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하기자] "북한 권력이 국민 입장을 생각해서라도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열어야 한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30일 북한 당국이 국민에게 인터넷 접근권을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슈미트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에서 열린 '빅텐트 서울 2013'에 참석해 KBS 양영은 앵커와의 대담을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슈미트 회장은 "북한에 인터넷을 조금이라도 개방해달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갔다"며 지난 1월 북한을 방문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북한에서 인터넷 연결은 권력기관, 몇몇 대학에서도 가능했지만 혼자서는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고 모든 기록을 남겨야 한다"며 "북한 정권은 국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세상이 더 나은 곳이라는 것을 알면 북한이 붕괴되리라고 생각해서 인터넷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슈미트 회장은 "TV채널이 두 개였는데, 한 채널에서는 김정은의 연설이 반복돼 나오고, 두번째 방송은 젊은이들이 선전성 노래를 부르는 채널이었다"며 "함께 간 제 딸의 입장에서보면 북한에선 젊은이들이 아이팟으로 들을 수 있는 음악 한 곡없는 나라"라고 지적했다.
슈미트 회장은 인터넷이 남북 통일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 관료가 말하길 '통일은 이미 다 정해졌는데 어느 정권이 지배적인 정권이 될지 모를 뿐'이라고 했다"며 "남한이 북한에 식량원조·연료·에너지 등을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중요한 것은 대화의 창을 다시 열어 소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슈미트 회장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로 '연결(connection)'을 꼽으며 "세상이 연결되는 건 사회가 보다 안전해질 것이다. 사회적으로 정의가 없고 여성이 차별받던 나라에도 모바일 기기가 도입되면서 상황이 개선되고 사업기회가 늘어난 경우가 있다"며 "커넥션을 위해 모든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고 했다.
슈미트 회장은 "인터넷은 우리 모두에게 등불과 횃불"이라며 "한국만큼 커넥션을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한 나라도 없으며 한국 기업이 인터넷 활성화에 일조해주고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IT정책 전반에 대한 견해도 내놓았다.
우선 그는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게임 규제법과 관련, "검열하지 않고 창의력을 꽃피울 수 있게 놔둬야 자연스러운 부흥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만약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게임규제법이 통과될 경우 게임물이 중독물로 지정돼, 공급과 수요를 정부가 정하고 광고와 마케팅에도 제한을 받게 되는 것을 염두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슈미트 회장은 "전세계적으로 멀티플레이 게임을 24시간 할 수 있는데 한국에선 밤 10시 이후에는 게임을 할 수 없다"며 "한국에서 더 많은 멀티플레이게임이 나올 수 있는데, 검열을 하지 않아야 창의력이 작용돼 콘텐츠 사업 부흥을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한국은 계급적·애국주의적·중앙집중식 계획이 지금까지 필요했지만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한 나라의 창의력은 상향식(Bottoms-up)으로 이뤄지니 개개인의 개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재채용과 관련한 질문에 슈미트 회장은 구글의 기준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직원을 노동자가 아닌 똑똑한 동료로 생각하는게 중요하다"면서 "똑똑하고 흥미로우면서도 열정이 우수한 사람을 찾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주요도시에서 열리는 '빅텐트'는 2011년 영국에서 시작한 구글의 국제회의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인터넷과 기술이 사회 발전에 기여할 방안을 모색하는 행사다. 이번 '빅텐트 2013 서울'은 구글코리아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했다.
정미하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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