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 장유미기자] 대기업들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사실상 원안대로 확정됐다.
다만 일부 예외대상을 확대, 주요 그룹의 대상 계열사는 당초의 208개사에서 122개사로 줄었다. 기준안 완화를 요구했던 재계는 물론, 원안 강행을 요구했던 시민단체 모두 과도한 규제 또는 규제 후퇴 등 이유로 반발이 우려된다.
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2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 이익 제공 금지규정의 적용대상 기업집단 및 계열회사의 범위와 금지행위의 세부기준 등을 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른바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금지규정이 적용되는 기업집단 대상은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의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삼성,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SK, LG, 롯데, 현대중공업, GS, 한진, 한화, 두산, 신세계 등 총 43개 기업집단, 1천519개사가 적용대상이 된다.
이중 총수가 단독 또는 총수의 친족과 합해 발행주식 총수의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계열사로 상장사 30개사, 비상장사 178개사 등 총 208개사가 해당된다. 이들의 내부지분율 평균은 87%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단, 공기업 집단이나 총수가 없는 기업집단은 제외된다.
이들 그룹들은 향후 계열사에 대해 자금, 상품, 용역 등을 정상가 보다 너무 높거나 낮은 대가로 상제공할 경우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다. 과징금은 현행 대통령령에 따라 해당 부당매출의 5% 미만까지 부과할 수 있으며 관련 위반금액 산출 등이 어려울 경우 해당 계열 부당 매출의 10%를 위반금액으로 추산하게 된다.
그러나 정상가격과의 차이가 7% 미만이고, 거래 총액이 거래 상대방 매출액의 12% 미만, 200억원 미만인 경우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따라 대상 208개사 중 사실상 규제를 받는 대상은 122개사에 달한다.
*굵은 글씨는 적용제외◆재계 50%룰 적용 불발-예외 확대로 반발 우려
개정안이 확정됨에 따라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입법예고 등 관련 이해관계자의 의련수렴 과정에서 대상 그룹 및 개정안을 찬성했던 시민단체 등의 반발 등이 우려된다.
당초 재계는 규제 대상이 과도하게 넓다는 이유로 상장·비상장사 모두 대상을 지분 '50% 이상'으로 주장해 왔다. 그러나 당초 원안대로 상장 30%, 비상장 20%로 확정됨에 따라 과도한 규제라는 재계측 반발 등을 피해가기는 쉽지 않은 상황.
재계 관계자는 "규제 대상이 부당한 사익 편취 금지에 국한돼야 하나, 현행 개정안대로라면 정상적인 경영활동 등까지 위축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이번 조치로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 등 4개 계열사가, 현대차그룹은 현대엠코 등 12개사, SK는 SK C&C 5개사, LG는 (주)LG 등 2개사, CJ 역시 CJ(주)를 비롯한 7개사 등 대부분의 그룹사가 대상이 된다.
반면 공정위 관계자는 "올 8월 기업들의 내부거래현황 분석 결과, 상장사는 지분율 30%를 기준으로, 비상장사는 20%를 기준으로 내부거래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다"며 "이들의 총수일가, 계열회사, 비영리법인, 임원 등이 보유한 지분율은 평균 87%에 달했다"며 기준에 대한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이번 기회를 통해 상장 대기업 등으로부터 총수일가 보유지분이 많은 회사로 부당하게 부(富)의 이전을 추구하던 사익편취행위를 실효성 있게 차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으론 이번에 확정된 개정안이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이른바 '세이프 존'의 범위가 원안보다 확대, 재계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조해온 시민단체 등으로 부터 '원안 후퇴'라는 반발 역시 우려되는 대목.
당초 거래비중 10%, 내부거래액 50억 원 미만이 12%와 200억 원 미만으로 확대된 것. 이에 따라 적용대상이 208개에서 에서 86개사가 제외된 122개사로 줄었다.
가령 삼성그룹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율이 30~40%대인 삼성에버랜드, 삼성SNS, 가치네트, 삼성석유화학이 대상이지만 예외적용 확대로 가치네트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대차그룹도 현대커머셜 등 2개 사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주로 회사 간 거래대상인 상품·용역의 경우 200억원, 총수일가 개인과도 거래 가능한 자금·자산 등은 50억원을 기준으로 설정했다"며 "비율기준과 금액기준을 동시 적용, 편법적 행위가 발생하는 것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이번 입법예고 기간 대기업·중소기업,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 규제개혁위원회 및 법제처 심사, 차관·국무회의 등을 거쳐 내년 2월 시행한다는 방침이나 재계, 시민단체 모두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시행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고된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중소벤처기업의 대기업집단 계열 편입을 유예키로 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집단이 우호적 M&A를 통해 중소벤처기업을 인수하는 경우 대기업집단 계열편입을 3년간 유예할 수 있다.
대상은 벤처기업 또는 매출액 대비 R&D투자 비중이 5% 이상인 중소기업에 한하며, 제도를 악용해 대기업집단이 지배력을 확장하는 등의 경우에는 계열편입 유예조치를 취소시킬 수 있는 보완장치도 함께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박영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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