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정부가 지난 23일 '소프트웨어(SW) 중심 사회 실현 전략'을 발표한 가운데 이에 대한 업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범부처 차원에서 SW의 중요성을 확인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좋은 말은 잔뜩 담겼지만 구호에 그치는 게 아닌지 후속 작업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SW 중심사회란 SW가 혁신과 성장, 가치창출의 중심이 되고 개인·기업·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사회을 말한다.이번에 발표된 전략에서는 경제·사회 혁신과 성장의 핵심 수단으로 SW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초·중등 SW 교육을 강화하고 SW로 산업을 혁신하겠다는 비전을 담았다.
◆시선 1-포괄적 SW 정의 '긍정적'
SW는 우리의 미래라는 데 더 이상의 이견은 없다. '남이 만든 게임에만 열중하지 말고 게임을 만드는 데 미쳐보라'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말도 이같은 SW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SW 업계가 이번 발표를 두고 그 자체로 큰 의미를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학훈 날리지큐브 대표는 "SW에 대한 인식과 의지가 분명하게 전달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SW 기업들의 글로벌진출협의체(KGIT)의 김규동 회장도 "SW를 전국민적 관심사로 끌어올린 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업계는 SW의 정의와 범위를 넓힌 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기존에 SW 산업에 국한된 SW의 범위도 국가 사회 전반과 SW 개발자로 확대한다. 이를 반영해 정부는 'SW산업진흥법'을 'SW 진흥법'으로 확대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SW 업계 한 관계자는 "SW의 정의를 포괄적으로 넓히는 건 좋은 시도"라며 "그 동안은 SW에 대한 정의가 서로 달라 육성 전략이나 개선 방안이 (부처별로) 서로 다르게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선 2-핵심 쟁점 비켜간 SW 교육
반면 실상을 들여다보면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없지 않았다. '어떻게(HoW)', 즉 구체적인 실천 플랜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SW 교육에 관한 부분은 핵심 쟁점 사안은 피해갔다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이번에 발표한 전략에서 SW관련 교과목, 수업시수, 교육 내용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이에 관해 공론회를 거쳐 오는 9월 '문이과통합형 교육과정 주요사항'과 함께 공식 발표한다고 밝혔다.
안성진 성균관대학교 컴퓨터교육과 교수는 "초·중등학교의 경우 수업 시수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 있는데 SW를 교육할 수 있는 충분한 수업시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다"며 "일선 교사들에게선 일주일에 두 시간씩 2년 가량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여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의 '정보'교과를 심화과목에서 'SW'교과 일반과목으로 전환하는 것을 두고도 '교육 강화'라기보다는 제자리를 찾은 것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안 교수는 "몇 년 전 '정보'는 일반교과목에서 심화로 바뀌었는데 이를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은 것"이라며 "이보다는 다른 심화 과목인 '정보과학' 교과를 일반 과목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정보과학을 일반과목화 하는 게 현재 과탐 영역에 속한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과 동등한 자격이 주는 것으로 수능에 반영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시선 3-불법 복제는 교육·컨설팅보다 예산 문제
문체부는 2020년까지 불법 복제 SW 사용률을 현재 38%에서 선진국 수준인 20%대로 낮춘다는 원대한 목표를 제시했다. 공공기관 불법 복제률은 2017년까지 '제로(zero)'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문체부를 중심으로 공공기관의 SW 관리자 교육을 강화하고, SW 점검도구를 연간 4만 개 무료 배포해 맞춤형 무료 컨설팅을 추진한다.
그러나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접근법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SW 업계 관계자는 "컨설팅, 교육 위주로 접근하고 있으나 공무원들이 (불법복제 SW인 줄) 몰라서 쓰는 게 아니라 결국은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그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SW 점검도구를 직접 무료로 배포한다는 발상 또한 해당 민간시장을 죽이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8년간 정보화 예산은 총 예산의 1% 수준인 약 3조3천억 원으로 이중 50%가 유지관리에 쓰였다.
김국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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