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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기업 울리는 '이상한 병역특례'


"대기업 아니면 우수 대학 청년들은 구경도 못하나"

[강현주기자] 벤처기업 A사는 지난 2013년 10월 신규 병역특례 대상 업체로 지정됐다는 희소식을 들었다. A사는 자사 업무에 최적화된 지식과 기술을 갖춘 인턴사원 대학생 B씨를 병역특례 대상자로 채용할 계획이었다. 이미 핵심인력이 된 B씨와 앞으로도 계속 함께 회사를 운영해 나갈 생각에 든든했다.

하지만 두 달 후인 지난 12월 A사는 B씨가 병역특례를 받을 수 없어 군대에 가야 한다는 소식을 접해야 했다. 특례 대상자로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졸업생만 배정돼 대학생인 B씨는 채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A사의 사례처럼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를 지원하고자 마련된 산업기능요원제도(이하 병역특례)가 벤처 채용에 도움은 커녕 오히려 인재들의 대기업 편중만 심화시킨다는 지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실적으로 필요한 인력은 관련 전공 대학생"

다수의 벤처기업 관계자들은 올해 신규 병역특례 취업자 인원 편성(TO)이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졸업자로만 배정됐다고 한숨지었다.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졸업자들도 유능한 인력임에 틀림 없지만 컴퓨터공학 전공자 등 IT 관련 학과 대학생들이 절실하던 기업들로서는 아쉬움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IT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게임, 소프트웨어, 콘텐츠, 소셜서비스 등의 IT 기반 스타트업들에겐 전공 대학생에 대한 갈증이 누구보다 큰 것이 사실. 벤처기업들은 병역특례를 통해 필요한 인재들을 부담이 적은 인건비로 채용할 수 있었고 이들이 졸업한 후에는 군 면제를 받은 이들을 핵심인력으로 채용할 수도 있었다.

벤처 창업을 꿈꾸는 대학생들도 현장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병역특례 제도를 선호해 왔다.

하지만 병무청은 올해 신규 병역특례 인원을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졸업생들로만 배정했다.

올해 신규 병역특례 업체로 지정된 A사 대표는 "벤처기업들은 매년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는 우수 대학생들을 병역특례로 채용할 수 있었으나 대학생들이 특례에서 배제되면서 우수 대학생들과 벤처기업의 거리는 멀어졌다"고 지적하며 "고학력 인력의 대기업 편중이 더 심화될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고졸자들 가운데서도 우수한 인력들이 많지만 평균적으로 사회 경험이 조금이라도 많은 인력이 당연히 업무 적응에도 덜 미숙하고 IT 지식과 기술도 특성화고 졸업생보단 관련 전공 대학생들이 뛰어난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병역특례 신규 지정 업체 B사 대표도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력은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자들이라 컴퓨터공학 전공 대학생들이 가장 잘 맞다"고 설명하며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가 가르치는 특화 분야에서는 컴퓨터공학과 관련 없는 분야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성화고 전공 과목에 소프트웨어 개발이 있지만 같은 과목이라도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교육에 수준차이가 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며 "현실적으로 관련 전공 대학생들이 고등학생들보다 수학을 잘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창업 지망 대학생들의 벤처 체험 기회 앗아가"

병무청의 조치를 두고 정부가 '창조경제'를 강조하면서 창업을 장려하는 기조와는 모순되는 행동을 했다는 지적도 있다.

벤처 기업의 한 관계자는 "고졸자 취업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대학생을 전부 배제시키면 역차별이 되고 청년들의 기업 및 창업에 대한 관심도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창업 지망생들에게 지원금을 주는 것도 좋지만 돈보다 훨씬 큰 도움은 병역특례로 벤처 기업 현장 경험을 쌓고 군면제도 받게 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렇고 보니 "병무청이 병역특례 대상자 선정을 특별한 원칙 없이 시행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그나마 일각에선 병무청이 오는 2016년에 병역특례를 폐지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얘기도 돌고있어 벤처기업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병무청 관계자는 "산업기능요원의 효율적 운영과 고졸 취업 문화 확산을 위해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 졸업생을 우선 배정한 것이며 바꿀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강현주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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