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기자] 동양네트웍스도 동양그룹의 자금 유동성 위기 여파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그룹의 흥망성쇠와 함께 하는 IT서비스 업계의 구조적 한계가 또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부분의 그룹 계열 IT서비스 기업들이 그러했듯 동양그룹이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상황이라 동양네트웍스도 이들 기업과 같은 처지에 놓이게 될 전망이다. 한때 최고의 IT서비스 기업이었던 현대정보기술과 쌍용정보통신, 대우정보시스템은 그룹의 와해와 계열사 분리로 입지가 크게 축소된 바 있다.
동양네트웍스는 동양그룹 IT서비스 기업인 동양시스템즈가 지난 해 7월 그룹의 기업소모성자재(MRO) 회사인 미러스와 합병해 출범한 회사다.
현재 동양그룹 계열사의 IT서비스 업무를 담당하는 IT사업 부문은 지난 해 기준 전체 매출액의 44.4%. 합병 이전 동양네트웍스 매출액은 2009년 1천242억원에서 2010년 1천721억원까지 늘었다가 2011년 1천600억 원, 2012년 1천429억원으로 하락했다.
동양네트웍스가 강점을 지닌 분야는 금융IT로 그동안 동양생명과 동양증권 등 금융 계열사를 통해 실적을 쌓아왔다. 지난 해 동양생명 및 동양증권에서 발생한 거래액은 총 300억원 가량이다. 동양네트웍스가 지난해 수주한 대외사업들도 SC은행 IT아웃소싱, 현대라이프 차세대시스템 구축, 효성캐피탈 IT시스템 구축 등 금융 관련 사업들이었다.
동양네트웍스는 법정관리 이후 구조조정을 진행해도 당분간은 IT사업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주 고객인 동양생명과 동양증권과 장기 계약을 맺고 있어 염려할 수준이 아니며, 다른 금융 IT 프로젝트들 또한 계약 기간을 1~2년 앞두고 있어 당장의 사업 차질은 없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하지만 동양네트웍스의 유통사업 부문은 상황이 다르다. 유통사업 부문은 MRO 및 유통업의 특성상 내부 매출 비중이 높다. 지난 해 매출 기준 유통사업 부문은 동양과 동양시멘트, 한성레미콘, 다물제이호 등과의 내부 거래 비중이 67%에 달했다.
동양네트웍스 전체로 보면 동양그룹 일감에 의존하는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68% 수준으로 동양그룹 구조조정 이후 사세 약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시멘트 등이 법정관리 수순을 밟고 있다.
이에 대해 동양네트웍스 측은 "법정관리 신청은 동양네트웍스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룹 경영 악화로 인한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따른 것"이라며 "법정관리를 최대한 빨리 끝내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IT서비스, 그룹 성장 여부에 따라 운명 엇갈려
IT서비스 업체의 흥망성쇠는 해당 기업의 기술력과 안정적인 사업 운영 능력 보다는 IT서비스 기업이 속해있는 그룹의 역량에 좌우된다는게 업계 통설이다. 규모가 크고 외형 성장이 빠르며 재무구조가 우량한 그룹에 속해 있는 회사여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IT서비스 기업에게 계열사 사업은 실적의 근간이다. 안정적인 수주 물량을 제공하고 대외사업 대비 경쟁적 입찰이 없어 수익성도 높은 편이다. 또한 IT서비스 업체의 경우 대외 수주를 위해서는 실적(레퍼런스)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우량한 그룹사가 존재할 경우 테스트 베드로 활용할 수 있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삼성SDS와 SK C&C다. 삼성SDS의 경우 삼성전자의 급격한 성장세에 힘입어 독보적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SDS는 지난 해 연결기준 매출액 6조1천59억원을 기록했는데 이중 56.5%가 그룹 내부에서 달성한 것이었다. 삼성전자에서만 1조1천603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삼성SNS까지 인수한다고 밝혀 향후 삼성SDS의 외형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SK C&C 또한 SK텔레콤과 SK에너지, SK이노베이션 등의 실적에 힘입어 지난 해 매출액이 31.7%나 증가했다. 특히 엔카네트워크의 합병으로 올해 상반기 SK C&C는 전년 동기 대비 3.5% 성장한 1조545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하지만 현대정보기술과 쌍용정보통신, 대우정보시스템는 하나같이 그룹의 부침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들이다. 이들 회사는 우리나라 정보화 역량을 한 단계 올려놓으며 한 때 국내 IT서비스 시장을 선도했지만 그룹 해체 이후 쇠퇴의 길을 걸었다.
우리나라 1세대 IT서비스 기업이라고 평가되는 쌍용정보통신의 경우 설립 5년여 만에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IT서비스 산업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보여줬던 회사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경기악화에 따른 기업들의 투자 위축과 후발 경쟁사들의 출혈경쟁 등으로 위기를 맞았으며 특히 쌍용그룹 와해 이후 현재는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는 수준. 그룹사 일감도 쌍용양회 정도만 남아있어 내부 거래는 거의 없다시피한 상황이다.
현대정보기술의 경우 지난 2001년 4천5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선두 IT서비스 기업으로서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그룹 분리 이후 성호그룹을 거쳐 롯데그룹에 매각되면서 현재는 1천800억원 매출에 머물러 있는 상황. 롯데그룹의 IT서비스 업무는 대부분 롯데정보통신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 현대정보기술의 사업 근간은 사실상 대외 사업으로 한정돼 있다.
대우정보시스템도 지난 1998년 대우그룹 이후 홍콩계 투자법인 글로리 초이스(차이나)에 매각되면서 사세가 축소됐다. 그룹에서 분리된 이후에도 대우정보시스템은 2천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유지해 왔지만 지난 2011년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하면서 한계점을 드러냈다. 현재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AT커니가 사실상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사업 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축소에 따라 아시아나IDT 또한 부침을 겪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 계열 분리에 따라 아시아나IDT는 대우건설, 금호생명, 대한통운 등의 계열사 일감을 잃었다. 현재는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대부분의 실적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으로 지난 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25% 감소한 2천400억원에 그쳤다.
김관용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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