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구글의 다음 타깃은 역시 자동차였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로 모바일 강자로 변신한 구글이 또 다른 야심을 드러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된 소비자 가전 전시회(CES)에서 세계 유력 자동차업체들을 동맹군으로 끌어들이는 수완을 과시했다.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구글은 6일(현지 시간) 아우디를 비롯한 주요 자동차 업체들과 열린자동차연합(OAA)을 결성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OAA에는 구글을 비롯해 GM, 혼다, 아우디, 현대 등 세계 유력 자동차 4개개사가 참여했다. 여기에 그래픽카드 전문업체인 엔비디아까지 가세하면서 동맹군을 형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OAA는 앞으로 안드로이드를 자동차용으로 최적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들은 연내에 안드로이드 차량제어 시스템이 융합된 첫 번째 자동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1980년대 인기 외화 '전격Z작전' 현실화될까
여기서 잠시 시간을 30여 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때는 1982년. 미국 NBC 방송사는 ‘Knight Rider’ 란 드라마를 선보였다.
1986년까지 계속 방영된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었다. ‘키트’란 인공 지능자동차가 사실상의 주인공 역할을 담당했다.
이후 ‘전격 Z작전’이란 제목으로 한국 안방극장까지 진출한 이 드라마는 1980년대를 살았던 수 많은 이 땅의 꼬마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다. 위험에 빠진 주인공이 “키트, 키트”라고 외치면 어디선가 달려와 구해주는 멋진 자동차.
물론 영화 속에서나 접할 수 있는 꿈 같은 얘기였다. 하지만 30년 세월이 흐르면서 ‘있음직한 꿈’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
구글이 중심에 선 OAA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안드로이드란 운영체제를 장착한 똑똑한 자동차. 비록 영화에서처럼 저절로 움직이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스마트폰 못지 않은 스마트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게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다.
스마트 자동차 시장 쪽에 눈을 돌린 건 구글 뿐만이 아니다. 모바일 시장에서 구글과 필생의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애플도 지난 해 자동차 시장 쪽에 깃발을 꽂았다.
애플은 지난 해 6월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을 동맹군으로 끌어들였다. 애플의 야심 역시 구글과 비슷하다. 자동차 계기판과 iOS 운영체제를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
◆애플-MS-인텔 등도 자동차 시장에 눈돌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올해 CES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바로 ‘기기로서의 자동차(car-as-gadget)’이란 개념이다. 이 개념은 ‘커넥티드 자동차’와도 일맥 상통하는 야심이다.
모바일 운영체제를 갖고 있는 애플이나 구글은 스마트폰에 이어 지구상 대중적으로 보급돼 있는 자동차 시장으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자동차업체들 역시 각종 소프트웨어를 현대화하는 작업은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거대 프로젝트다.
양측의 이해 관계가 딱 맞아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이번 CES는 2주 뒤 열리는 세계최대 자동차 전시회인 ‘디트로이트 오토쇼’를 무색케할 정도란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을 전해주는 블룸버그통신의 논조가 인상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자동차업체들은 그 동안 안전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기 때문에 최신 기기보다는 성능이 입증된 안정적인 기술을 선호해 왔다”면서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급속한 속도로 진화하면서 강한 압박을 느끼게 됐다”고 평가했다. 뒷좌석에 앉아 태블릿에 빠져 있는 고객들을 동맹군으로 끌어들이지 않고서는 한 단계 도약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스마트폰에 장착돼 있는 지도 서비스는 자동차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위협하는 또 다른 경쟁자였다. 이들과 소모적인 경쟁을 하기 보다는 손을 잡는 쪽이 훨씬 더 안전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자동차와 IT업계간 제휴가 없었던 건 아니다. 포드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마이포드 터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09년엔 BMW, GM 등이 인텔과 손잡고 제니비 연합을 결성하기도 했다. 리눅스 시스템을 자동차에 유기적으로 결합하자는 프로젝트였다.
◆스마트폰 시장 이어 자동차 시장의 멋진 승부, 결과는?
하지만 애플과 구글의 가세는 이전의 움직임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 둘은 모바일 시장의 강자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안드로이드로 전 세계 모바일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구글은 자동차업체들에겐 매력적인 파트너가 아닐 수 없다.
다양한 앱 생태계까지 결합할 경우엔 스마트 자동차로의 변신이 한층 더 빨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자동차는 스마트폰에 이어 첨단 IT 기술의 경쟁 무대로 될 것이란 결론을 자연스럽게 도출할 수 있다.
그 불을 지핀 게 바로 구글이 이끌고 있는 열린자동차연합인 셈이다.
구글, 애플 등이 자동차업체들과 추진하는 ‘전격Z작전’은 어떤 결실을 맺을까? 또 이들 중 누가 자동차 플랫폼의 최강자 자리를 차지할까? 이 질문은 2014년 IT 시장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김익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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