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 삼성이 160년 전통 미국 회사의 최대주주에 오른다. 미국 코닝에 23억달러를 투입, 지분 7.3%를 확보하게 된다. 최근의 제일모직 등 전자·소재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배경도 주목된다.
최근의 후계구도를 감안한 계열사업 재편 및 주력사업의 핵심경쟁력 강화 등 다각적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23일 삼성디스플레이는 미국 코닝과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전환우선주 취득 등을 포함한 포괄적 사업협력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먼저 삼성디스플레이는 총 23억 달러(한화 약 2조4천억원)를 투자해 코닝의 전환우선주를 취득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취득하는 코닝의 전환우선주는 7년 후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삼성디스플레이는 희석기준으로 코닝의 지분을 7.3% 확보,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현재 미국 코닝의 지분은 대개 사모펀드가 보유하고 있고, 개인 최대 지분율도 1%를 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삼성측은 최대주주 지위 확보에도 경영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코닝과의 지분 투자를 통해 기존 디스플레이 분야 외에 코닝의 다양한 사업분야와 협력을 확대, 사업다각화를 꾀하겠다는 취지다.
대신 코닝은 삼성과의 합작사인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 43%를 넘겨받게 된다. 코닝측은 자사주 매입방식의 인수를 통해 삼성코닝정밀소재의 단독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시기는 내년 초로 예상된다. 코닝측은 100% 경영권 승계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코닝, 밀월에서 최대주주로
코닝은 160년 전통의 특수 유리 및 세라믹 제품의 세계적인 선두기업. 이른바 우주 왕복선의 유리창 개발에서부터 첨단 산업용 광부품 개발에 이르기까지, 150가지 이상의 소재 조성을 제공하고 있다.
삼성과는 지난 1973년 합작사인 삼성코닝을 설립한 이후, 브라운관 유리, LCD 기판유리 등에서 지속적으로 협력해 왔다. 지난 2012년에는 이를 OLED까지 확대, 삼성코닝어드밴스드글래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번에 조인트벤처 투자 관계를 넘어 최대주주 수준의 지분 투자에 나선 것은 양사의 협력관계를 다른 분야까지 확대하기위한 차원이라는 게 삼성측 설명이다.
실제로 코닝은 LCD 기판 등 외에도 환경, 통신, 생명과학, 특수소재 분야에서 선두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그 동안 디스플레이 기판용 유리 제조 중심이던 양 사의 40년간 협력관계가 한 단계 격상, 다른 사업분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사는 기존에 합작 생산해온 LCD 기판유리 장기공급계약 등 현재의 협력을 지속하는 한편 향후 신사업에서도 양 사의 강점을 살려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당장 이번 포괄적 협력이 양사 고객사 확대 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코닝은 그동안 애플 아이폰에 유리기판을 공급해왔다. 코닝에서 제조하는 디스플레이용 강화 유리 고릴라 글래스(Gorilla Glass)는 삼성전자 갤럭시S3는 물론 소니 TV에도 공급된 바 있다.
아울러 코닝은 휘어지는 유리 시제품도 개발한 상태. 삼성측이 보유한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와 함께 향후 구글 글래스나 애플 아이워치 등 차세대 분야 공급 등 협력 확대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또 삼성코닝정밀소재 역시 그동안 삼성에 전량 납품해온 LCD기판 등을 타사 등에 공급하는 등 고객사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건희 회장 "전자부품소재 육성" 탄력
이번 삼성디스플레이와 코닝의 지분투자는 이건희 회장의 '전자부품소재'를 그룹의 캐시카우로 삼겠다는 의지도 십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그동안 "삼성의 미래를 책임질 신수종사업과 소재사업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은 제임스 호튼(James Houghton) 코닝 명예회장 과 수차례 만남을 갖는 등 양사 협력관계 확대 등에 지속적인 의지를 보여왔다.
지난 2011년에는 직접 미국 코닝을 방문하기도 했고, 올 들어서도 지난 5월 승지원에서 만찬을 갖고 상호 협력 증진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당시 만찬에는 웬델 윅스(Wendell Weeks) 회장 겸 CEO와 로렌스 맥리(Lawrence McRae) 기획총괄 부사장 등 코닝 측 인사는 물론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 등이 배석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과 코닝이 합작사업을 시작한 지 40년이 됐는데, 사업 규모가 큰 폭으로 성장한 것은 물론 협력 분야도 신기술 개발과 기술 교류 등으로 확대됐다"며 "앞으로 서로 윈윈(Win-win) 협력을 계속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번 코닝에 대한 지분 투자가 이같은 상호 윈윈 등 협력확대의 관점에서 추진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앞서 삼성은 제일모직의 패선사업을 삼성에버랜드로 이관, 전자소재 분야에 집중키로 한 바 있다. 아울러 총 3천455억원을 투입, 노발레드를 정식 출범하기도 했다.
제일모직의 전자소재 분야 육성 및 최근 계열간 사업재편 및 선택과 집중이 가속화 되면서 이재용 부회장을 축으로 한 후계구도의 사전 작업이 본격화 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및 전자소재 분야는 이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 등 의지를 보여온 분야기도 하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 고위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삼성디스플레이 차원의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 및 사업다각화의 일환"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박영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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