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문창극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의 과거 '민족 비하 발언' 논란의 파문이 심상치 않다.
야권에서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즉각 사퇴를 요구하고 있고 여권에서도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집단 성명이 나오는 등 비판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국민의 정부 당시 장상·장대환 총리 후보자의 낙마 이후 연속 총리 후보자의 낙마 가능성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일단 정면 돌파로 방향을 정한 분위기다.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에 이어 문창극 후보자까지 잇따라 총리 후보자가 낙마하는 것에 대한 부담에 따른 것이다.
발언 논란이 커진 후 문 후보자가 기자들에게 "사과할 게 없다"고 해 비난 여론이 극에 달한 12일, 청와대는 비서실 개편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실제로 청와대 비서진 개편 소식에 오전 문창극 후보자로 집중됐던 이슈가 분산되는 효과가 있었다. 청와대는 내일(13일) 중폭의 개각도 발표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지도부도 '문창극 구하기'에 적극 나섰다. 윤상현 사무총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진영 논리에 따라 일방적으로 편을 갈라 매도하고 낙인찍는 것은 후진적인 정치, 분열의 정치, 갈등의 정치"라고 문 후보자를 보호했다.
새누리당 박대출 대변인은 "문 후보자의 강연 내용을 보면 본인도 시인했듯이 오해의 소지가 있을만한 표현들이 일부 포함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발췌된 내용 위주로만 보도되면서 전체적인 발언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고 말했다.
함진규 대변인 역시 "문 후보의 국가관이나 민족관 등에 대한 의문은 인사청문회에서 낱낱이 밝혀내고 검증하면 될 일"이라며 "총리로서 적합한지 제대로 검증할 기회도 주지 않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 일부만을 트집잡아 인사청문회 자체를 거부하거나 애초에 낙마로 결론을 짓고 으름장을 놓는 야당의 자세를 올바르지 않다"고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권은 사실상 즉각적인 인사 취소를 요구하는 강경한 분위기다.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대변인은 "일제 식민지 지배와 민족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문창극 총리 지명자의 발언은 건국정신과 헌법을 부정하는 극언"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지명을 철회하고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박 대변인은 또 "일본 극우 역사교과서 보다 더 반역사적이고, 반민족적인 내용으로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고 국격을 조롱하는 것"이라며 "청와대는 상황을 더 파악하고 국민의 여론을 주시하겠다는 반응을 내놨지만, 아직도 국민의 여론을 모르고 있는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질타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청문회까지 갈 것도 없다'고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상무위회의에서 "문창극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의 대한민국 총리로서 부적격"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적인 지명 철회를 촉구한다"고 했다.
또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생명존중의 정치로서 세월호 이전의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자는 것이 국민적 합의사항"이라며 "대통령의 총리 인사는 이런 합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으로서 국민들이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여야의 입장이 크게 갈리는 가운데 앞으로의 여론 추이가 문 후보자 낙마 여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문 후보자와 여권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욱 비등해진다면 여권 내부도 이를 묵인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채송무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조성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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