점인데, 대우증권의 조 애널리스트는 이 부분을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기존의 D램 산업은 수요 호조로 호황이 오면 업체들이 투자 확대에 나서 공급 과잉이 되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식으로 굴러갔다. 그러나 지금 D램 시장을 과점하는 3개 업체는 과거와 달리 현금을 움켜쥐고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서 설비과잉의 위기에서 벗어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최근 변수가 하나 발생해 시장 관계자들이 불안감을 나타낸 바 있다. 지난 6일 삼성전자가 경기도 평택에 15조6천억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전자의 D램 경쟁자인 SK하이닉스는 주가가 5.1% 급락했고, 또 다른 경쟁자인 미국 마이크론의 주가 역시 4.0% 떨어졌다. D램의 치킨게임이 다시 오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에 투자자들이 삼성의 경쟁사 주식을 던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에 대해 '기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IBK투자증권의 이승우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15조6천억원을 투자해 예정보다 1년 앞당겨 반도체 단지 조성에 나서기로 했는데, 이번 평택 생산라인의 본격적 가동은 2017년 하반기 이후라는 점에서 내년과 내후년 반도체 산업의 별다른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번 투자가 향후 2~3년간 메모리 산업의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이 반도체 단지에서 생산할 반도체가 메모리인지 시스템LSI인지도 미확정인 상태라 지금 당장 그 영향을 예상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도 한 상황이다.

◆삼성 대규모 투자, 반도체 치킨게임 연결 가능성 낮아

이 센터장은 오히려 "삼성전자가 공장건설에 3만명, 팹 가동시 7만명의 일자리와 26조원의 생산유발효과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 내포하는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삼성전자의 반도체 상황은 시스템LSI 라인의 경우 가동률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상황이고, D램은 17라인으로 상당부분 커버가 되며, 낸드를 생산하는 중국 시안팹의 가동률도 여유가 있기 때문에 투자가 급한 상황은 아니다"는 것이다.

이어 "이 같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삼성전자가 핸드폰 생산라인의 중심을 중국과 베트남으로 옮기면서 국내 일자리 및 경제 기여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보니 정부의 경제정책에 부응한다는 의미가 크다"고 해석했다.

이트레이드증권의 김지웅 애널리스트도 "6개월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반도체 산업에서, 거의 3년 뒤 가동될 공장의 산업 영향을 분석하긴 쉽지 않고, 현재 북미, 중국 시안 등의 생산 공간이 충분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 평택 투자는 내수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정부와의 정책공조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한편으로, 이번 삼성전자의 투자발표가 "경쟁자들의 투자를 위축시켜 과점의 이윤 대부분을 독차지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제시했다.

이혜경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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