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새누리당이 주요 고비마다 '식물 국회'의 원인으로 비판했던 국회선진화법이 예산 정국에서는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국회 선진화법은 과거 폭력으로 얼룩졌던 '동물 국회'를 청산하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300명의 제적 의원 중 과반이 아닌 5분의 3이상이 찬성하는 '가중 다수결' 원칙에 입각해 안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새누리당은 국회 다수결의 원칙을 훼손하고 식물 국회를 부른다며 이 법의 개정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그러나 예산 정국에서는 국회 선진화법이 오히려 여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 선진화법에 의해 예산은 12월 1일 이후 자동 통과할 수 있는 근거를 갖기 때문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상임위원회는 예산안 등과 세입 예산안 부수 법률안의 심사를 매년 11월 30일까지 마쳐야 하고, 이 기한 내에 마치지 못할 때는 다음날 바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간주한다.
이에 따라 국회의장은 12월 1일 이후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수 있다.
국회법 제106조2의 10항에 따르면 야당은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 등을 통해 필리버스터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행위)를 할 수 있지만 12월 1일 자정에 종료해야 한다.
정부가 18일 발표한 376조원 규모의 2015년 국세 세입예산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부자감세 철회 없는 반서민적 예산"이라고 규정한 상황에서 더욱 여권에 유리한 구도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와 예결위원들은 기자 간담회를 열어 "2015년 정부 예산안은 재정 파탄에 대한 책임이 없고 복지 디폴트에 대한 지방 대책이 없다"면서 "부자감세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재정 파탄을 불 보듯 뻔하고 그 부담은 다음 정권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 국회 상황도 녹록치 않다. 세월호 특별법 정국에 막힌 국회는 4달째 파행을 거듭하고 있지만, 해결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부터 여야의 2차 합의안을 마지노선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고,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 역시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박영선 원내대표가 지난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서 리더십을 상실했던 점을 고려하면 유연성이 크지 않다.
이 때문에 정기국회의 파행은 상당기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기 국회의 졸속 운영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2015년 예산은 국회 선진화법의 덕택으로 정시 처리의 길이 열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나리오는 필연적으로 내년 한 해의 나라 살림을 결정하는 예산안의 졸속 심사를 부르게 된다. 예산안 등을 통해 정부를 견제하는 국회 본연의 임무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방만한 국가 경영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오게 될 가능성이 크다.
채송무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