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경제개혁연구소가 국내 SRI(사회책임투자) 펀드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고 19일 분석했다.
SRI펀드는 책임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여부를 주요 투자기준으로 삼는 펀드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사회책임요소 관점에서 문제가 없는 지속가능 기업에 장기 투자하거나, 투자 대상 기업과의 협의로 문제 있는 기업의 시정을 유도하는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운용 중인 국내 SRI펀드는 약 30여 개로, 확인 가능한 분석 대상 펀드는 총 23개다. 이는 국내 전체 펀드의 0.01%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펀드 규모 역시 매우 작아 알리안츠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20억원 미만의 초소형급 펀드로 파악됐다.
수익률 역시 3년 평균 수익률이 -16.82%로, 일반 펀드에 비해 높지 않았다. 연구소는 "부진한 수익률은 전체 SRI펀드 규모의 축소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봤다.
연구소는 우선 국내 SRI펀드의 문제로 "SRI펀드와 일반 펀드와의 차별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대부분 SRI펀드가 환경, 사회, 기업지배구조 등을 평가해 지속가능한 기업에 투자한다고 하지만, 투자자들이 구체적인 투자 대상 선정 기준에 대한 정보를 찾기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많은 SRI펀드가 몇몇 SRI 평가전문기관의 평가를 활용하거나 SRI관련 지수 종목을 편입하고 있는데, 전문 기관의 평가 방식이나 결과, 펀드가 평가결과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도 확인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SRI지수 역시 구성종목 대부분이 KOSPI200 종목과 중복돼 변별력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국내 SRI펀드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종목은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현대모비스 등 시가총액 상위 순위와 거의 같았다는 것이다. 또 SRI펀드 상위 보유종목 72개 중 KOSPI200 편입종목과 중복된 종목이 57개로 KRX SRI지수 종목보다 오히려 많았다고 전했다.
시총이 큰 회사일수록 친환경 경영과 우수한 기업지배구조를 갖췄을 가능성이 높아 대형주 위주의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연구소 측은 "국내 SRI펀드의 주요 투자종목 중 일부는 '담배업체, 정유사, 무노조 경영 원칙업체' 등이어서 SRI 투자 원칙상 빠져야할 종목까지 포함돼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연구소는 "결국 펀드 이름에 SRI란 단어를 넣었을 뿐 기존 펀드와 편입종목, 수익률면에서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고, 이러한 인식이 SRI펀드 운용액 감소로 이어져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앞으로 보다 전문적 인력이 SRI요소에 걸맞은 종목을 개발해 과감하게 투자하고, 투자기업의 적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않는다면 향후 SRI펀드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규모가 줄고 있는 공모 SRI펀드와 달리, 국민연금 SRI펀드는 꾸준히 운용규모를 늘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구소에 따르면 국민연금 SRI펀드는 2013년 말 기준 총 9개 펀드에서 5조4천335억원을 운용 중이다. 최초 투자됐던 2006년의 운용규모는 907억원이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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