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삼성이 2차 특허 소송 시작 전부터 불리한 판결을 받았다. 핵심 공격 무기 중 하나를 ‘압수 처분’ 당했다.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와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의 루시 고 판사는 21일(이하 현지 시간) 삼성이 애플의 ‘단어 자동 완성’ 관련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약식 판결을 내렸다.
고 판사는 또 삼성의 ‘멀티미디어 동기화 관련 특허권’에 대해선 무효 판결을 했다.
약식 판결은 재판 당사자들의 요구로 통상적인 사실 심리 절차를 생략하고 재판부가 바로 결론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이번에 삼성과 애플은 각각 쟁점 특허권 5개에 대해 모두 약식 판결을 요구했다.
◆5개 특허 중 '멀티미디어 동기화' 무효 판결
지난 2012년 초 애플의 제소로 시작된 2차 특허전은 오는 3월31일 본격 개막된다. 이달 30일로 예정된 판매금지 관련 공판과는 별개 사안이다.
이번 소송은 애플이 처음 소송을 제기한 이래 계속 상황이 변화해 왔다. 공방이 진행되는 와중에 신모델이 속속 출시되면서 대상 제품도 계속 바뀌었다. 결국 재판부는 지난 해 9월 양측에 ▲특허권 5개 ▲공격 대상 제품 10개로 제한하라고 통보했다.
법원 명령에 따라 애플은 ▲단어 자동 완성(특허번호 172)을 비롯해 ▲여러 종류 데이터 중 특정 데이터를 구분해서 실행할 수 있는 데이터 태핑 특허(647) ▲시리 통합 검색(604) ▲데이터 동기화(414) ▲밀어서 잠금 해제(721) 특허권을 공격 무기로 선택했다.
반면 삼성은 ▲멀티미디어 동기화(757) ▲디지털 이미지 및 음성 기록 전송(449) ▲원격 영상 전송(239) ▲업링크 패킷 데이터 전송 정보(596) ▲부정기 데이터 전송(087) 등 5개를 선택했다. 이중 596 특허권과 087 특허권은 필수 표준특허로 분류된 것들이다.
루시 고 판사는 이 중 애플의 172 특허권의 효력을 인정하는 대신 삼성 757 특허권에 대해선 무효라는 판결을 한 것. 이에 따라 2차 특허 소송에서 애플은 핵심 공격 무기 5개를 그대로 유지한 반면 삼성은 4개 특허권을 갖고 싸워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결과적으로 오는 3월31일 시작될 2차 소송 배심원들은 삼성과 애플 특허권 4개를 놓고 침해 여부를 평결하게 됐다. 애플의 단어 자동완성 특허권은 삼성이 특허 침해한 것으로 판결난 반면, 삼성의 757 특허권은 무효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두 회사 CEO 협상에도 영향 미칠 듯
루시 고 판사가 삼성 스마트폰이 애플의 ‘단어 자동완성’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한 부분은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 뿐 아니라 다른 안드로이드 폰들 역시 같은 혐의를 쓸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단어 자동 완성’ 기능은 엄밀히 말해 삼성 같은 단말기 업체 책임이 아니다. 구글이 제공한 안드로이드의 핵심 기능에 속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책임은 구글에 있다는 얘기다.
디자인과 인터페이스가 핵심 쟁점이었던 1차 소송과 달리 이번 소송은 삼성 뿐 아니라 구글도 주요 당사자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루시 고 판사의 이번 판결은 조만간 시작될 두 회사 최고경영자(CEO) 간 법정 밖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미 ‘반복제 조항’을 요구하고 있는 애플이 더 강경한 자세로 나올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포스페이턴츠는 “애플이 (자그마한) 승기를 잡았기 때문에 (협상 타결을 위해선) 삼성이 좀 더 많은 것을 들고 나와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익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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