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주요국은 통상임금 범위를 노사자율에 맡기거나 법령에 명확히 규정해 처음부터 분쟁 소지를 차단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노사자율에 맡기지도, 법령에서 명확히 규정하지도 않아 산업현장에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대법원의 통상임금 최종판결을 앞둔 가운데 2일 대법원·국회·정부에 전달한 '통상임금 국제비교 및 시사점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이번 연구는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수행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에서 통상임금이 문제된 근본원인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노사자율에 맡기지도 않고, 법령에서 명확히 규정하지도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연장·야간·휴일근로를 할 경우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할증임금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했지만 정작 통상임금에 무엇이 포함되는지에 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사는 그동안 정부의 가이드라인인 행정지침에 따라 통상임금 범위를 결정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대법원이 그동안 행정지침에서 제외해 온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소송사태가 발생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주요 선진국이 통상임금 관련분쟁이 거의 없는 것은 노사 당사자에게 통상임금 범위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맡겨놓거나, 법령에서 통상임금 제외범위를 명확히 규정해 놓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독일과 영국의 경우 당사자가 통상임금을 결정한다. 노사가 단체협상 등을 통해 연장근로 등에 대한 보상방식과 보상액 산정방식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며, 법령에는 연장근로 등에 대한 할증임금 산정기준이나 할증률에 대한 규정이 없다.
미국과 일본은 통상임금 포함범위를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명시해 통상임금 분쟁을 예방하고 있다. 미국은 법정근로를 초과한 근로에 대해 50% 가산된 임금을 지급해야 하며 지급기준이 되는 통상임금에는 재량상여금, 특별선물 등을 제외한 모든 고용관계의 대가가 포함되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통상임금 규율구조가 가장 비슷하다. 연장·야간근로는 25%, 휴일근로는 35% 이상의 할증률이 적용되며, 통상임금 산정기준에서 제외되는 수당을 법령에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특히 지급주기가 1개월을 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고 있어 분기별로 지급되는 상여금 등이 문제될 소지가 없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통상임금을 강행기준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할증률 뿐만 아니라 통상임금의 구체적 산정기준을 함께 규정했어야 한다"며 "외국의 입법례에 비춰볼 때 현재 통상임금 산정기준은 강행규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특히 "현행 법령의 해석상 기업별로 통상임금을 자율적으로 형성할 가능성을 인정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고, 법원이 획일적으로 통상임금 산정기준을 정하는 것은 과잉해석"이라고 비판했다.
상여금 등 통상임금 포함여부에 대해 법원이 노사 합의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어 보고서는 입법적 보완을 위한 법개정 방향도 제시했다. 우선 "통상임금의 기준은 1개월 이내의 범위에서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1개월을 넘어 지급되는 상여금 등은 장기근속 유도나 보상·복리후생적 성격을 복합적으로 가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임금체계를 단순화하되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임금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구조이므로 노사자치의 역할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기업들은 지금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조만간 내려질 통상임금 최종판결을 초미의 관심사로 지켜보고 있다"며 "주요국의 경우 통상임금을 노사자율에 일임하거나 법령에서 기준을 명확히 정해 문제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우리 기업과 근로자 역시 법령과 정부지침의 틀 내에서 노사합의로 임금을 결정해온 만큼 대법원에서 이를 존중해주는 방향으로 판결해 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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