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최근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쿠페' 모델의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산·수입을 막론하고 완성차업체들이 신형 쿠페 모델을 앞다퉈 선보이며 하반기 시장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먼저 국산차업체 중에서는 현대·기아자동차가 다양한 쿠페 모델을 선보이며 시장 확대에 본격 나서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4월 아반떼의 쿠페 버전 '아반떼 쿠페'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 9월에는 포르테 쿱 이후 4년 만에 'K3 쿱'을 내놨다.
◆현대·기아차, 한국GM, BMW, 벤츠 등 신모델 선봬…시장 가열
아반떼 MD 모델의 파생모델인 아반떼 쿠페는 중형급 누우 2.0 GDi 엔진을 탑재해 강력한 동력성능을 발휘한다. 최고 출력 175마력, 최대토크 21.3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연비는 12.4km/ℓ이며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또 2도어 타입의 차별화된 외관 디자인을 통해 쿠페형 차종의 역동성을 강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반떼 쿠페는 역동적인 주행성능, 높은 연비와 뛰어난 경제성, 차별화된 스타일을 찾는 고객들에게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3쿱은 기아차가 2009년 선보인 포르테 쿱 이후 4년 만에 출시하는 후속 모델이다. 국내 쿠페 시장의 대중화를 이끈 포르테 쿱의 성공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아지는 차량이다.
국내 준중형 유일의 프레임리스 도어(양쪽 2개 문의 유리창 윗부분에 프레임이 없는 형태)를 적용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특히 기아차는 1.6 GDI 엔진을 탑재, 쿠페의 세련된 스타일을 경제적으로 즐길 수 있는 엔트리 모델을 도입했다. 또 모든 터보 모델에서 수동변속기 선택이 가능하도록 했다.
한국GM도 최근 쉐보레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스포츠카 카마로(Camaro)의 고성능 버전인 '2014 카마로RS'를 새로 선보이고, 사전 계약에 돌입했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주인공 '범블비'로 잘 알려진 쉐보레 카마로는 지금까지 5세대를 거치며 쉐보레 브랜드의 역동성과 기술력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모델로 진화해 왔다.
RS(랠리 스포츠)는 자동차 경주용 아이템을 장착한 스페셜 모델을 의미한다. 1967년 1세대 카마로에 첫 적용된 이후 쉐보레의 퍼포먼스 라인업을 중심으로 적용되고 있다.
2014 카마로RS는 최대 323마력의 V6 3.6L 직분사 엔진을 장착했으며, 내·외관의 변화를 통해 카마로의 디자인 DNA를 한층 더 강조했다.
한국GM 관계자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디자인과 상품성을 갖춘 카마로RS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머슬카를 선보이게 됐다"며 "향후 RS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BMW의 행보가 눈에 띈다. 올해 2월 BMW가 선보인 뉴 M6쿠페는 7년 만의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로 BMW 최고의 모터스포츠 기술이 집약된 V8 4395cc M 트윈파워 터보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력은 560마력, 최대토크는 69.4kg·m이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까지 도달 시간)은 4.2초에 불과하다.
BMW는 지난 9월에는 뉴 4시리즈 쿠페를 들여오며 쿠페시장의 강자 자리 굳히기에 나섰다. 뉴 4시리즈는 디젤형 모델인 '뉴 420d'와 트윈파워 터보엔진을 장착한 '뉴 428i' 등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됐다.
뉴 428i에는 2.0리터 BMW 트윈파워 터보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245마력과 최대토크 35.7kg·m를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까지 도달 시간)은 5.8초에 불과해 뛰어난 가속성능을 보인다.
디젤 모델인 뉴 420d는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8.8kg·m의 힘을 발휘하며 제로백은 7.3초다.
뉴 4시리즈는 3시리즈 쿠페보다 차체 강성을 60% 향상시키고 무게는 25kg 줄여 주행성능을 극대화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은 "뉴 4시리즈 쿠페는 BMW의 새로운 시리즈의 탄생을 알리는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신호탄"이라며 "다이내믹한 주행력과 쿠페 고유의 심미적인 디자인으로 국내 운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BMW는 내년 3월에도 2시리즈 220d 쿠페, 235i쿠페를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메르세데스-벤츠도 '더 뉴 E클래스 쿠페'와 '카브리올레'를 판매 중이며, 최근 롤스로이스도 '레이스'를 선보이며 쿠페시장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판매량 낮아도" 브랜드·기술력 입증 '쿠페'…시장 주도 경쟁
사실 쿠페는 문이 2개인데다 좁은 뒷좌석 등 이유로 중·대형 차종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에는 그다지 맞는 차종은 아니다.
쿠페는 2도어의 천장 높이가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날렵한 디자인이 특징인 자동차다.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낮게 설계돼 주로 스포츠카에 적용된다.
판매량 역시 저조한 편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차의 '제네시스 쿠페'는 올해 1~10월 341대가 판매됐다. 현대·기아차의 전체 판매에서 쿠페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은 1%를 밑돈다.
아반떼 쿠페도 정확한 판매량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매월 100여대 내외의 계약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체 아반떼 판매량의 2% 정도로 출시 초반 연간 판매목표를 4천~5천대로 잡았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준중형 쿠페를 이제 막 선보인 시점에서 성공 여부를 벌써 가늠하기는 힘들다"며 "당장 판매량 급증보다는 고객 선택의 폭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쿠페 개발과 마케팅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수입차업계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1~9월 총 6개 쿠페 모델을 보유한 BMW코리아는 562대를 판매, 전체 판매량의 약 2.2% 수준에 머물렀다. 벤츠 역시 8개에 달하는 쿠페 모델 판매량이 1천445대로 전체 판매량의 7.8%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저조한 판매실적에도 불구하고, 완성차 업계가 꾸준히 쿠페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이유는 적더라도 꾸준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기아차의 K3 쿱 판매량 중 15%가 수동변속기 모델일 정도로 자동차를 즐기는 마니아 고객이 쿠페 모델을 선호하고 있다.
또 20~30대 젊은층의 구매 비중이 올 상반기 기준 30%에 달할 정도로 점차 높아지고 있어, 쿠페 모델을 선호하는 고객의 타사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특히 쿠페는 자동차업체의 브랜드와 기술력을 입증하는 데 최적의 차량이다.
일정 규모를 갖춘 완성차업체에서 쿠페와 같은 브랜드 이미지 리딩 모델은 필수불가결한 차종이다. 대량 생산·대량 판매로 수익성을 높여주는 볼륨모델도 필요하지만, 브랜드의 존재감과 이미지를 높여주는 모델이 있어야 다른 모델의 판매에도 도움이 되는 시너지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도 '블루오션'인 쿠페시장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완성차업계의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페는 단순히 세단이나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등 일반적인 자동차들처럼 판매량 등으로 가치를 가늠하기 힘든 차종"이라면서 "자동차업체라면 모두 제작하고 싶고, 고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자동차"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업체 입장에서는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기술력을 알리는 차원에서 쿠페 모델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정기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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