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움츠렸던 개구리가 더 멀리 뛴다. 미래에셋증권이 그렇다. 몇 년간 치열한 구조조정을 거쳐 군살을 덜어내고 근육을 키운 미래에셋증권은 이제 근육질 몸매와 탄탄한 체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다.
2013년 회계연도(2013년 4~12월)에 688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증권업계 2위를 기록한 미래에셋증권은 2013년을 바닥으로 올해는 전년 대비 두 배 가량 순이익이 훌쩍 뛰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자산관리' 집중형 몸짱 증권사 변신
미래에셋증권의 강력한 무기는 '자산관리'다. 교보증권의 박혜진 애널리스트 표현을 빌면 '회사의 모든 역량이 자산관리에 집중'되어 있다.
그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수수료 이익 중 자산관리 비중은 36%로 다른 증권사에 비해 꽤 높다. 자산관리 분야의 또다른 강자인 삼성증권의 수수료 이익 중 자산관리 비중이 19.5%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이는 미래에셋증권에 ▲자산관리 수수료에 선취형(판매시점에 수수료를 한번 받는 방식)이 아닌 Fee(컨설팅 등에 따른 꾸준한 보수)를 기반으로 하는 상품이 많고 ▲영업점 평가모델 80~85%가 자산관리 중심이며 ▲78개 모든 지점이 PB(프라이빗뱅킹)구조로 이뤄져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됐다(2014년 3월말 현재).
박 애널리스트는 "증권업계 성장이 둔화되고 있지만 자산관리 시장은 브로커리지의 부진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미래에셋증권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봤다.
그 이유로 그는 우선 미래에셋증권이 운용하는 자산의 수익구조가 다각화됐다는 점을 꼽았다. 부동산, PEF(사모펀드), 특별자산, 재간접 등에 고루 분포돼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더불어 해외 네트워크 구축 등 다양한 상품개발에 집중한 결과로 풀이됐다. 주식, 채권 등 국내 기초자산의 수익률은 거시경제 불확실성 때문에 상승폭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그러나 미래에셋증권의 강한 해외 네트워크는 중위험 중수익 구조의 안정적 수익창출을 지원하는 단단한 기반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은퇴자산 규모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도 미래에셋증권에 긍정적인 환경으로 거론된다. 수치만 놓고 보면 현재 퇴직연금 분야 1위는 HMC투자증권이다. 그러나 HMC는 적립금 대부분이 모기업인 현대자동차 그룹 및 계열사위주로 돼 있어 HMC를 제외하면 미래에셋증권이 실질적인 퇴직연금 분야 점유율 1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시각이다.
미래에셋증권의 고객 중 HNWI(초고액자산가) 고객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 받는 요소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현재 미래에셋증권의 HNWI 고객 수는 5만8천여 명으로 전체고객자산에서 48.5%를 차지한다.
"특히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4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인하됨에 따라 비과세 상품에 대한 VIP고객의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연금저축, 변액보험 등 다양한 비과세 상품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HNWI고객의 유입은 지속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그룹의 장기적 투자
미래에셋증권의 변신이 가능했던 데에는 자산관리에 초점을 맞춘 미래에셋그룹의 문화와 안정적인 오너 체제라는 점도 중요한 배경이다.
오너인 박현주 회장이 이끄는 미래에셋은 금융전문그룹이다. 자산운용, 증권, 생명 등의 계열사로 이뤄져 있다. 현재 그룹 전체의 비전 자체가 '고객자산관리'로, 일관된 경영철학을 밀고 있다.
교보증권의 박 애널리스트는 "해외법인, 해외시장 개척은 초기비용 및 매몰비용이 크고 BEP(손익분기점)까지 끌어올리는 데 몇 년이 걸려서 CEO의 확고한 의지 없이는 성공하기 힘든 사업"이라며 미래에셋증권에서 단기적 성과위주가 아닌 장기적인 목표추구가 가능했던 배경을 설명했다.
