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현대자동차가 환율 직격탄으로 2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하고도 환율 악재의 파고를 넘지 못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기대치에 한참 못 미쳤다. 상반기 성적표 역시 환율 악재로 급감한 2분기 실적에 발목이 잡혔다.
여기에 하반기에도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과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문제는 물론, 원화강세 지속으로 인한 환율 악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실적 반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다.
현대차는 24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13.3% 감소한 2조872억원, 매출액은 1.9% 감소한 22조7천526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당기순이익은 6.9% 감소한 2조3천499억원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현대차의 2분기 매출액을 전년동기 대비 1% 줄어든 23조원, 영업이익은 11% 감소한 2조2천억원 안팎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실제 현대차의 2분기 성적표는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판매대수는 전년동기 대비 4.0% 늘어난 126만8천385대를 기록했다. 내수는 전년동기 대비 7.7% 증가한 18만5천34대를 판매했다. 해외판매량은 총 108만2천351대로 3.4% 늘었다.
판매량이 증가하고도 현대차의 2분기 실적이 급락한 이유는 원화강세로 인한 환율 악재 때문이다. 현대차는 전체 매출의 70% 이상이 수출이다. 2분기 들어서면서 두드러진 원화강세 현상은 수출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현대차에게 악재가 된 셈이다.
2분기 실적 하락은 상반기 전체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현대차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0.3% 줄어든 44조4천1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5.8% 줄어든 4조256억원을 나타냈다. 당기순익은 4조3천780억원으로 5.1% 감소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영업이익률도 전년동기 대비 0.5%p 하락한 9.1%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률이 9.0%였던 것을 감안하면 9%대를 사수했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하지만 시장의 올해 현대차 연간 영업이익률 예상치가 9.6%인 점을 감안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상반기 전체로도 자동차 판매 대수는 역시 증가했다. 현대차는 상반기 기준으로는 4.4% 늘어난 249만5천837대를 판매했다. 상반기 역시 판매는 늘었지만 환율 하락에 수익이 감소한 셈이다.
현대차는 상반기 내수시장에서도 신형 제네시스와 신형 쏘나타 등 신차효과로 판매 신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수입차업들의 공세로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내수시장에서 선전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환율 하락이라는 복병을 만나 신차 효과가 묻혀버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 효과에 의한 판매 증가 및 지속적인 비용 절감과 수익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실적기준 환율이 전년동기 대비 약 5.1% 하락함에 따라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이 전년동기 대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반전 이룰까…"불확실성 여전"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원화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현대차의 실적이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조와의 마찰과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유럽 시장의 더딘 회복, 중국 시장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 등 글로벌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등도 실적 반전의 걸림돌이다.
현대차는 하반기 원·달러 환율을 1천20원대로 전망하는 등 원화강세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대외 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하반기 해외공장의 생산물량을 늘려 환율 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있다"면서도 "다만 하반기에는 증설이 완료되는 해외공장이 없는 만큼현지 생산 확대로 원화 강세를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내수 전망도 암울하다. 현대차는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경제 회복세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하반기부터 무관세 효과에 힘입은 수입차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는 환율위기 극복방안으로 공장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 노력을 꼽았다.
현대차 이원희 부사장은 "국내 공장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낭비구조 개선 TF 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전체적으로 비용절감을 도모할 것"이라며 "글로벌 소싱 최적화 및 부품 현지화 가속화도 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또 품질경영을 지속, 고객 신뢰도를 높여 브랜드 파워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품 개발 단계부터 품질 관리에 주력하고 품질 교육을 확대 운영해 품질 경쟁력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품질 경쟁력 강화에 전사적인 역량을 더욱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 판매 증대와 수익성 제고에도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2세대 제네시스와 LF쏘나타의 신차 효과를 이어나가는 동시에 지역별 전략 모델을 적기에 투입해 판매 성장세 유지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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