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미기자] 카카오의 유료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가 이달 9일 출시 1년을 맞는다. 카카오페이지는 모바일 콘텐츠를 유료로 사고파는 오픈마켓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카카오페이지 출시 당시 "수익을 내는 100만 명의 파트너를 만들겠다"며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초반 성적은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사실상 실패라는 말도 나돌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카카오페이지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장르소설과 만화 등 일부 콘텐츠들이 흥행을 보이면서, 업계는 콘텐츠 유료화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진한 시작
유료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는 업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등장했다. 국내외 사용자 수 4천만 명을 넘는 '카카오톡', 게임 업계의 지형을 바꾼 '카카오 게임하기' 뒤를 이어 선보인 카카오의 서비스였던 만큼 카카오페이지의 시작은 모바일에서 콘텐츠 자체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였다.
이 같은 바람을 방증하기도 하듯 카카오페이지는 개장하기도 전 웹툰, 소설, 음원 등 8천개의 콘텐츠가 등록됐다.
하지만 업계의 이러한 기대와 달리 콘텐츠 유료화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들에게 반응은 냉담했다.
카카오페이지 평균 이용률은 1.0%, 일일 방문자는 초기 1만명 수준에 불과했다. 출시 직후 입점한 업체에 따르면 일 매출 1위를 기록하는 곳의 수익은 2만~3만원에 그쳤다. 하루 매출이 2천원만 돼도 매출 상위 100위권 안에 진입하는 등 기대 이하의 매출을 올렸다.
이용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입점 업체들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추가 콘텐츠 업로드를 하지 않겠다는 업체도 생겼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1%밖에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의 발판 마련?
상황이 이러하자 카카오는 서비스시작 5개월만인 지난해 9월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유료 콘텐츠시장을 만드는 것에 1차 목표를 뒀던 데에서 우선 사용자를 확보한 뒤 유료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이를 위해 우선 대중에게 잘 알려진 장르소설과 만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또 카카오페이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카카오톡 내에 바로가기 섹션을 도입하고, 결제 방식도 초코라는 가상화폐를 빼고, 캐시로 이용권을 사는 식으로 좀 더 편하게 바꿨다. 콘텐츠의 최소 가격도 500원에서 100원으로 낮췄다.
그러자 성과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게임 판타지 소설 '달빛조각사'는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출시된 지 한 달 만에 매출 1억 원을 달성했다. '달빛조각사' 41권부터는 아예 종이책보다 카카오페이지에 먼저 공개 중이며, 현재도 하루 수백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앱 통계 서비스 업체 앱랭커가 최근 스마트폰 사용자 10만명을 패널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카카오 페이지의 일일 방문자도 초기 1만 명에서, 최근에는 20만 명을 넘어섰다. 다운받은 수도 800만 건까지 올라섰다.
사용자수가 늘면서 콘텐츠 업체들의 제휴도 초기 400개 업체에서 현재 800개 업체로 늘었다. 이에 따라 소설, 음원, e북 등의 콘텐츠도 20만개로 증가했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콘텐츠 산업은 영화나 음악처럼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달빛소나타'의 성공 이후 카카오페이지는 중소형 콘텐츠 업체에게 작품만 확실하다면 얼마든지 수익날 수 있는 새로운 유통 플랫폼으로 생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 3월부터는 콘텐츠를 지금보다 더 부담 없이 소비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콘텐츠를 대여 방식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콘텐츠 구매 시 소유권이 인정돼 계속해서 해당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가격이 비쌌다. 대여권은 일정기간 콘텐츠를 제공받고, 이후에는 소멸된다. 하지만 가격은 소유권의 절반 수준이다.
이달부터는 카카오 게임하기의 하트와 같이 가상의 시간 단위를 제공할 계획이다. 가상 단위를 소모해 연재물을 무료로 읽고, 하루 정도 지나 하트가 채워져야 다음 회를 읽을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속적인 서비스 개편으로 편의성을 높이면서 '달빛소나타'와 같은 의미 있는 결과를 내는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처음 서비스를 출시할 때 예상했던 것 보다는 시간이 더 걸리고 있지만 모바일 유료 콘텐츠 시장 조성과 상생의 100만 파트너를 만들겠다는 당초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달빛조각사'의 성공으로 최근 작가와 출판사에서 다시 카카오페이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이지만 웹툰과 장르소설에 치우쳐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게임 아이템 구매가 보편화 됐듯 콘텐츠 시장도 여전히 성장 가능이 높은 만큼 아직은 좀 더 지켜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은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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