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경기회복 국면에 진입한 유럽을 찾아 현대·기아차의 유럽시장 전열 재정비를 강조했다.
정몽구 회장은 4일(현지시간)부터 현대·기아차 유럽 생산법인과 판매법인을 연이어 방문, 유럽 생산 및 판매전략을 집중 점검했다. 이어 6일에는 러시아 공장 생산현황을 살피는 등 3일간 4개국을 방문하는 강행군을 펼친다.
정 회장은 이번 방문에서 금융위기 여파로 6년간 판매가 큰 폭으로 감소했던 유럽 자동차시장이 올해부터 회복세 전환에 따른 경쟁심화에 직면했다고 진단하고,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것을 유럽 현지 임직원에게 당부했다.
◆현지 전략차종 품질 점검…"유럽시장에 뿌리 내려야"
정 회장은 먼저 "지난 6년간 유럽의 어려운 시장 환경에도 불구, 현대·기아차는 직원들의 위기극복 노력으로 두 자리 수 이상 판매가 증가했다"며 현지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이어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올해부터는 유럽 시장의 수요가 증대되고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과거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생산과 판매 전 분야에서 전열을 재정비해 새로운 경쟁을 준비하자"고 주문했다.
정 회장은 특히 "지난 6년이 판매를 확대하는 과정이었다면 지금은 이제까지의 성과를 유지하고, 기본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에 굳건히 뿌리를 내려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무엇보다 시장수요에 탄력적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체계를 강조하면서, 4일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과 5일 현대차 체코공장을 각각 방문해 유럽 현지 전략 차종들의 생산 품질을 확인했다.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 회장은 "생산 각 공정에서 품질에 만전을 기하고 시장 수요에 탄력적 대응체계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협력업체와의 적극적 소통을 통한 원활한 부품 공급 체계도 강조했다.
현대·기아차 현지 공장은 지난해 각각 30만3천대와 31만3천대를 생산하며 가동률 100%를 상회하는 생산실적을 나타냈다.
이어 정 회장은 5일 오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유럽판매법인을 들러 유럽 전략차종 개발 현황 및 판매 전략 등을 보고 받았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시장에서 선전한 차종들의 경쟁력을 재점검 하고, 신규 차종은 현지에 적합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제네시스의 성공적인 유럽 출시를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라"고 당부했다.
◆시장경쟁 가열…i20·쏘울 등 신차 출시 및 브랜드 이미지 강화 등 대응
현대·기아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물량 확대보다는 유럽 자동차 수요의 본격적인 회복에 대비해 중장기적 기초체력을 갖추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 유럽시장 판매목표도 지난해 판매대수인 74만대보다 1% 증가한 75만대로 책정했다.
현대·기아차의 이 같은 방침은 지난해 최저점을 기록한 유럽 자동차시장 수요가 올해부터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시장 회복 국면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실제 유럽자동차 시장은 2008년부터 6년간 지속적으로 판매가 감소해 지난해 1천374만대를 기록하며 최저점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2.9% 증가한 1천414만대로 반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유럽 산업수요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5개월 연속 전년동기 대비 플러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시장 회복 국면에 맞춘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의 시장 공세는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폭스바겐을 비롯한 주요 메이커들은 볼륨 차급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차급에서 집중적으로 신차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여개에 불과했던 신차가 올해는 20~30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회복되는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유럽업체들은 무이자 또는 저금리 할부 등 공격적인 시장 확보에 나서는 한편, 엔저의 혜택을 입은 일본 메이커들 또한 인센티브 확대, 하이브리드 라인업 강화를 통해 늘어나는 유럽 시장에서의 일전을 예고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몇 년간 수요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던 PSA, 피아트 등 유럽 메이커들도 구조조정 및 효율화 등을 통한 체질개선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점유율 회복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시장상황과 격화되는 시장경쟁 속에서, 현대∙기아차는 현지전략 신차를 중심으로 판매 견인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현대차 신형 i10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유럽 최대 차급인 B세그먼트 신차 i20와 신형 쏘울을 유럽시장에 선보이는 한편, 상품성을 강화한 월드컵 스페셜 모델 등을 출시해 판매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또 딜러망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수 딜러를 적극 영입하고, 주요 대도시 및 도심을 중심으로 딜러망 개발에 적극 나서 수요 회복기에 대비한 판매망 확충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이밖에 시장 수요회복과 경쟁사의 할부금융 강화에 대응해 판매 금융부문의 활성화를 통한 판매 지원책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위한 전략도 계속해 나간다. 특히 현대·기아차가 공식 후원하고 있는 브라질 월드컵을 활용해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고, 올해 본격 출전한 월드랠리챔피온십(WRC) 대회를 통해 유럽 소비자들에게 고성능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아울러 세계 최초로 양산 체계를 갖춘 수소연료전지차의 유럽내 보급에 적극 나서 친환경 기술 분야 선도기업 이미지 구축에도 힘쓸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대·기아차는 급변하는 시장 상황을 기회로 삼은 경험을 다시 한번 살린다는 방침이다.
실제 현대·기아차는 지난 6년간 유럽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씨드, i30, i10 등 유럽전략 차종들의 선전과 직영체제 구축 등을 통한 위기관리 강화로 2007년 56만대에서 2013년 76만대로 판매가 36.1% 증가하면서 시장 점유율도 2007년 3.5%에서 2013년 6.2%로 늘린 바 있다.
◆러시아 현지전략 논의…전략차 출시로 판매확대
한편 4일과 5일 이틀간 유럽 내 생산·판매 법인을 둘러 본 정몽구 회장은 6일 러시아로 이동해 러시아 생산법인에서 현지 생산·판매전략을 숙의한다.
특히 정 회장은 올해 상반기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하는 쏠라리스 개조차의 양산 준비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쏠라리스는 현재 러시아 시장에서 판매 2위의 베스트셀링 모델로, 현대·기아차는 이 외에도 제네시스, 쏘울, 스포티지 개조차 등 전략차를 올해 출시해 러시아 판매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러시아 공장에서 생산되는 현대차 쏠라리스와 기아차 리오는 지난해 각각 11만3천991대와 8만9천788대가 판매되며 러시아 시장에서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 차종의 인기를 바탕으로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러시아시장이 5.5% 축소된 상황에서도 37만9천171대를 판매해 전년(36만1천616대) 대비 4.9% 증가한 실적을 거뒀다.
이에 앞서 정 회장은 5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위치한 현대·기아 유럽기술연구소를 방문해 유럽 전략 차종 개발 현장을 점검하기도 했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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