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자동차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친환경 그린카를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의 핵심으로 설정하고 매진하고 있다.
현대차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연비와 안전 성능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친환경 그린카와 첨단기술이 융합된 스마트카 등 혁신기술 개발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에 우위를 점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친환경 그린카는 매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경영전략에서 빠지지 않는 화두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달 현대차의 '2014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통해서도 "현대차가 꿈꾸는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삶의 동반자' 혹은 그 이상의 가치를 갖는 것"이라며 "인간 중심적이고 환경친화적인 혁신기술을 바탕으로 최상의 이동성을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보급과 함께 차세대 시스템 개발을 통한 하이브리드 라인업 등 소비자 니즈에 적극 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차세대 친환경차의 주도권을 놓고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경쟁이 격화되는 시점에 정 회장이 나서면서 현대차그룹의 관련 행보도 본격화 되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이 직접 관련 사안을 직접 챙길 정도로 현대차가 '수소연료전지차(FCEV, Fuel Cell Electric Vehicle)'에 들이는 공은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차와는 다르게 각별하다.
현대차는 차세대 친환경차의 선두주자로 급부상하는 수소연료전지차 역량 강화에 집중, 글로벌 시장에서 한 발 앞서 주도권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수소연료전지차는 '친환경'과 '스마트'라는 두 개의 화두로 개발된 미래형 자동차"라며 "새로운 과학기술과의 접목과 융합을 통해 친환경 미래사회를 실현하고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차 본격 양산시 고용 9천명·1조7천억 생산 유발
수소차는 기름 대신 수소와 공기 중 산소를 반응시켜 발생하는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수소연료전지'를 일종의 배터리처럼 사용해 모터를 돌린다. 수증기 외에는 배기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만큼 화력·원자력발전 등에서 얻은 전기로 움직이는 전기자동차보다도 친환경 측면에서 월등하다.
게다가 5분 정도의 1회 충전으로 현재의 내연기관(가솔린·디젤) 자동차와 비슷한 500~600㎞를 운행할 수 있어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을 넘어서는 차세대 친환경차로 전 세계적으로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수소차는 대표적인 창조경제의 모델로 꼽힌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물론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활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차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내년에 6천대, 2017년 2만7천대, 2020년 5만9천대 등 꾸준히 성장해 오는 2025년이면 25만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2010년 판매대수가 550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15년 만에 400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수소 관련 산업으로 파생되는 고용창출 효과와 생산유발 효과도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수소차 부품업계 관계자는 "수소차가 본격 양산되면 오는 2018년 국내 고용 9천여명 증대와 1조7천억원 생산 유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독자기술 개발 '투싼ix 수소차' 세계 최초 양산
현대차는 지난 1998년 수소차 개발에 착수, 2000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같은해 11월 싼타페를 모델로 첫 수소연료전지차를 선보였다.
현대차는 세계 최초로 350기압 수소충전에 성공한데 이어 현재 700기압 압축 수소탱크 개발을 완료했다. FCEV의 가장 중요한 기술은 1회 충전으로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고압의 수소 저장 능력이다.
2006년에는 싼타페 수소연료전지차에 기반해 독자 기술로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를 개발했다. 본격적인 양산모델의 시작은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다. 2010년 12월에는 차세대 친환경차인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의 개발을 마쳤다.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는 연료전지시스템 효율 개선을 통해 2008년도에 개발된 구형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대비 연비는 15%, 주행거리는 55% 개선됐다. 현대차는 2010년 3월 2010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투싼ix 수소연료전지 절개차를 최초 공개했고 이후 차량 설계와 시험평가를 통해 차량 개발을 완료했다.
특히 지난해 2월에는 수소연료전지차 전용공장을 완공하고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를 기반으로 세계 최초로 양산체제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관심이 높은 유럽의 정부기관, 관공서 등을 중심으로 판매에 돌입했다. 2012년 덴마크 정부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1천대 규모의 수소차 시범보급 사업도 추진 중이며 스웨덴에서도 정부기관을 중심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미국 시장에서도 수소차 판매를 시작한다.
이를 통해 오는 2015년까지 국내·외에서 총 1천대 규모의 수소연료전지차를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달 4일에는 현대차가 유럽연합(EU)의 수소연료전지 정부 과제 운영기관인 FCH-JU(Fuel Cells and Hydrogen Joint Undertaking)의 입찰에서 토요타, 혼다, 다임러, BMW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수소연료전지차 보급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수소차 확산에 속도가 붙었다.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업체는 현대차 뿐이며 컨소시엄이 공급할 110대의 수소차 중 가장 많은 75대를 현대차가 공급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는 1998년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을 시작으로 수소차 시장을 선도해왔다"며 "이번 선정으로 현대차는 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등 유럽시장 전역에서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를 판매하게 돼 시장 선점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이면 지역별 연비규제에 따라 북미와 유럽의 친환경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해 중국 등 신흥시장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미래 자동차업계의 경쟁력을 판가름할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글로벌 선두업체로 도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 초 제네바모터쇼에선 수소연료전지차 콘셉트카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HED-9 인트라도'를 선보이기도 했다.
