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 속엔 엄청난 보화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열려라 참깨’란 주문을 깨친 알리바바는 그 보화를 전부 손에 넣게 되죠.
물론 그 과정에 우여곡절이 있습니다. 갑자기 부자가 된 알리바바를 시기했던 형은 혼자 동굴을 찾아갔다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알리바바가 도적들에게 복수를 하는 과정에선 똑독한 하녀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복잡한 얘긴 여기선 생략합니다.
뜬금 없이 알리바바 얘기를 해서 놀라셨나요? 지금 또 한 명의 알리바바가 동굴 앞에 서 있습니다. 구글, 애플, 아마존을 비롯한 수 많은 기업들이 보화를 조달하는 동굴. 바로 미국 증권 시장입니다.
보화가 감춰진 미국 동굴 앞에 서 있는 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입니다.
과연 중국산 알리바바는 미국 도적(?)들의 동굴에서 엄청난 보화를 챙길 수 있을까요? 그 얘기를 하기 전에 먼저 알리바바가 어떤 기업인지 살펴보는 게 순서겠죠?
◆중국 알리바바=이베이+아마존+페이팔
알리바바는 전직 영어 교사였던 잭 마가 15년 전 창업한 기업입니다. 당시 잭 마는 황저우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알리바바를 만들었습니다. 초기 투자금 6만 달러는 친구 18명으로부터 조달했다고 합니다.
일단 가속도가 붙은 알리바바는 거침 없는 성장세를 구가합니다.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지배하는 실력자로 떠오른 거지요. 중국 인터넷에서 소비되는 거래액의 5분의 4는 알리바바를 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알리바바 그룹의 간판은 ‘중국판 아마존’으로 통하는 알리바바닷컴입니다. 하지만 이 외에도 전자결제, 온라인 소매 웹사이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타오바오와 T몰 등 두 개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지난 해 거래액은 약 2천400억 달러. 아마존과 이베이를 합한 것보다 더 많은 규모라고 합니다.
그 뿐 아닙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알리윈, 페이팔 같은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까지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을 총망라하고 있습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아마존과 이베이에다 페이팔까지 결합한 기업이라고 설명하면 될까요?
이런 알리바바가 미국증시에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접수했으니, 한바탕 난리가 날 수밖에 없겠죠. 알리바바의 IPO 신청 문건은 무려 2천300쪽에 이른다고 합니다.
신청서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기업가치를 969억~1천210억 달러 내외로 평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수치는 IPO를 통해 조달한 주식 가치를 제외한 것이라고 하네요. 또 상당히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알리바바의 시가 총액을 적게는 1천360억 달러, 많게는 2천500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6일 종가 기준으로 1천571억 달러, 아마존이 1천426억 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규모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알리바바는 미국에서 사상 최대 IPO 잔치 성공할까?
알리바바는 이번 IPO에서 10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10억 달러는 상징적인 수치에 불과합니다. IPO 수수료를 계산하기 위해 편의적으로 제안한 수치라는 겁니다.
미국 현지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IPO 규모가 2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데뷔한 페이스북의 IPO 규모 160억 달러를 가볍게 뛰어넘는 규모입니다.
그 뿐 아닙니다. 알리바바는 지난 2008년 상장했던 비자의 역대 최대 기록까지 깰 것이란 기대까지 받고 있습니다. 당시 비자는 196억 달러 규모의 IPO 잔치를 벌인 적 있습니다.
알리바바가 이처럼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뭘까요? 앞에서 살펴봤듯 기본 사업 구조 자체가 탄탄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알리바바의 리더’인 잭 마에 대한 높은 평가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일라바바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던 포터 에리스먼이 잭 마에 대해 한 마디로 정리해주고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을 인용해서 그 부분을 그대로 한번 옮겨보겠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만들었다면 잭 마와 그의 팀은 중국 상거래의 기본 운영시스템을 창조해냈다.”
이게 에리스먼의 ‘잭 마 평가’입니다. 그는 이런 평가에다 한 마디를 더 덧붙이고 있습니다.
“잭 마는 도전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는 중국을 발전시키는 일을 하는 데 굉장힌 동기 부여를 받고 있다.”
◆모바일 사업 취약 등 위험 요인도 만만치 않아
물론 위험 요인도 적지 않습니다. 알리바바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역시 모바일입니다. 대부분의 사업이 PC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죠. 모바일 사업 비중이 낮다는 것은 알리바바의 최대 아킬레스 건으로 꼽힙니다.
이 같은 사실은 알리바바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IPO 서류에도 그대로 나타나 있습니다. 이 서류에 따르면 지난 해 12월 말 현재 알리바바의 모바일 매출 비중은 20%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물론 1년 전인 2012년 말 7%를 조금 넘던 것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이긴 합니다. 하지만 소비의 중심이 서서히 모바일 기기로 옮겨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모바일 쪽 사업 비중이 너무 적다는 평가가 가능합니다.
물론 모바일 사업 때문에 고전한 건 알리바바 만은 아닙니다. 지난 2012년 페이스북이 IPO를 단행할 때도 모바일 매출 비중 부족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불과 2년 여 만에 모바일 매출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습니다.
미국 증시란 동굴 속으로 뛰어든 알리바바 역시 같은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강력한 카리스마에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추진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잭 마가 이 과제를 어떻게 풀어낼 지 관심사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반독점 이슈’입니다. 중국과 달리 미국 시장에선 알리바바의 문어발식 사업구조가 문제가 될 가능성이 많다는 겁니다. 일단 미국 증시에 들어간 이상 그 쪽 기준을 따라야 하는 건 당연한 일. 이 부분도 앞으로 알리바바가 ‘제대로 된 도적질(?)’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이와 함께 블룸버그통신은 또 다른 문제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알리바바에서 밀수품 같은 ‘불법 제품’이 많이 거래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 역시 어떻게 처리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아라비안나이트’ 속 알리바바는 ‘40인의 도적’들이 쌓아놓은 보화를 몽땅 차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과연 중국 대기업 알리바바는 미국이란 동굴에서 어떤 보화를 건질 수 있을까요?
이름에 걸맞은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까요? 아니면 어설픈 풍문에 혹해서 동굴을 찾았다가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던 ‘알리바바의 형’ 같은 운명을 맞을까요? 미국 IT 시장에 때 아닌 ‘알리바바 소동’이 벌어질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 소동을 흥미롭게 지켜볼 생각입니다.
김익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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