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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공백' 600일…흔들리는 SK號


오너 공백에 실적 추락…멈춰버린 성장동력

[정기수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월 31일 1심 공판에서 법정 구속된 후 지난 22일로 수감 600일을 맞았다.

지난해 초 법정 구속된 최 회장의 1년 9개월여의 수감기록은 대기업 회장 중 최장기록이다. 더 큰 문제는 선장을 잃은 SK호(號)가 오너 공백 상황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점이다. 그룹을 이끌어 갈 구심점의 부재가 각 계열사의 실적 악화로 번지고 있다.

여기에 최 회장의 공백으로 SK하이닉스 인수와 같은 대규모 투자는 물론 해외 진출과 신사업 발굴 등 그룹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먹거리 창출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최 회장 공백 이후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중심으로 전열을 가다듬기 위해 비상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자산규모 140조 그룹, 오너 부재 장기화

자산규모 140조원, 국내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이 오너 공백이 장기화됨에 따라 도약의 활로를 좀처럼 찾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SK그룹은 앞서 "최 회장 형제의 경영공백 장기화가 본인들이 직접 진두지휘 했던 대규모 신규 사업과 글로벌 사업 분야에 있어 돌이킬 수 없는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실제로 8만명에 달하는 임직원들로 구성된 SK그룹은 수장이 없는 상황에서 실적 악화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최 회장이 자리를 비운 동안 그룹의 양대 축인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계열사 대부분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 2분기 매출액 16조4천937억원, 영업손실이 50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2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2분기만에 다시 영업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2.1% 감소했다.

하반기에도 정제마진 약세와 환율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실적 반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룹의 캐시카우인 SK텔레콤은 시장 포화상태에 따른 과열경쟁으로 성장 정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은 2분기 매출 4조3천54억원, 영업이익 5천46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4.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0.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는 2분기에도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그룹의 새로운 버팀목으로 부상했다.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수를 밀어붙인 최 회장의 용단으로 얻은 효자 계열사다. 사실상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SK C&C의 기업가치가 크게 증가한 점도 위안거리다.

하지만 오너의 부재 속에 신성장 사업 진출이나 대규모 인수합병 기회 등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시도는 사실상 사라졌다.

지난해 STX에너지, ADT캡스 인수에서 막판에 손을 뗏고 올 들어 호주 유류공급업체 UP 입찰도 포기했다. 태양광전지 사업에 이어 차세대 연료전지 사업에서도 철수했다.

재계 관계자는 "SK는 그룹의 중심인 총수의 공백으로 각 계열사들이 경기 부진과 실적 악화 속에서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수펙스추구협의회가 그룹을 현상 유지시키는 정도의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중국 우한석유화학프로젝트, 하이닉스 인수 등 최 회장이 주도해 왔던 그룹의 미래를 좌우하는 결단을 내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신사업 '제동'- 최 회장 건강 등도 우려

경영실적 악화 만큼이나 SK 측은 오랜 수감생활로 인한 최 회장의 건강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최근 최 회장의 면회를 다녀온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 회장은 고질적인 요통과 시력 저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심 과정에서도 눈에 띄게 늘어났던 흰 머리 역시 반백에 가까울 정도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 관계자는 "좁은 독방에서 자리에 눕는 것도 제한을 받아 지병인 허리 통증도 심해지고, 어두운 조명 아래서 장시간 생활하다 보니 시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지난 5월 서울구치소에서 의정부교도소로 이감된 뒤 매일 오전 6시 30분 일어나 오후 9시에 취침하는 통상의 수형생활을 하며 자숙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최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직원들에게 추석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자신의 안부와 근황을 전하고 그룹의 미래를 위한 노력을 당부하기 위해서다. 최 회장이 수감 후 직원들에게 공식적으로 메시지를 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회장은 "그룹 경영환경에 대한 얘기를 접하고 나면 함께 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어려운 경영환경에 SK그룹 구성원들이 악전고투하고 계시는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더해간다"고 토로했다.

이어 "지금 주어진 이 상황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이럴 때일수록 패기를 가지고 도전해야 한다"며 "한마음이 돼 전진한다면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내어 '전화위복'으로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의 복귀 시점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사면이나 가석방 없이 형기를 다 마칠 경우 2017년 1월에나 출소하게 된다.

가석방 요건은 갖췄다. 현행법에 따르면 형기의 3분의 1을 채우면 가석방 대상이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 형기를 채워야 한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최 회장은 4년 형을 받았기 때문에 내년 1월이 지나면 이미 절반을 넘는 형기를 채우게 된다.

대통령 특별사면에는 별 다른 제한이 없지만 최근 대기업 오너들에 대한 여론 악화를 감안하면 기대를 걸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출범 당시 경제 민주화를 기치로 내건 정부가 대기업 특혜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부담을 안고 최 회장의 사면을 단행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최악의 경우 아직 2년 넘게 SK그룹은 총수 공백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가가 경제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 총수의 빈 자리는 해당 기업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지난해 16조원을 투자하고 8만명의 고용과 수출 82조원을 달성한 국내 굴지 대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최 회장은 최근 수감 중에도 지난해 받은 보수 중 세금을 제외한 187억원 전액을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사회적기업 활동에 기부하기도 했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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