HED-9 '인트라도'에는 36kW급 차세대 리튬-이온 배터리가 적용된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 탑재, 완충시 최대 주행가능거리가 600km에 이르며 수 분 내에 완충이 가능하다.
이 차는 지난해 1월 현대·기아차 최고 디자인 책임자로 부임한 피터 슈라이어 사장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은 "HED-9은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시도'를 추구하는 현대차의 가치관을 반영하고자 자연스럽고 감각적으로 디자인 됐으며, 고객들에게 개인의 이동의 자유와 기쁨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주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고 개발 방향을 밝혔다.
◆수소차 국내 판매 돌입…2025년까지 전 세계 1만대 판매 목표
현대차는 토요타와 벤츠에 비해 2년가량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는 선두업체보다 약 2년 출발이 늦었는데도 가장 먼저 양산에 성공했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을 통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수소차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현대차는 수소차 국내 보급과 판매계획 등을 밝히는 등 관련 사업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토요타와 혼다 등 경쟁업체들이 잇달아 내년 수소차 양산 계획을 공개하는 가운데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지난 17일 경기도 용인 현대차그룹 인재개발원 마북캠퍼스에서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미디어 발표회'를 열고,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의 전초기지인 '현대·기아차 환경기술연구소'를 공개하며 구체적인 보급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는 오는 2020년부터 수소차를 일반 고객들에게 보급하고 2025년까지 1만대 이상의 수소차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가격이 고가인 데다 아직 충전 기반 시설도 부족한 상황인 점을 감안, 지방자치단체 등 기관에게만 먼저 판매를 시작한다. 현대차는 오는 6월 광주광역시 15대를 시작으로 올해 중 총 40대의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를 국내 지자체 등에 판매할 계획이다.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는 1회 수소 충전으로 최대 415㎞(자체시험 기준)까지 주행이 가능하다.서울에서 부산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고연비다. 독자 개발한 100kW급 연료전지 스택과 100kW 구동 모터, 24kW의 고전압 배터리, 2탱크 수소저장 시스템(700기압)이 탑재됐으며 영하 20도 이하의 저온 시동성을 확보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또 최고속도 160km/h,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km/h에 도달하는 시간)은 12.5초로 내연기관 자동차에 견줄 수 있는 가속 및 동력 성능을 갖췄다.
주요 부품은 200여개 국내 협력사와의 기술개발 협력을 통해 95% 이상 국산화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래 환경차 분야의 핵심 기술력을 국내 강소 기업과 함께 보유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미래 친환경차 분야의 핵심 독자 기술력을 가진 강소기업 육성 및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싼 수소연료전지차의 가격은 1억5천만원으로 책정됐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차의 보급 확대와 기술 개발로 가격이 점차 낮아져 이르면 오는 2020년부터 일반 고객들도 수소연료전지차를 구입할 수 있는 대중화 시대에 진입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는 오는 2020년까지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가의 1.2배까지 낮출 계획이다.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3천만~4천만원대에 수소연료전지차를 구입이 가능하게 된다. 2025년께에는 디젤자동차보다 10%가량 비싼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충전소 보급사업에도 최대한 협력하는 한편, 정비 서비스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달 현재 수소충전소는 전국에서 11기가 운영 중이다. 정부는 올해 중 700기압(bar) 충전압력의 충전소 2기를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오는 2020년까지 10기를 추가 건설하고 2025년까지 수소충전소 200기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발맞춰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차의 정비와 A/S를 위해 올해 중 서울, 광주, 대전, 울산 등 현대차 직영 서비스 센터 내에 수소연료전지차 전담 작업장을 구축할 예정이다. 오는 2025년까지 이를 전국 23개 센터 및 100개 지정 정비공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차세대 수소연료전지차 개발 계획도 공개하는 등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가를 50% 이상 절감하고 영하 30도에서도 시동이 걸리며 주행거리를 더욱 늘린 모델을 대량생산 체제에서 만들어내겠다는 계획이다. 또 오는 2015∼2020년 사이에 나올 차세대 모델은 국산화율이 100%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오는 2015년에는 그랜저, 쏘나타 등 중대형 세단 수소연료전지자동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투싼 수소연료전지차에 이어 승용차 라인업으로 확대, 초기 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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