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마이크포소프트(MS)의 ‘최고 수장 찾기’가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다. 앨런 멀라리 포드 CEO 쪽으로 기우는 듯했던 구도에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새롭게 등장하면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2일(현지 시간) 스티브 몰렌코프 퀄컴 COO가 스티브 발머의 뒤를 이을 MS 차기 CEO 후보군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멀라리 포드 CEO, 사티야 나델라 MS 클라우드 사업 담당 부사장 등과 치열한 경합이 예상된다.
◆"멀라리는 IT쪽 경험 부족 문제로 지적돼"
일단 멀라리 본인이 MS CEO 자리에 그다지 강한 의욕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드 CEO란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나올 정도로 매력적인 대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다. 구애를 하던 MS 쪽에서도 다소 시들해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MS 내부에서도 멀라리가 IT기업 경영 경험이 없다는 점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애하는 쪽이나 받는 쪽 모두 ‘애정’이 식은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면서 퀄컴 모바일 사업을 이끌고 있는 몰렌코프가 급부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티브 몰렌코프는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퀄컴 내에선 막강한 실력자로 꼽힌다. 오너인 폴 제이콥스에 이어 2인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MS가 올해 초 차기 대권 주자 후보로 거론했을 정도로 중량감 있는 인물이다.
몰렌코프는 지난 1994년 퀄컴에 엔지니어로 합류한 뒤 20년 외길 인생을 걸어왔다. 그는 지난 2008년 칩 사업 부문인 QCT 수장 자리에 올랐다. 2011년엔 칩 제조업체 애서로스를 31억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애서로스는 퀄컴 역사상 최대 규모 인수로 꼽힌다.
◆'모바일 전문가' 몰렌코프 vs '클라우드 대가' 나델라
블룸버그 보도대로라면 MS의 차기 CEO 유력 후보군에서 앨런 멀라리는 다소 멀어진 느낌이다. 결국 현재까지 거론된 인물 중엔 몰렌코프와 MS 내부 인물인 사티야 나델라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두 인물 모두 ‘기술친화적 인물’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전임 CEO들인 빌 게이츠나 스티브 발머와는 다른 유형이다. 이들이 관리형 CEO이었다면 몰렌코프나 나델라는 현장형에 좀 더 가깝다.
둘의 전공 분야 역시 MS가 추구하는 미래 전략과 같은 방향이다. 잘 알려진 대로 나델라는 MS 클라우드 사업의 토대를 닦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애저, 오피스365 등 MS 클라우드 사업을 키워낸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반면 몰렌코프는 MS가 필생 과업으로 꼽고 있는 모바일 쪽에 강점을 갖고 있다. 게다가 몰렌코프는 스티브 발머가 ‘가장 모바일 친화적인 기업’으로 꼽은 퀄컴의 핵심 실력자다. 윈도폰 사업을 키워내는 덴 이 만한 적임자도 없다.
나델라나 몰렌코프 누가 CEO 자리에 오르든 적어도 기술적인 지식 면에선 전혀 손색이 없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물론 MS 같은 거대 기업의 CEO는 기술적인 지식 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빌 게이츠가 지난 달 강조한 것처럼 ‘복합적인 능력’이 요구되는 직책이다. MS의 ‘스티브 발머 후임 CEO 찾기’가 미궁 속을 헤매는 건 이런 점 때문이다.
◆'응사' 나정이 남편 찾기보다 더 복잡
요즘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주인공인 성나정 남편 찾기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매회 조금씩 힌트를 주긴 하지만 3분의 2 가량 진행된 현재까지도 누가 남편인지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MS의 ‘발머 후임자 찾기’가 딱 그 모양새다.
과연 MS 이사회는 어떤 선택을 할까? 당초 공언했던 대로 연내에 후임자를 선임할 수 있을까? MS가 모처럼 연말 연시 IT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익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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