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나영기자] 시청자들의 TV 시청행태가 실시간 방송에서 다시보기로 옮겨가면서 개인용 디지털 비디오 녹화서비스(PVR)가 부상하고 있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PVR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성장하고 있는 주문형비디오(VOD) 시장에도 새로운 위협이 생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8일 KT스카이라이프는 클라우드를 활용한 PVR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기존 한정된 용량의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용량이 큰 고해상도(HD) 방송을 원활하게 녹화할 수 있다. 또한 별도의 하드디스크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CJ헬로비전 역시 2월에 스마트 케이블TV에 PVR 기능을 강화해서 내놓는다. CJ헬로비전은 현재 서비스하고 있는 320GB의 하드디스크 용량을 대폭 늘린다. 스마트케이블 PVR 용량은 500GB~1테라바이트(TB)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유료방송사업자들도 PVR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이 PVR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최근 시청자들의 TV 시청행태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시간 방송 위주로 TV를 시청하던 기성세대와 달리 VOD를 즐겨보는 20~40대 젊은 층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VOD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IPTV 이용행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IPTV 가입가구 구성원의 VOD 이용률은 33.5%로 매우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 30대의 VOD 이용률은 40.3%, 44.5%를 차지했다. 디지털 케이블TV의 경우에도 VOD 이용률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VOD 이용비율은 30대가 14.9%, 40대가 12.4%를 차지했다.
VOD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VOD 가격에 대한 장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해 지상파 방송사들은 유료방송 플랫폼의 VOD 무료 다시보기(홀드백) 기간을 1주에서 3주로 연장했다. 이용자들은 3주를 기다리지 않으면 돈을 내고 VOD를 구매해야 하는데 편당 700원~1천원 수준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정액제로 이용해도 지상파와 케이블방송을 자유롭게 보기 위해서는 월 2만원 이상의 고정비용이 지출된다.
반면 PVR은 저렴하게 VOD와 유사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 KT스카이라이프에서 과거 제공하던 PVR서비스(SD급)는 부가서비스 형태로 약 2천원~3천원 정도의 추가비용만 발생한다. 새롭게 출시되는 상품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PVR 서비스 이용방법도 편리하다. 아날로그 녹화 시스템(VCR)은 실제 방송시간에 맞춰 녹화를 하고 비디오테이프를 교체하는 등 불편함이 많았지만, PVR의 경우 편성표를 통해 원하는 프로그램의 녹화를 간편하게 예약할 수 있고 시리즈물은 자동을 예약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스마트폰 등을 통해 원격으로 예약까지 가능하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저렴한 가격에 VOD와 유사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 편"이라며 "보다 향상된 PVR 서비스가 출시된 만큼 더 많은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클라우드 PVR 서비스를 비롯한 관련 서비스가 활성화 될 경우 저작권 문제도 수면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PVR 서비스는 개인의 하드디스크에 콘텐츠를 저장하는 형태로 법적으로 분쟁의 소지가 없지만, 클라우드의 경우 개인이 보유한 장치가 아닌 서버에 저장을 하는 형태기 때문에 법적인 분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미래연구소 이종관 박사는 "우리나라 저작권에서 개인이 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콘텐츠의 복사는 용인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클라우드의 경우 개인 저장장치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있어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VOD 시장이 폭증을 하기 위해서는 재이용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PVR은 이용자들이 VOD를 구매하지 않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어 콘텐츠 제공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수 있다"며 "실시간 방송의 이탈자가 늘어날수록, PVR 서비스가 활성화 될수록 지상파와 일반PP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나영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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