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기자] 오는 10월 시행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서 삭제된 '분리공시' 제도가 향후 재도입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치권에서 법률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도 법 시행 이후에 재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4일 전체회의를 열고 분리공시 조항을 삭제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고시를 의결했다. 방통위가 고시를 의결함에 따라 오는 10월1일부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된다.
다만 이통사의 보조금과 제조사의 보조금을 분리해서 공시하는 '분리공시'는 시행되지 않는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지난 24일 회의를 열고 고시에 포함된 분리공시가 상위법과 상충된다는 이유로 방통위에 관련 조항을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방통위는 이 권고를 받아들여 분리공시 조항을 빼고 나머지 고시들을 의결했다.
◆방통위 "법 시행 이후에 분리공시 재도입 검토"
방통위는 규재개혁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긴 했지만 추후 분리공시 도입 여부를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방통위가 충분히 논의하고 법률검토까지 한 분리공시에 대해 규제개혁위원회가 삭제 권고를 한 것은 아쉽다"면서도 "일단 오는 10월1일 안정적인 법 시행을 위해 분리공시를 제외하고 고시를 의결한다. 법 시행 이후에 상황을 지켜보며 분리공시 여부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주 상임위원도 법 시행 이후에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비단 분리공시 뿐만이 아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은 휴대폰 유통의 많은 부분을 바꾸는 법안이기 때문에 법 시행 이후에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이 드러날 수 있다"며 "법을 시행한 뒤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하는 부분들에 대해 논의를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홍 위원과 고삼석 위원 역시 분리공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일단 법 시행이 임박한 만큼 시행 이후에 분리공시 도입 여부를 재검토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분리공시를 하면 안된다고 주장한 허원제 부위원장도 "나는 분리공시가 도입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법을 시행한 이후에도 분리공시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 재논의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그때 다시 논의해도 늦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회서도 개정안 통해 분리공시 도입하려는 움직임
방통위가 법 시행 이후에 도입 여부를 재검토하기로 한 것과 별개로 국회에서도 분리공시 도입을 위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개정안을 발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가 분리공시를 삭제하라고 방통위에 권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은 공동으로 성명서를 내고 '분리공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의원들은 "분리공시가 제외되면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반쪽 시행'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며 "대다수 국민의 이익을 무시하고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를 묵인한채 특정기업 영업비밀 보호에만 치중한 정부의 이번 결정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성토했다.
일부 의원실은 법안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가 고시와 상위법이 상충된다는 이유로 삭제를 권고한만큼 분리공시를 고시가 아닌 법안에 명시하면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 의원실의 설명이다.
미방위 의원실 관계자는 "여러 의원실에서 분리공시를 포함하기 위한 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분리공시가 이동통신 시장 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만큼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시행되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예 분리공시를 넘어 휴대폰 판매와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을 분리시키는 '완전자급제' 도입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전병헌 의원은 이미 지난달 통신사의 단말기 대금 청구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단말기 대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은 결국 통신사에게 단말기를 팔지 못하도록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전병헌 의원실 관계자는 "완전자급제 도입을 위해 이미 지난달 관련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며 "다만 완전자급제로 전환하면 2만~3만여 판매점주들의 생계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연내 완전자급제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허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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