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기초연금 공약 수정 등 복지 후퇴 논란을 마주한 박근혜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 보인다. 공약 수정이 확정된다면 박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인 '약속과 신뢰'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만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선 공약집에도 '기초연금 도입 즉시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과 중증 장애인에게 현재(2012년. 9만4600원)의 2배 지급'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그러나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26일 발표될 기초연금 정부안에는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하위 70%에 대해 국민연금 가입 기간, 경제적 형편 등을 고려해 최고 20만원 한도 내에서 차등 지급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이대로라면 지급 대상과 금액 모두 축소되는 셈이다.
이같은 축소 지급 방안은 결국 '돈' 때문이다. 현 시점에 공약을 100% 이행하지 못할 만큼 재정여건이 충분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재정부족 문제는 대선 당시에도 예견된 것이었기 때문에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공약 파기"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박 대통령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다. "공약은 반드시 지킨다"고 수 차례 강조한 만큼, 복지 공약 후퇴 논란으로 민심이 흔들릴 경우 '신뢰' 이미지 뿐만 아니라 향후 국정운영에 타격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새해 예산안이 상정될 26일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복지 후퇴 논란과 관련한 대국민 설명에 나서기로 한 배경에도 이 같은 위기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공약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경제상황 악화 등으로 인해 재정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점을 밝히고 결과적으로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약을 '파기'하는 것은 아니며, 임기 내 공약을 이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이 '증세' 가능성을 언급할지 여부도 주목된다. 우선 세출 구조조정 등에 무게를 두고는 있지만 재정부족이 이어질 경우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에서 "세출 구조조정과 비과세 축소로 복지재원을 마련하도록 하고 부족하면 국민 공감대 하에 증세도 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관건은 박 대통령이 여론의 흐름을 얼마나 바꿔놓느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유감 표명' 수준의 입장 표명으로는 돌아서는 민심을 붙잡기 어려울 것이란 '회의론'도 나온다.
이에 새누리당 내에서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 제5정조위원장인 김성태 의원은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현실을 볼 때 지난 대선 과정에서 내건 복지 공약을 100% 이행할 수 없는 재정상태"라며 "박 대통령이 26일 국무회의에서 사과와 함께 국민을 설득할 결단을 내려야 (국민이) 상황에 대한 인식을 같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박 대통령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보시는가'라는 질문에 "복지 공약이 수정된다면 정치권에서 정쟁이 유발되고 국민을 혼란에 빠지게 할 수 있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들에게 진솔한 사과의 입장을 밝혀야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 "공약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국가 재정형편도 따져야 하니 지금으로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 앞에 국정 애로를 밝히고 이해를 구하는 게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라며 "사과만 하면 끝날 일이 아니라 아마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윤미숙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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