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과 취임 후 첫 회동을 가졌다. 지난 8월 10대그룹 총수를 초청 오찬을 함께했지만 전경련 회장단과 별도 자리를 만든 것은 처음이다.
더욱이 이날 간담회는 전경련 신축회관 준공식 참석에 이은 것. 대통령이 특정 경제단체 사옥 준공식을 찾은 것도 매우 이례적인 행보다.
전경련이 산업경제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이를 격려하는 차원이자 전경련과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남다른 인연도 한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은 생전 우리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됐다는 점에서 전경련을 각별히 챙겼다. 지난 1979년 옛 전경련 회관 준공식 당시에도 '創造(창조), 協同(협동), 繁榮(번영)' 친필 휘호를 선물할 정도. 준공식도 직접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행사를 앞두고 서거, 이뤄지지 못했다.
이후 딸인 박근혜 대통령이 전경련의 신축 사옥 준공식을 찾아 약속을 지킨 셈이 된 것. 전경련 회관 앞에 놓인 화강암 기념석에 담긴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를 마주한 박 대통령의 느낌도 남달랐을 것이다.
이날 박 대통령은 기념사를 통해서도 "지난 반세기 동안, 전경련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온 대표적인 곳이었다"며 "어려운 시절, 제대로 된 산업기반 하나 없었던 1961년에 창립, 민간 경제계의 리더로서 각고의 노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데 큰 축을 담당해 왔다"고 치하했다.
이어 "그동안 세계적인 오일쇼크와 외환위기 등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경제 성장을 선도해왔고,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3년 연속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달성하는데 큰 역할을 해 온 곳이 전경련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또 "취임 후 기업인 여러분과 함께 해외수출시장과 산업현장을 같이 다니면서 생생한 현장의 모습을 보았다"며 "세계 곳곳에서 우리 기업인들을 만나고, 한국 기업을 소개하는 간판과 첨단 국산제품을 볼 때마다 자부심과 함께 여러분이 자랑스러웠다"는 소회도 털어놨다.
박 대통령이 직접 전경련과 재계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이날의 행보가 취임 이후 경제민주화 등 논의로 다소 경직되는 듯 했던 재계나 전경련에 힘을 실어주는 차원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 이날 박 대통령은 준공식 참석과 함께 회장단과 첫 간담회를 갖고 투자 및 일자리 창출, 창조경제 구현 등에 관한 의견을 직접 청취하기도 했다.
최근들어 그룹 주요 총수들이 잇달아 재판을 받는 등 재계는 물론 이를 대표하는 전경련의 위상도 급속히 위축되는 분위기였던 게 사실. 이날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1999년 이후 첫 전경련 행사에 참석한 것도 재계 구심점으로서의 전경련의 역할 회복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이에 따라 전경련도 한껏 고무된 분위기 였다.
이날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지난 50여년의 뜨거운 땀과 넘치는 열정으로 지금 우리 경제는 교역규모 8위, 경제규모 15위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뤘다"며 "그러나 여기서 멈출 것인지, 더 큰 미래로 나아갈 것인지 기로에 선 우리 경제에 다시 한 번의 기적을 위한, 미래 100년을 열어갈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며 재계와 전경련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 "전경련이 앞으로 그 역할에 더욱 매진, 창조경제와 국민행복의 시대 개막에 앞장서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박 대통령도 "정부도 여러분과 함께 우리 기업들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하고 기업 가치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힘껏 뒷받침하겠다"고 화답하고 "모든 경제주체들이 함께 상생의 경제를 만드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독려했다.
아울러 "투명한 기업 경영과 공정한 거래관행을 확립하고, 중소·벤처기업과 함께 신 기술, 신 산업, 신 시장을 만들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 주시기 바란다"며 상생과 동반성장에 대한 주문도 잊지 않았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현오석 경제부총리, 윤상직 산자부 장관, 김대환 노사정위원장, 한광옥 사회대통합위원장 등 정부 인사, 문진국 한국노총 위원장 등 사회각계 주요 인사 약 400여명이 참석, 전경련의 새출발을 축하했다.
또 회장단에서도 허창수 회장, 구본무 회장을 비롯해 조양호 한진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박용만 두산 회장(대한상의 회장),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홍기준 한화 부회장, 김 윤 삼양사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이준용 대림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류 진 풍산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등 회장단이 자리를 함께 했다.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참석하지 못한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일부 회장을 제외하고 모처럼 주요 그룹 회장 대부분이 함께 해 새롭게 위상을 다지고 나선 전경련의 새 출발에 기대를 보탰다.
박영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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