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혜정기자] 프로젝터로 유명한 엡손이 '모베리오 BT-200'으로 스마트 안경 시장에 선전포고 했다. 구글이 시제품을 공개하고, 삼성전자가 스마트 안경 관련 디자인 특허를 등록을 완료한 상황에서 이같은 발빠른 행보는 눈길을 끈다.
엡손은 지난 2012년에도 BT-200의 전작 '모베리오 BT-100'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때까지 제품은 영상 콘텐츠를 즐기기에 적합한 기기에 그쳤다. 그러나 이번 신제품은 카메라와 블루투스를 탑재하고, 미러캐스트 기능을 지원하는 등 전작보다 '똑똑'해졌다.
5일 한국 엡손이 선보인 '모베리오 BT-200'을 보니 일반적인 안경보다는 스포츠 선수들이 쓰는 특수한 안경과 외관이 유사했다. 소니의 까만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와 달리 투명한 안경 렌즈도 눈에 들어왔다.
BT-200은 안경 다리에 0.42인치 초소형 LCD 패널이 내장돼 있고, LCD 패널의 광원이 빛을 쏘면 패널에 맺힌 영상이 하프 미러를 통해 반사돼 유리 소재의 안경 알에 맺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엡손의 프로젝터 기술이 집약된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안경을 끼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바탕화면처럼 몇 가지 아이콘이 있다. 콘트롤러의 터치패드를 두드리면 인터넷, 카메라 등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다. 콘트롤러에 안드로이드가 내장된 BT-200은 와이파이, 블루투스를 지원한다.
인터넷을 실행해 유튜브에 접속해봤다. 엡손은 스마트 안경이 2.5m 떨어져 있을때 40인치, 20m 떨어져 있을때 320인치 영상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눈과 영상의 거리가 그렇게 멀지가 않고, 해상도가 풀HD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960X540) 화질이 화사하다는 느낌은 주지 못했다.
인터넷 서핑이 가능하고, 간편하게 글도 작성할 수 있는 점은 흥미로웠다. 안경에 나타나는 키보드판을 터치패드로 활용해 누르면 메일도 보낼 수 있었다.
스마트 안경과 기존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의 차이점은 시스루 방식과 증강현실(AR)에 기반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구글글래스가 시제품을 통해 선보인 서비스도 특정 위치에 가면 관련 정보가 디스플레이에 나타나는 AR 기반 서비스였다.
BT-200도 시스루(see-through) 방식이기 때문에 스마트 안경의 중앙 스크린에 투사된 영상과 현실 세계를 동시에 볼 수 있다. 동영상을 보면 영상 바깥에 주변 테이블이 보이는 식이다.
스마트 안경에서 아직 AR에 기반한 서비스를 볼 수는 없었다. 엡손은 특정 장소에 가면 안경에 관련 정보가 나타날 수 있도록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다. 앱 개발사들이 스마트 안경을 위한 앱을 다양하게 제작할 수 있도록 앱스토어도 열 예정이다.
카메라 기능의 경우 안경에 비치는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로웠지만, 30만 화소로 화질이 아쉬웠다.
신제품에서 아쉬운 부분은 휴대성이다. 전작보다 무게가(약 88g)으로 60%가량 가벼웠지만 여전히 일반적인 안경보다 훨씬 무거웠다. 스마트 안경의 입력 장치인 콘트롤러는 유선으로 안경과 연결된다. 안경을 쓰고 유선 콘트롤러를 들고 다니기엔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BT-200의 가격은 70만원대로 저렴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을 수 있는 영화관이 필요한, 위치 기반 서비스를 즐기고 싶은 이용자에게 추천할만한 제품이다.
민혜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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