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애플은 자기네 제품에 구현하지도 않은 특허권으로 소송했다.” “무슨 소리. 삼성이 사안을 호도하고 있다.”
삼성과 애플 간 2차 특허소송이 서서히 불을 뿜고 있습니다. 지난 주 양측은 세 차례 공판을 통해 공격 수위를 조금씩 높여가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2010년 스티브 잡스가 내부 주요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이 공개되는 등 ‘비하인드 스토리’도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사건을 보도하는 기자 입장에선 가장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지난 주 공방 중 가장 관심을 끈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애플의 특허권 활용 관련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 얘길 한번 해 볼까요?
◆초반부터 특허권 활용 여부 놓고 팽팽한 공방
발단은 삼성 측 변호인이 지난 1일(이하 현지 시간) 한 모두진술이었습니다. 당시 삼성은 애플이 ▲단어 자동 완성(특허번호 172)을 비롯해 ▲시리 통합 검색(959) ▲데이터 동기화(414) 등 세 개 특허권을 사용한 적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듣기에 따라선 “애플의 이번 소송은 특허괴물 행태가 비슷하다”고 해석될 여지도 있습니다.
당연히 애플 측은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결국 지난 2일 “관련 증거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루시 고 판사는 애플 요청을 기각했습니다. 대신 3일 오전 7시 30분까지 소명 자료를 제출하는 것만 허용했습니다. (아마 이 부분이 잘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이번 재판처럼 규모가 큰 소송은 판사가 양측 변호인들을 불러서 미리 쟁점 점검을 합니다. 쓸데 없이 논쟁 범위가 확대되는 걸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어쨌든 그 때 특허 활용 사례는 논의하기 않기로 확정했다고 합니다.)
삼성과 애플은 루시 고 판사의 방침에 따라 소명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삼성 자료는 완전히 밀봉돼 있고, 애플 측 자료는 핵심 내용이 조금 공개됐다고 합니다. 당연하겠죠. 애플은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 밝히는 게 유리할 테니까요.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에 보도된 내용을 잠깐 살펴볼까요? 일단 애플은 414 특허권은 아이폰 초기 모델에 활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단어 자동완성 관련 172 특허권은 일본, 중국을 비롯한 비영어권 키보드에 적용돼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통합검색 관련 959 특허권은 iOS6에 적용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애플이 이걸 입증하는 게 간단치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문제가 된 특허권은 전부 소스코드에 적용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일반인들이 직접 확인하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특허권 활용 쟁점이 생각보다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많다고 보는 건 이 때문입니다. 물론 루시 고 판사가 활용 사례를 배심원들에게 제시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에 법정에서 이 문제로 공방을 벌이진 못합니다.
이번 소송은 1차 특허 소송과 많은 부분이 다릅니다. 가장 큰 차이는 핵심 쟁점이지요. 잘 아시는 것처럼 1차 소송 때는 디자인과 유저 인터페이스(UI)가 쟁점이었습니다. 눈에 확 들어보는 부분이죠.
반면 이번엔 소프트웨어 특허권이 쟁점입니다. 간단하게 눈에 보여줄 수 없는 것들입니다. 이럴 경우 방어하는 측보다는 공격하는 쪽이 훨씬 더 어렵습니다. 대개는 공격하는 쪽이 입증 책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프트웨어 특허 근본에 대한 성찰로 이어질 수도
삼성은 앞으로도 계속 애플 특허권 활용 관련 부분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겁니다. ‘무분별한 소프트웨어 특허권 남용’이란 쪽으로 초점을 맞출 겁니다. 지금까지 전개된 상황을 보면 삼성의 전략은 크게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즉 ▲애플이 자신들도 쓰지 않은 특허권을 소송을 했으며 ▲이번 소송은 삼성 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진영 전체를 겨냥한 것이다는 주장입니다.
반면 애플은 어떻게든 삼성의 공세를 차단하길 원할 겁니다. 무엇보다 애플은 이번 소송이 안드로이드 진영과의 전면전으로 비춰지는 걸 경계하고 있습니다. 이미 애플은 첫날부터 “특허 침해 단말기를 만든 건 삼성”이라고 못박았습니다.
물론 변수는 많습니다. 애플 쪽에선 삼성이 '무분별한 카피캣'이란 점을 계속 부각시킬테니까요. 실제로 애플은 지난 4일 '밀어서 잠금 해제' 특허를 침해한 정황을 담은 삼성 내부 문건을 공개했습니다. 애플인사이더에 따르며 그 문건에는 삼성의 유럽 디자인 팀 쪽에서 '밀어서 잠금 해제' 기능 도입을 촉구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에 맞서는 삼성의 전략은 뭘까요?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특허권'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이 많아 보입니다. '밀어서 잠금 해제' 같은 경우 특허권의 유효성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킬테지요. 그리고 다른 특허권들은 애플이 자기네 기기에 제대로 구현하지도 않은 기술이라고 반박할테구요.
그래서 전 이번 소송이 특허권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특허와 관련한 중요한 질문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이를테면 "특허란 과연 무엇인가, 소프트웨어 특허는 어디까지 보호해줘야 할까" 같은 질문입니다.
1차 소송은 삼성이 카피캣이냐는 부분이 쟁점이었습니다. 반면 이번 2차 소송은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건드릴 가능성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진행되는 상황을 놓고 보면 그런 전망이 대체로 맞아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번 주 공방이 기다려집니다.
김익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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