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기자] 삼성전자, 구글, 시스코 등 글로벌 IT공룡들이 잇따라 특허 공유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6일 삼성전자는 시스코와 상호 호혜 원칙에 따른 광범위한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은 삼성전자와 시스코가 기존에 갖고 있는 특허는 물론, 향후 10년간 출원되는 특허까지 포함하게 된다.
구글도 이날 시스코와 포괄적 크로스라이선스를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앞선 지난달 27일 삼성전자와 구글도 특허 공유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구글-시스코-삼성전자에 이르는 강력한 아군이 형성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에도 1년여간 특허 소송을 벌여온 에릭슨과도 특허공유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같이 최고의 글로벌 IT 경쟁력을 갖춘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특허로 협력하는 움직임에 관련 업계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분쟁의 여지를 줄이고 특허 동맹에 적극 가담하고 있는 것이다.
◆"특허 분쟁 줄이고 혁신 나서자"
글로벌 IT기업들이 특허 공유에 나선 것은 세계적으로 무차별 제기되고 있는 특허 분쟁을 줄이고 기술 개발 및 경쟁력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는 특허전문업체(NPE; Non-Practicing Entity)의 무분별한 특허 소송으로 인해 제조업체들의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일부 제조기업들은 특허 소송을 악용해 경쟁사에 무리한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경쟁사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 심지어는 보유 특허를 NPE에 매각해 경쟁사를 공격하는 등 선의의 기술 경쟁이 아닌 법정 싸움에 경쟁력을 소모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 소송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제품 가격을 상승시키는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으며, 기업들이 혁신보다는 소송에 집중하게 만들어 산업계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방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구글, 시스코와 같은 공룡 기업들은 서로간 공유를 하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이해 타산이 맞아떨어진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최근 들어 크로스라이선스에 가장 적극적인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내 특허 출원 건수는 지난 2006년부터 2013년까지 IBM에 이어 8년 연속 2위를 기록하고 있는 등 특허 몸집 불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 NPE 등과의 소송으로 매년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출하고 있어 견제보다는 아군을 형성해 공동 대응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IP센터장 안승호 부사장은 "크로스라이센스 체결은 불필요한 경쟁보다 협력을 해 더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것으로, IT 업계에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구글도 이날 시스코와의 계약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이와 유사한 형태의 계약에 관심있는 기업이라면 어디라도 협상을 환영한다"고 밝혀 필요하다면 아군을 적극적으로 늘려가겠다는 전략을 널리 알렸다.
시스코의 특허 담당 부사장 댄 랭은(Dan Lang)은 "최근 지나친 소송전으로 혁신이 제약당하고 있다"며 "이번 계약을 통해 시스코와 삼성이 이러한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혁신을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강력대응에서 특허연대로 전략 수정, 왜?
"가장 비생산적인 혁신이 바로 특허 소송이다."
다이슨과의 청소기 소송, 애플과 스마트폰 특허 소송 등으로 몸살을 앓던 지난해 11월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부문 사장이 한 말이다.
그 동안 특허 소송에서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을 들여 강력대응을 해온 삼성전자조차 소모적인 분쟁을 지양해야 한다는 속내를 보인 것이다.
삼성이 구글에 이어 시스코와 전방위적인 특허 계약을 체결한 것은 향후 '존재 가능한 위협'을 사전에 방지해 특허 경쟁력 강화를 지속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양사는 구글 사례와 마찬가지로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강화할 뿐 아니라, 광범위한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을 통해 잠재적인 특허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스코 또한 IT 선두업체인 삼성전자의 라이센스를 확보해 잠재적 특허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성이 있어, 이번 계약은 양 사 간의 이해 관계가 일치해 추진된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 구글, 시스코가 보여준 평화로운 특허 라이센스 협상은 이러한 소송에 대해 모범적 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특허조사업체 IFI 클레임 페이턴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13년 미국 특허 출원 건수 2위를 기록했다. 지난 2011년 4천894건, 2012년 5천81건, 2013년 4천676건 등 꾸준히 업계 최다 수준의 특허를 출원해오고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특허가 중요성이 강조되던 2010년 특허관련 조직을 개편, 종합기술원 산하에 있던 IP센터를 CEO 직속 조직으로 편입시킨 바 있다. 2005년 250여 명 수준이던 특허 인력도 2013년 500여 명으로 늘렸고, 변호사와 변리사를 포함한 IP 전담 인력을 지속 확충하고 있다.
김현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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