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과 통신진영이 700㎒ 주파수 활용방안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통신용으로도 쓰기 부족하다는 통신진영의 주장과 초고화질(UHD) 서비스를 하려면 반드시 해당 대역이 필요하다는 방송진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마치 두 아이의 배를 갈라야 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인 셈이다. 아이뉴스24는 700㎒를 둘러싼 양 진영의 갈등의 현주소와 합리적인 이용방안을 독자여러분과 함께 고민해본다.[편집자 주]
[허준기자] 700㎒ 주파수 대역을 둘러싼 방송통신업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방송업계와 통신업계는 서로 이 대역 주파수가 자신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파수 용도를 결정하는 정부도 정확히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통신 주파수를 관리하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 주파수를 관리하는 방송통신위원회는 명확히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당초 미래부는 700㎒ 주파수 대역의 40㎒ 폭을 통신용으로 쓰기로 결정했다. 디지털TV 전환이 완료된 이후 정부가 방송업계로부터 이 대역 주파수 108㎒ 폭을 회수하기로 한 뒤 지난 2012년 1월 정부가 모바일 주파수 확보 계획인 '광개토플랜'을 발표하면서 700㎒ 대역 40㎒ 폭을 통신용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후 나머지 68㎒ 폭의 용도를 두고서도 방송통신 업계가 갈등을 빚었다. 통신업계는 40㎒ 폭으로도 주파수가 부족하다며 나머지 폭 할당을 요구했고 지상파 방송사들은 초고화질(UHD) 방송을 위한 주파수로 최소한 700㎒ 대역 54㎒ 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맞섰다.
지난해 미래부와 방통위는 700㎒ 대역 연구반을 가동, 나머지 68㎒ 폭의 주인찾기에 나섰지만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 연말까지 결론을 내겠다는 것이 두 행정기관의 입장이었지만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올해는 또 상황이 달라졌다. 700㎒ 대역 주파수 가운데 20㎒ 폭이 재난망 구축을 위해 필요해지면서 이 대역 주파수 용도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다.
쓸수 있는 주파수가 줄어들면서 기존 통신용으로 결정된 40㎒ 폭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하면서 방송업계와 통신업계의 갈등은 커져만 가고 있다.
◆통신 "40㎒ 폭은 당연, 나머지 대역도 필요"
통신업계는 기존 통신용으로 할당된 40㎒ 폭은 물론 나머지 대역도 통신용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주파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이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지난 7월말 기준 국내 모바일 트래픽은 이미 10만 테라바이트(TB)를 넘어섰다. 올해말까지 12만 테라바이트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오는 2023년에는 지난 2011년 대비 25.5배인 44만4천TB까지 모바일 트래픽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업계는 모바일 광개토플랜에 따라 40㎒ 폭이 통신용으로 배정되지 않으면 오는 2015년까지 공급 가능한 주파수 폭이 130㎒에 불과, 정부가 예측한 최대 소요량인 279㎒의 절반 이하의 주파수만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울러 통신업계는 40㎒ 폭을 제외한 나머지 대역도 통신용으로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물인터넷 등의 확산으로 향후 모바일 트래픽의 폭발적인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700㎒ 대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미 정부가 모바일 광개토플랜에서 40㎒ 폭을 통신용으로 공급할 예정이라고 공표했다"며 "만약 40㎒ 폭을 통신용으로 할당하지 않으면 정부 정책을 믿고 준비한 통신업계 전반의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UHD 활성화 위해 54㎒ 폭 반드시 필요"
방송업계도 700㎒ 폭을 UHD방송을 위해 지상파 방송사들에게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 3사와 EBS까지 UHD 방송을 송출하려면 적어도 54㎒ 폭이 필요한데 통신용과 재난망으로 각각 40㎒와 20㎒가 할당되면 700㎒ 대역에 남는 폭은 48㎒ 밖에 없다. 지상파가 주장하는 54㎒ 폭의 할당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방송업계는 기존 할당된 통신용 주파수인 40㎒ 용도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기존에는 통신용으로 할당됐지만 재난망으로 20㎒가 필요하게 됐으니 이 대역은 원점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다.
일각에서는 재난망도 결국 통신망이니 재난망에 필요한 20㎒ 폭을 기존에 통신용으로 할당한 40㎒ 폭에서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방송업계는 차세대 방송인 UHD 글로벌 경쟁을 위해 지상파 방송사들의 UHD 시장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이미 케이블TV 등을 중심으로 UHD 방송을 송출하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UHD 시대를 열려면 지상파의 참여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700㎒ 대역의 방송용 할당이 필수라는 것.
방송업계는 콘텐츠가 확보돼야 UHD 시장도 활성화하고 UHDTV 등의 보급도 빨리 이뤄질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지상파 방송사의 신규프로그램 편성비율은 80%로 케이블TV의 19%보다 4배나 높다. 콘텐츠 수출액도 지난 2012년 기준 2조1천400만 달러로 케이블TV에 비해 15배나 높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700㎒ 대역을 UHD 방송용으로 할당하면 향후 TV 등 단말기 구입비용 유발효과 83조원, 한류를 통한 문화 관광수익 유발효과 106조원 등으로 통신용으로 할당하는 것보다 경제적 가치가 높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두 진영이 일방적으로 맞고 틀린 주장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 정책기관으로 하여금 정책결정에 어려움을 겪게 하고 있다"면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허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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