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일본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취지의 과거 발언으로 논란에 휘말렸다. 국가 총리로서 자질이 의심된다는 여론의 비판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 조차 '자진 사퇴' 언급이 나왔다.
문 후보자는 중앙일보 재직 시절인 지난 2011년 서울의 한 교회에서 '일본 식민 지배와 남북 분단'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하나님은 왜 이 나라를 일본한테 식민지로 만들었습니까'라고 우리가 항의할 수 있겠지. 아까 말했듯이 하나님의 뜻이 있는 거야. 너희들은 이조 500년 허송세월 보낸 민족이다. 너희들은 시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북 분단에 대해서는 "(하나님이)남북분단을 만들게 주셨어. 저는 지금와서 보면 그것도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 우리 체질로 봤을 때 한국한테 온전한 독립을 주셨으면 우리는 공산화될 수밖에 없었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국무총리비서실은 "교회라는 특정 장소에서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라는 특수성이 있으며 관련 보도는 강연의 특정 부분만 부각돼 전체 강연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밖에도 문 후보자는 2009년 쓴 칼럼에서 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가 하면, 총리 지명 직후 '책임총리'에 대해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라고 말하는 등 연일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에 새누리당 지도부는 "문 후보자가 악의를 가지고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말 몇 마디로 그의 삶을 재단하고 생각을 규정하려 한다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윤상현 사무총장)이라며 문 후보자를 감싸는 모습이다.
그러나 당내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문 후보자에 대한 비판과 국무총리 지명 자체가 잘못됐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제의 침략을 정당화하는 식민사관을 그대로 옹호하고 미화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고 해도 규탄해야 할 문제일텐데 우리나라 총리 후보, 최고의 지성인이라고 할 수 있는 언론인 출신 서울대학교 교수라는 분이 이런 역사인식을 가졌다는 사실이 놀랍고 황당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의원은 '문 후보자가 자진 사퇴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국민 여론을 확인해 보고 잘못된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총리로서 적합치 않다는 국민적 여론이 형성돼 있다면 본인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7.14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김상민 의원도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문 후보자 지명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그동안 우리가 이야기했던 국민대통합의 관점 속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윤미숙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조성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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