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올해도 어김없이 노조의 파업에 발목이 잡혔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22일 부분파업에 돌입한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3년 연속 동반파업 실시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업계에서는 노사 협상 타결의 마지노선을 추석 이전 시점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현대·기아차는 생산차질로 입게 될 피해규모는 약 5만대 규모로 예상된다.
현대·기아차는 파업으로 인해 2012년과 지난해 각각 13만대, 7만3천여대의 생산 차질을 빚었고 지난해의 경우 이에 따른 매출 손실이 1조5천억원에 달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현대차 노조는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서 제2차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22일 부분파업에 돌입키로 했다.
이에 따라 울산·전주·아산공장에서 4시간씩 부분파업을 진행한다. 이날 오전 7시 출근하는 1조는 오후 1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 오후 3시 30분 출근하는 2조는 오후 10시 10분부터 다음날 오전 0시 10분까지 각각 2시간씩 총 4시간 동안 부분파업에 실시한다.
일부 공장에서는 23일과 24일 특근도 거부하기로 했다. 22일과 25~26일 각 공장별로 잔업도 거부하기로 했다.
노조는 다음주 초 다시 사측과 교섭할 예정이지만,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오는 26일 3차 쟁대위를 열고 다음 파업 일정과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또 같은날 전국금속노조의 정기회의에 참석, 27일과 29일 총파업 동참 여부도 결정할 예정이다.
전날 중앙노동위원회가 현대차 노조가 제기한 쟁의조정에 대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림에 따라 이날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합법적으로 이뤄진다. 기아차 노조 역시 지난 11일 조정 중지를 받은 바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6월 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금협상을 시작했으나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놓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며 협상이 결렬됐다.
노조는 또 ▲기본급 대비 8.16%(15만9천614원) 임금 인상 ▲조건없는 정년 60세 보장 ▲주간 연속 2교대제 문제점 보완 ▲전년도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해고자 복직▲손해배상 가압류와 고소고발 취하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의 통상임금 확대 요구에 사측은 2012년 노사협상 때 통상임금 문제는 법적 소송 결과를 따르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2개월 기준으로 15일 이상 근무해야 상여금을 준다'는 조건이 걸려 있어 통상임금 성립 요건인 고정성이 결여돼 있다는 판단을 법원으로 받은 바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노조가 2시간 부분파업을 했을 때 자동차 2천106대를 생산하지 못해 435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파업도 비슷한 규모의 생산차질을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주말특근, 잔업 거부에 따라 1천500억원 이상의 생산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기아차 노조도 지난 18일 경기 광명시 소하리공장에서 쟁대위를 열고 22일 부분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2교대로 운영 중인 소하리·화성·광주공장 노조가 4시간씩 부분파업에 들어간다. 1조(오전 7시∼오후 3시 40분 근무)와 2조(오후 3시 40분∼익일 오전 1시 40분 근무)가 각각 2시간씩 부분 파업을 벌인다.
기아차는 이날 하루 파업으로 1천300여대의 생산차질과 220억원가량의 매출손실이 나타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노조의 파업이 현실화되면서 생산차질로 인한 차량 인도 지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와 그랜저, 싼타페 등 인기모델의 출고난이 가중될 전망이다. 카니발 등 판매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아차 역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는 올 뉴 카니발과 출시를 앞둔 올 뉴 쏘렌토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 오는 28일 출시되는 올 뉴 쏘렌토의 경우 사전계약 물량이 5천400여대에 달한다.
현대차는 현재 포터 2만여대, 싼타페 4천500여대, 제네시스 3천800여대, 그랜저 디젤 3천여대 등 3만1천300여대의 주문이 밀려있는 상태다. 기아차도 2만여대의 주문이 밀려 있다. 카니발 1만여대, 쏘렌토 5천400여대(사전계약), 봉고 5천대가 출고를 앞두고 있다.
특히 기아차의 경우 올 상반기 국내 5개 완성차업체 중 유일하게 내수 부진을 겪고 있다. 하반기 올 뉴 카니발과 올 뉴 쏘렌토를 앞세워 실적 반전을 도모하고 있지만 노조의 파업으로 발만 동동 구르는 모양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노조의 파업이라는 부적절한 결정으로 인한 생산 중단은 회사와 협력업체는 물론 소비자들이 모두 피해를 입히고 우리 경제에도 큰 부담을 안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만 파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조의 요구안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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