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은기자] 현대차그룹이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매입에 나서자 증권가에서는 줄줄이 부정적 평가를 내놨다. 시장 예상보다 과도하게 비싼 낙찰가와 토지 매입비용으로 할 수 있는 다른 일에 대한 기회비용으로 인해 적절치 못하다는 판단이다.
◆너무 비싼 낙찰가…효율성·기회비용 문제
현대차그룹은 지난 18일 10조5천500억원에 한국전력 부지 입찰에 성공했다. 이는 부지 감정가인 3조3천346억원보다 3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전문가들은 낙찰가가 과도하게 비싸며 이로 인한 자본 효율성과 투자금 사용에 대한 기회비용을 시장에서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19일 "신규 사옥에 입주할 현대차그룹사들이 연간 부담하는 임대료는 약 2천400억원으로 연이율 3%를 고려해도 자산가치는 8조원에 그친다"며 "부지 매입대금 외에도 수조원의 사옥건립 비용이 추가될 것을 고려하면 입찰가는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에 대한 투자심리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고가의 부지 매입이 주주가치 제고에 비효율적이고 배당이 기존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줄었으며, 유보현금 활용에 대한 효율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현 NH농협증권 애널리스트는 "토지와 같은 비영업용 자산은 무수익자산인 경우가 많아 자산효율성을 저하시켜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또한 낙찰금액을 글로벌 부품사 인수합병(M&A) 또는 연구개발(R&D) 투자 등 본연의 핵심역량을 키우는 데 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기회비용 측면의 우려도 있다"고 진단했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현금흐름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토지개발로 인한 본질적인 투자재원 축소 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낙찰가액과 기회비용 측면에서 적절했는지 여전히 시장의 우려가 남아있어 당분간 주가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한전부지 낙찰에 따른 재무적 부담이 현대차그룹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낙찰가는 이미 확정된 금액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없으며, 부지개발 투자기간은 향후 5년 이상으로 장기간"이라며 "또한 수익사업 목적의 부지개발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현대차 그룹의 삼성동 한전부지 인수가 추가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확대 발전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주가 회복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전날 급락했던 현대차 3인방은 대체로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19일 오전 10시 현재 현대차는 전날보다 0.51%(1천원) 올라 19만9천원에 거래 중이다. 기아차도 1%대로 오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약보합이다.
이경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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