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 내에서 '박심(朴心·박근혜 대통령의 의중)'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 텃밭인 영남 등 치열한 공천 경쟁이 예상되는 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친박 실세들이 앞다퉈 '박근혜 마케팅'에 나서면서다.
'박심' 논란의 시발점은 부산이다. 부산시장 출마를 결심한 서병수 의원은 지난달 말 언론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자신을 부산시장 적임자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또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국회의원 및 원외 당협위원장 만찬에서도 '부산에서 잘 하고 계시죠'라고 안부를 물어왔다고도 했다.
이에 역시 부산시장 출마를 선언한 박민식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을 가까이서 모셨다는 분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 때문에 대통령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것처럼 보여 영 마음이 편치 않다", "박심 운운하는 것은 부산시민들에게도 당당한 모습이 아니다"라고 비판하면서 '박심' 논란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서 의원 외에도 울산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정갑윤 의원, 인천시장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진 이학재 의원 등이 박 대통령과의 각별한 인연을 홍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진 차출론'으로 떠들썩한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청와대와 친박 주류가 밀고 있다는 설(說)이 나돌고 있는 터다.
이와 관련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 김 전 총리와 공천 경쟁이 예상되는 이혜훈 최고위원이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표출했다.
이 최고위원은 "최근 지방선거에 거론되는 후보와 관련해 한 관계자, 고위 인사 등 익명의 방패 뒤에 숨어 '청와대가 민다', '친박 주류가 민다' 등 박심 마케팅을 조장하는 사례가 있다"며 "만약 이들의 주장이 맞다면 박 대통령은 선거 중립 의무를 위반하는 공직자를 엄단하겠다고 공표해 놓고 뒤로 자기 입맛에 맞는 후보를 낙점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대통령을 겉 다르고 속 다르게 이중플레이 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욕되게 하는 사람들이다. 청와대나 당에서 일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동시에 철 지난 친이-친박 계파 갈등을 부추기고 당 분열을 자초해 지방선거 필패를 부르는 해당행위자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최고위원은 "혹시 은근히 이런 박심 마케팅에 기대 승산을 높여보려는 분들이 있다면 그런 분들이야말로 뒤에서 권력자를 파는 것으로 공직 선거에 나올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도 쓴소리를 했다.
'박심' 논란에 대해 청와대는 "선거는 당이 치르는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박 대통령도 원칙적으로 당내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 분명하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과거 사례에 비쳐 '박심'의 실체가 있다는 시각이 대다수다.
박근혜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이 선출된 점, 박 대통령이 비상대책위원장이던 2012년 5월 원내대표 경선 당시 이한구 원내대표 후보의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출마한 진영 의원의 지역구를 방문하면서 '이한구-진영' 조가 선출된 점 등이 그 예로 꼽힌다.
이번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서도 '박심'이 작용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친박 핵심 인사들이 지방선거 출마 의사를 표명한 점에서 경선이 마무리될 때까지 '박심'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제공=청와대>
윤미숙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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