◆발 빠른 구조조정으로 근육질로 거듭나
미래에셋증권은 현재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관리하는 자산관리회사다. 랩, ELS(주가연계증권)/DLS(파생상품연계증권), 소매채권 등 상품 라인업도 다각화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자산관리 수익에서 펀드 판매수익은 50%까지 낮아졌고 대신 신탁보수, 랩 관련 수익이 늘어났다. 브로커리지 수익은 순영업수익내 비중이 20% 미만으로, 절반 이상인 곳이 수두룩한 다른 증권사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
과거의 미래에셋증권이 펀드 판매로 유명했음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2007년까지만 해도 자산관리 수익내에서도 펀드판매 수익이 약 90%를 차지했을 정도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이던 2007년까지는 이 같은 펀드 판매 위주 전략이 먹혔다. 그러나 리만 브라더스 파산과 함께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이 얼어붙자 펀드의 인기는 뚝 떨어졌다. 게다가 업계의 과열경쟁, 온라인·스마트폰이 떠오른 시대적 변화는 증권업계 전반에 찬물을 끼얹었다. 업계를 이끌던 미래에셋증권은 안팎의 시련에 직면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고심 끝에 2012년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다른 증권사들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던 시기에 한발 앞선 결단이었다. 주목할 부분은 단순히 사람을 자르는 식의 구조조정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고비용 구조인 지점 수를 줄였지만, 남은 지점은 자산관리에 집중하며 PB(프라이빗뱅킹) 영업을 강화하는 쪽으로 운영방식을 바꿨다. 인력은 정리가 아닌 재배치를 했다. 덕분에 직원들의 로열티와 회사 영업력 약화를 최소화시킬 수 있었다. 그 대신 허리띠를 졸라맸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새는 판매관리비를 틀어막은 것이다.
키움증권의 서영수 애널리스트는 그런 미래에셋증권에 대해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성공적으로 사업모델을 고액자산가 중심 자산관리형 증권사로 재편해 이익 안정성이 높은 증권사로 탈바꿈했다"며 "위기를 기회로 활용했다"고 평가했다.
고객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미래에셋증권의 IB(투자은행) 사업과 뛰어난 자기자본 활용 능력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삼성증권의 장효선 애널리스트는 "미래에셋증권의 IB 수익 구조는 타사와 달리 부동산 PF 관련 구조화금융에 특화해 차별화돼 있고, PI(자기자본 투자) 부문도 핵심경쟁력"이라며 "PI 부문은 사업 특성상 높은 위험노출도가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하긴 하지만 확고한 오너체계를 바탕으로 한 일관성 있는 자기자본 활용은 부진한 업황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는 완충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적극적인 자기자본 투자 사례로는 ▲2011년 산업은행·휠라코리아 등과 함께 골프용품 세계 1위 브랜드인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아큐시네트 인수(2013년 70억원 배당액 수령) ▲2006년 상하이 푸동 빌딩 투자 ▲2010년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 센터원빌딩 투자 등을 들 수 있다.
◆앞으로의 전략은?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사업 전략으로 "고령화에 따른 연금화 사회를 맞이해 자산관리 경쟁력을 강화하고, 연금은퇴시장에서의 확고한 우위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산관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이미 작년 12월에 자산배분센터를 출범한 바 있다. 고객 자산배분 기획기능과 금융상품기획 및 운용 기능을 통합해 최적의 자산배분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포석이다.
글로벌 컨슈머 상품, 브라질 부동산투자신탁 상품, 해외채권 상품 등을 발굴해 국내에 공급했던 미래에셋은 그룹의 장기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차별화된 글로벌 투자상품도 계속 소개할 계획이다.
지난 3월 개인연금 자산 1조원을 돌파한 미래에셋증권은 상품 판매를 넘어 은퇴설계 시스템 제공, 은퇴교육 등 다양한 은퇴 솔루션 제공에도 힘쓴다는 방침이다.
이혜경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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