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우리나라와 호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협상 개시 5년여 만에 체결됐다.
우리나라의 호주에 대한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 관세가 즉시 철폐돼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자동차 부품, 가전 및 일반기계, 철강 및 석유화학 등 품목에서도 수출 확대가 예상된다.
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윤상직 산업부 장관과 앤드류 롭 호주 통상투자장관이 회담을 갖고 양국간 FTA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양국은 지난 2009년부터 7차례 공식협상을 열어 지난해 12월 FTA의 실질타결을 선언했으며 올해 2월 10일 영문 협정문에 가서명한 바 있다.
양국은 향후 필요 절차를 거쳐 빠른 시일내 협정을 발효키로 했다. 국회 비준 등에 일정에 차질이 없다면 내년 중 발효도 가능할 전망이다.
이번 한·호주 FTA 타결은 우리나라가 체결한 11번째 FTA며, 이에 따라 총 48개국과 FTA를 체결해 GDP 기준 FTA 시장규모는 57.3%에 달한다. 전체교역에서 FTA 체결국과의 교역 비중은 39%를 차지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호주는 아시아 국가와의 교역비중이 전체 교역의 60.8%로 높다"며 "아세안 국가와 FTA를 다수 체결해 호주 시장내 아시아 국가간 경쟁이 치열한 만큼, 이번 한·호주 FTA를 통해 우리기업의 호주 시장내 경쟁력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호주와 이미 FTA를 체결한 아세안 국가뿐만 아니라 호·태 FTA를 통해 자동차 등에 대해 간접적으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기업과도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부에 따르면 호주는 세계 12대 경제대국으로 1인당 국민소득 세계 6위(6만7천556달러)의 높은 구매력을 가진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어 우리와 교역 확대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우리나라와 호주간 교역은 2007년 180억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303억달러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우리의 대호주 투자도 에너지·자원 분야를 중심으로 대호주 전체투자의 81%에 달하는 130억달러가 이뤄져 교역 및 투자가 확대 추세다.
또 호주는 석유, 가스 등을 제외한 우리나라 최대의 광물자원 공급국으로 FTA를 통한 자원협력 강화와 투자 안정성 확대로 안정적인 자원공급이 기대되고 있다. 특히 산업부는 호주로부터의 철광석 수입을 감안할 경우 FTA를 통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주로 자동차, 석유제품 등 공산품을 수출하고 호주는 원자재와 에너지 자원을 수출하는 상호 보완적 교역구조를 가진 이상적인 FTA 파트너"라고 말했다.
이어 "한·호주 FTA를 통해 우리의 대호주 수출 주력품목인 자동차, 자동차 부품, 건설중장비, 합성수지, 철강제품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보다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우리 중소기업은 호주 수출 유망품목으로 꼽히는 자동차범퍼, 광섬유 케이블, 공기청정기 필터, 식품, 화장품 등 분야에서 관세 인하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동차 수혜 가장 클 듯…업계 "경쟁력 향상, 이득은 제한적"
이번 FTA 체결로 양측은 협정발효 후 10년 이내에 현재 교역되고 있는 대다수 품목에 대한 관세를 철폐키로 했다. 호주 측은 거의 모든 품목에 대해 5년내 관세를 철폐한다.
이번 FTA 타결로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는 자동차 업계다. 그동안 5%의 관세를 부과하던 1천500~3천cc 가솔린 중형차와 1천~1천500cc 가솔린 소형차에 대한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 우리나라에서 수출하는 차들 중 수출액 기준 76.6%가 여기에 해당한다. 나머지 승용차는 3년 철폐에 합의했다.
현재 호주 자동차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다. 경쟁국인 일본은 20~30%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는 호주에서 일본 자동차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본 자동차업체가 이미 호주와 FTA를 체결하고 있는 아세안 지역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가격 경쟁력 면에서 불리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관세 즉시 철폐로 얻는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관세 철폐로 그만큼 가격이 인하되는 효과가 있어 한국 업체들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호주 시장에서 가장 큰 경쟁상대인 일본과도 조만간 FTA가 발효될 가능성이 높아 FTA에 따른 이득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와 동일한 방식으로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관세율 5%)의 관세도 즉시 철폐되지만 전자업계도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최근 전자회사들이 현지 생산 체제를 구축하며 국내 생산 제품을 수출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 삼성전자의 경우 호주에서 판매하는 냉장고와 세탁기, 휴대폰 중 국내 생산 제품은 하나도 없다.
5%의 관세가 부과되던 건설중장비, 섬유기계 등 일반기계를 비롯해 0~2%의 관세가 붙었었던 냉연강판, 열연강판, 도금강판 등 주력 철강제품과 0~5%의 관세가 부과되던 합성수지 등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관세는 대부분 즉시 철폐돼 수출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타이어(관세율 5%) 관세도 즉시 철폐되고 현재 5%에 달하는 자동차 부품 관세는 3년 내 없어진다.
농축산업의 경우 국내 농축수산물의 민감성을 보호하기 위해 양허 제외, 10년 초과 장기 관세철폐, 농산물 세이프가드, 계절관세 등 다양한 예외수단을 확보했다.
우리나라는 쌀, 과실류 등 169개 주요 민감 농축수산물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오렌지, 포도 등 12개는 계절관세에 합의했고 509개 농축수산물에 대한 관세는 10년 이상의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철폐키로 했다. 소고기의 경우는 15년 관세 철폐를 양허하고 농산물 세이프가드(ASG) 등을 도입했다.
◆발효 후 10년간 GDP 0.14%↑·소비자 후생수준 16억弗↑
한편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기계의 생산공정 및 원자재 해외 수입 등 산업별 특성을 고려하고 농수산물에 대한 민감성을 반영한 원산지 기준에 합의했다.
또 한·미, 한·EU FTA와 유사한 역외가공지역 조항을 도입하되, 회의 개최 빈도를 확대(발효후 6개월내 회의 개최, 연 2회 회의 개최)하고 개성공단을 역외가공 대상으로 명시함으로써 운영의 실효성을 높였다.서비스·투자 분야에서는 우리 측은 한·미 FTA, 호주 측은 호·미 FTA와 유사한 수준으로 서비스·투자시장을 개방키로 했다.
활발한 대호주 투자동향을 감안, 한·미 FTA와 유사한 ISD(투자자-정부 소송제도) 조항을 도입해 우리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정부조달 분야에서는 시장접근 약속을 포함해 WTO 정부조달협정(GPA) 미회원국인 호주의 중앙정부, 지방정부 등에 대한 정부조달 시장 진출 확대가 기대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대외경제연구원, 산업연구원, 농촌경제연구원 등 6개 연구기관이 참여해 한·호주 FTA 협상결과를 반영한 경제적 영향 평가를 진행 중이다. 잠정적 분석으로 한·호 FTA 발효 후 10년간 GDP는 0.14퍼센트, 소비자 후생수준은 약 16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업부는 국내 피해산업에 대한 보완대책의 수립을 계획 중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호주와의 FTA 발효시 농축산업 등에서 피해가 예상됨에 따라 해당산업에 대한 국내 보완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호주와의 FTA뿐 아니라 지난달 타결된 한·캐나다 FTA까지 종합해 축산업 등 피해분야에 대한 경쟁력 제고 및 소득안정 방안을 수립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존 대책의 효과성을 점검해 필요시 보완하는 한편, 추가적인 경쟁력 제고방안 및 세제·제도적 지원방안을 이해관계자인 생산자단체 및 지자체와 지속 협의할 예정이다.
이후 이해관계자 협의 등을 거쳐 기재부·산업부·농식품부·해수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내 보완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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