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나영기자] 초고화질(UHD) 방송의 활성화가 상당기간 늦어질 전망이다.
콘텐츠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제공하는 UHD 서비스가 극히 제한된 일부 TV 수상기에서 시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유료방송사들이 UHD 서비스 시작을 줄줄이 알리고 있지만, 정작 콘텐츠 수급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30일부터 IPTV 서비스 'B tv'의 UHD 방송 상용화에 나섰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케이블TV 사업자들이 UHD 상용화를 시작한 바 있다.
KT도 오는 5월중 UHD를 포함한 핵심 사업에 대한 경영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위성방송사업자 KT스카이라이프 역시 6월 초 UHD 채널 개국식을 열고 시범방송을 실시한다.
제조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제조사들은 다양한 모델의 UHD TV를 선보이고 유료방송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UHD 서비스에 뛰어들면서 본격적인 UHD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에도 UHD 활성화는 가깝지 않아 보인다.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UHD 콘텐츠의 부족이다. 케이블TV 사업자에 주문형비디오(VOD)를 제공하는 홈초이스에서는 100시간 가량의 UHD 콘텐츠를 확보, UHD를 위한 전용채널 UMAX를 개국했다.
30일 상용화를 시작한 SK브로드밴드에서는 450분 분량의 UHD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이는 영화 4편도 안 되는 수준이다.
각 사업자들이 수급한 콘텐츠 대부분은 영화나 드라마보다는 다큐멘터리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이러한 콘텐츠들이 시청자의 시선을 얼마나 사로잡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브라질월드컵, 인천아시안게임 등 올해 열리는 스포츠 빅이벤트도 저작권 혹은 기술적 문제로 실시간 UHD 방송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이용자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콘텐츠 자체가 부재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니의 경우 계열사인 소니픽처스를 통해 100여편의 영화와 TV프로그램을 공급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만한 콘텐츠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업계와 정부는 국내에서 상용화를 먼저 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만, 콘텐츠 확보 면에서 훨씬 우위에 서 있는 소니가 향후 UHD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콘텐츠 부족 외에도 현재 유료방송사가 제공하고 있는 UHD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적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금까지 유료방송업계에서 상용화한 UHD 서비스는 '셋톱프리' 형태다. 별도 셋톱박스 없이 UHD TV에서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각 유료방송사업자마다 삼성·LG전자로 양분해 협력관계를 구축한데다 최신 버전에만 UHD 셋톱프리 서비스를 적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CJ헬로비전 가입자 중 2014년형 삼성전자의 UHD TV(3월 이후 출시)를 구매한 가입자만 UHD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그나마 삼성제품은 에볼루션 키트를 구매하고 2014년형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지만, 에볼루션 키트의 가격은 45만원 상당에 이른다.
UHD 서비스를 셋톱박스 형태로 제공할 경우, 제조사나 모델에 관계없이 모든 UHD TV에서 UHD 방송을 시청할 수 있지만, 셋톱박스 상용화를 위해서는 올 연말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UHD 상용화가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인구는 전체 유료방송 인구의 0.1%도 채 되지 않을 것"이라며 "제조사, 방송사업자들이 UHD를 하나의 홍보 수단으로 가져가면서 시장이 점차 대중화되는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UHD 방송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나영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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