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1천600억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항소심 첫 공판에서 법인자금 횡령 혐의를 두고 무죄를 주장했다.
24일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권기훈)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이 회장 측은 "검찰이 부외자금의 사적 용처를 전혀 입증하지 못했음에도 이를 횡령으로 유죄를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판에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비롯, '금고지기'로 불리고 있는 신동기 CJ글로벌홀딩스 부사장, 성용준 CJ제일제당 부사장, 배형찬 CJ재팬 전 대표, 하대중 CJ E&M 고문 등이 피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또 이채욱 CJ 대표가 이번 공판을 지켜보기 위해 법정에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이 회장은 더 수척해진 모습으로 휠체어를 탄 채 법정에 들어섰으며,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오후 내내 마스크를 낀 채 공판에 참석했다. 또 이 회장 측 변호인은 이 회장이 신장이식 수술 후 면역 억제제 투여 등으로 건강 상태가 악화된 점 등을 이유로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날 공판은 검찰과 이 회장 측의 항소 이유에 대해 프레젠테이션 형태로 진행됐다. 쟁점은 ▲CJ(주) 법인자금 횡령 및 관련 법인세 포탈 ▲일본 부동산 매입과정의 배임 ▲차명 증권계좌를 이용한 국내 조세포탈 ▲CJ차이나, CJI의 법인자금 횡령 등에 관한 것으로, 특히 법인자금 횡령 혐의에 대해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검찰은 1998~2005년 사이 조성된 부외자금 603억원을 이 회장이 미술품·고가 와인 등을 구입하는데 개인적으로 사용했으며, 이 부외자금을 조성한 자체로도 충분히 횡령혐의가 인정된다는 주장이다. 원심은 이 같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회장의 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회장 측은 "검찰은 원심에서 부외자금 사적 용처에 대한 입증을 전혀 하지 못했다"며 "이 회장의 개인 자금이 사적 용처에 사용된 것은 이미 확인 됐으며, 400억원이 넘는 개인재산까지 회사 공적용도에 사용한 것만 봐도 횡령 혐의 성립 요건인 '불법 영득 의사'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사용횡령으로 기소했지만 사용처 입증 뿐 아니라 사용자금 특정조차 못해 결국 결심 직전, 조성횡령으로 기소 변경했다"며 "원심은 부외자금 조성자체가 범죄라는 선입견에 기초해 유죄로 인정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검찰은 "부외자금 조성 경위 및 목적, 관리, 보관 방법, 사용처 등을 비춰봤을 때 조성 자체로도 개인경비 마련 위한 횡령 혐의로 충분히 볼 수 있다"며 "사용용도 자체가 이 회장의 개인재산으로 귀속된다는 전 재무팀장의 진술에서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회장 측은 부외자금 조성은 삼성 계열 분리 전부터 이뤄진 관행적인 일로, 통상 소요되는 현금성 경비 충당을 위한 것이라 주장하며 횡령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 외에도 이 회장 측은 일본 부동산과 관련한 배임액 재산정 문제, 국내 조세포탈액 산정 시 감액 문제 등도 언급했다. 또 CJ차이나와 인도네시아 등 해외 계열사를 통한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제 3자(하대중 CJ E&M 고문) 영득과 관련된 것으로 횡령죄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앞서 원심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회장에 대해 징역 4년, 벌금 260억원의 실형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이 회장의 국내 차명주식 보유 관련 조세포탈에 관련된 부분에 대해 1999년 1월 1일 이후 취득한 원주에 대한 무상증자분에 대해서만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또 해외 SPC를 통한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서는 타이거갤럭시를 통한 조세포탈은 유죄로 인정하나, 나머지 각 SPC와 관련된 혐의는 부정행위 인정이 어려워 무죄로 판시했다.
이와 함께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이 회장의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유죄로 인정했으며, CJ차이나와 CJ인도네시아 등 해외 계열사를 통한 횡령 혐의와 일본 부동산 배임행위에 관해서도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한편, 이 회장 등에 대한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5월 22일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이다.
장유미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박세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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