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SNS)인 페이스북이 ‘익명 로그인’ 정책을 도입했다. 페이스북 계정을 이용해 다른 앱이나 사이트에 로그인할 때 개인 정보를 노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동안 철저한 실명 정책을 고수해 왔던 페이스북으로선 획기적인 정책 전환인 셈. 하지만 페이스북의 이번 익명 로그인 정책은 반쪽이란 비판도 만만치 않다. 페이스북 접속은 여전히 실명으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30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콩코스 전시장에서 열린 'f8 2014' 개발자 회의에서 앞으로 외부 사이트에 페이스북 계정으로 로그인할 때 익명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저커버그는 이날 “페이스북의 기본 방침은 ‘사람 우선(People First)’ 정책”이라면서 “(익명 로그인은)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은 통제권과 권한을 돌려 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정보 유출' 불안감 해소 하기 위한 정책
페이스북이 ‘익명 로그인’이란 칼을 빼든 이유는 뭘까? 그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선 페이스북 ID를 활용한 로그인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뉴스 사이트 중 SNS를 가장 잘 활용한다는 평을 받고 있는 허핑턴포스트를 예로 들어보자. 허핑턴포스트는 누구나 페이스북 계정으로 로그인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렇게 로그인하면 내 친구들이 열람하거나 호감을 표시한 콘텐츠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페이스북 ID가 입소문 뉴스 소비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스냅챗을 비롯한 많은 서드파티 앱들도 별도 페이스북으로 그냥 로그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네이버 밴드 역시 페이스북 ID로 로그인할 수 있다.
이쯤되면 페이스북 ID가 인터넷 상에선 기본 생존도구나 다름 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도 크게 그르지 않다. 모바일 세상의 출입문이나 다름 없는 셈이다.
특히 페이스북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이 기능은 상당히 편리하다. 하지만 고민거리도 있다. 곳곳에 개인 정보를 흘리고 다닐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바로 그것이다.
◆"자신들은 실명 유지" 반쪽 서비스 비판도
이날 저커버그는 개발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익명 로그인 기능을 도입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만큼 페이스북 이용자들에게 권력을 넘겨주겠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하지만 단지 그 이유만이라고 보긴 힘들다. 이날 저커버그의 또 다른 발언에 그 해답의 일부가 담겨 있다고 봐도 된다.
저커버그는 이날 “지난 해 페이스북 ID로 로그인한 횟수가 100억 회에 이른다”고 밝혔다. 100억 회면 분명 엄청난 숫자다. 하지만 전 세계 페이스북 이용자가 10억 명을 훨씬 웃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다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결국 페이스북 계정을 활용한 로그인 이용 횟수를 좀 더 늘리기 위해 ‘익명 기능’을 도입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번 정책에서 또 하나 알아야 할 부분이 있다. 페이스북의 익명 로그인은 어디까지나 외부 사이트에 한 해 적용된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을 이용하기 위해선 여전히 생년월일부터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물론 이 정보는 페이스북의 맞춤형 마케팅에 그대로 이용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 잡지 포브스는 이런 점을 강조한 뒤 “우리 사이트는 당분간은 페이스북 익명 로그인 기능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익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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