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정부가 발표한 증권업종의 M&A 촉진 방안에 대해 16일 증권가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이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15일 금융위원회는 다른 증권사를 인수하는 증권사에는 자본 규모에 따라 신규업무 라이선스를 내주고, 증권가의 BIS비율이라 할 수 있는 NCR(영업용 순자본비율) 적용 규제 완화 등을 제시했다. 또한 인수대상이 될 부실 증권사에는 적기시정조치 등 압박을 강화하기로 했다.
◆매수 유인책 "당근 부실해"
애널리스트들은 우선 '매수자' 쪽에 내놓은 정부의 당근이 약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신증권의 강승건 애널리스트는 "중소형 증권사 인수가 지지부진한 것은 국내 증권사들의 수익구조가 동일해 M&A를 해도 시너지가 전혀 없기 때문"이라며 "비용절감에 집중하는 현 국면에서는 (M&A가) 부담만 키우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당국의 구상대로 인센티브를 받은 증권사들이 종합금융투자업자가 돼 헤지펀드와 기업대출 사업에 진출해도 비슷한 경쟁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또 연금저축과 관련된 개인연금신탁 사업에 진출한다 해도 증권사들의 수익성 개선 효과는 낮다는 판단이다. 보험사(연금저축보험), 은행(연금저축신탁), 증권사(연금저축펀드계좌)들이 이미 비슷한 상품을 판매중이라 가입자증가율은 높지 않아 보이고, 세제 개편으로 기존의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바뀌어 상품 자체 매력이 급감했다는 점도 거론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이철호 애널리스트는 "2000년대에 나타난 증권업계 M&A를 보면 브로커리지와의 결합을 통합 시너지(동원+한투, 하나+대투, 한화+푸르덴셜), 신수종사업 발굴 차원의 증권업 신규진입(KB투자증권, HMC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이었다"고 먼저 전제했다.
이어 "이번에 금융위가 제시한 당근인 ‘투자은행 업무, 원금보장상품 판매, 사모펀드 운용 등은 앞으로의 자본시장 전개에 따라 매력도가 크게 달라질 사안"이라며 "내년 중 발표될 추가조치를 봐야 해 당장의 M&A 움직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다만 자기자본이 2조원을 소폭 웃돌지만 투자은행 라이선스가 없는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은 장기적인 득실 계산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부실 증권사 압박도 "실효성 낮다"
적기시정조치 강화를 통한 부실 증권사에 대한 압박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낮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번 발표에서 적기시정조치는 레버리지비율이 900% 이상인 회사에 경영개선을 권고하고, 2년 연속적자에 레버리지비율 1100% 이상인 곳에는 경영개선요구로 자회사 정리, 매각 요구 등을 하는 식으로 강화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2012년말 기준 레버리지 비율 900% 초과 증권사는 없다. 800~900%인 곳이 3개사, 700~800%인 곳이 7개사다.
대우증권의 정길원 애널리스트는 "증권업계 구조적인 수익성 악화로 적자 증권사들이 줄어들 가능성이 낮긴 하지만, 레버리지비율 900% 이상인 경우에만 해당해 실제 퇴출로 이어질 곳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이 애널리스트는 "적기시정조치 요건 강화는 M&A 압박보다는 동양종금증권의 사례를 감안한 레버리지 억제용"으로 평가했다.
따라서 "재무레버리지가 1000%를 넘는 증권사는 종금 라이선스 덕분에 CMA 판매와 대출이 늘어난 증권사에 국한된다"고 지적했다. 동양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동양증권은 2년 연속 순손실이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은 흑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어 "현재 M&A 대상으로 지목되는 증권사들도 현재의 강화된 기준으로 봐도 가장 낮은 경우가 238%(리딩투자증권)이고, 어지간하면 400%를 넘기고 있어 정작 필요한 증권사 대주주에 대한 압박보다 적자를 내지 않기 위한 임직원 압박용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혜경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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