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나영기자] 연말까지 700㎒ 주파수 활용 방안을 마련한다는 정부의 계획이 차질을 빚으며 내년 상반기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방송계와 통신진영이 서로 쓰려는 700㎒ 주파수 활용방안에 대한 결정이 늦어질 경우 사업자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700㎒ 주파수 활용 방안 결정 시기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방송과 통신업계의 이해관계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고, 700㎒ 주파수 관련 주무부처 중 하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상임위원 임기 종료(내년 3월) 시기도 다가오고 있어 내년 상반기까지도 결정이 어려워 질 수 있다는 것.
현재 방통위에는 종편 재승인 심사와 유사보도 규제, 방송광고개정 등 처리해야할 중요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데다 방송·통신 사업자간 갈등이 커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방통위의 한 상임위원은 "주파수는 국가의 자산이고, 여러 가지 문제들이 얽혀있어 단칼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이번 (상임위) 임기 내에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익성 vs 경제성 대립 팽팽
방송업계와 통신업계는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으로 유휴대역이 발생한 700㎒의 대역을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이 뜨겁다. 양측은 '공익성'과 '경제성'을 근거로 들며 맞서고 있다.
방송계에서는 새로운 서비스와 공공성 확보를 위해 700㎒ 대역을 방송용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세대 방송서비스인 초고화질(UHD) 방송이나 난시청해소 등에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통신계에서는 산업 부가가치의 극대화를 위해 700㎒ 대역을 통신용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남미 지역과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대부분 지역들이 700㎒주파수를 통신용으로 할당하고 활용방침을 정한 상태다. 세계적인 흐름에 따라 700㎒를 사용하게 될 경우 해외 네트워크 구축이나 단말기 수급 등이 용이해지지만, 이를 포기하게 될 경우 잃게 되는 기회비용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는 700㎒의 활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동연구반을 마련했다. 당초 정부는 공동연구반을 통해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 등의 의견을 수렴, 올해 안으로 활용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었다.
◆700㎒ 연구반 시작부터 '진통'…방통위원장 "연내 결정할 필요 있느냐"
하지만 700㎒ 주파수 연구반은 시작 전부터 삐걱댔다. 방송계에서는 연구반 인사 자체가 편파적이라고 주장했다. 연구반을 구성하고 있는 11명의 교수 중 방송계 인사는 1명에 불과하고 미래부의 국책 연구 수행을 주된 과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부산하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과 ETRI 위원들로 채워져 있어 객관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연구반은 지금까지 총 3번의 회의를 진행했지만 의견 수렴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지난 4일에는 통신사업자들과 방송사업자들이 회의에 참석해 의견 청취 시간을 가졌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시작부터 사업자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이어지자 방통위에서도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지난 8일 "굳이 용도를 연내 결정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결정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방통위의 관계자도 "각 사업자들이 해당 주파수를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없는 상태에서 시간에 쫓겨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700㎒ 주파수 활용 방안은 방통위 상임위 임기종료·재구성 등의 문제와 맞물려 내년 상반기까지 결정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당초 연구반을 가동했을 때 연내에 활용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결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사업자들이나 상임위원들의 의견청취가 더 필요하다면 충분히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나영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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