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여야 대치정국이 55일째 이어지면서 새누리당 내에서 국회선진화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초 쟁점법안에 대한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국회선진화법을 도입했지만, 이것이 오히려 야당의 협조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식물국회'를 만든다는 인식 때문이다.
18대 국회 막바지인 지난해 5월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법안의 경우 재적의원(현재 298명) 5분의 3(179명) 이상이 동의해야 신속처리 안건으로 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53석인 새누리당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안건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정기국회 전면 참여를 선언한 민주당도 이 같은 점을 노리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을 활용해 정부의 세법개정안, 전·월세 대책 관련 입법, 예산안 등에 대해 강력하게 제동을 걸겠다는 게 민주당의 전략이다.
전병헌 원내대표가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여당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다. 야당 협조 없이는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 필요가 있다"고 선전포고를 한 점도 이를 방증한다.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데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내부적으로 국회선진화법 보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최경환(사진) 원내대표는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가 금명간 정상화되는 것은 다행이지만 민주당의 막가파식 행태가 민생현안이 산적한 국회를 식물국회로 전락시키지 않을까 큰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회선진화법을 국정 발목잡기에 이용한다면 국민의 매서운 심판에 직면할 것이며 국회선진화법의 수명도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소수에 의해 국정이 좌우되고 소수의 입맛에만 맞는 결정이 내려진다면 이는 소수의 폭거가 되고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마비시켜 식물국회를 만들 것"이라고 국회선진화법의 보완을 공식화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다수결 원칙 하나 제대로 이행할 수 없는 국회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구현하겠는가"라며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당 내부적으로 깊은 고민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대다수다. 국회선진화법 개정 조차 국회선진화법에 따라야 하는데 야당이 협조할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은 이날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 "여야가 합의 하에 처리한 것인데 1년도 채 되기 전에 개정하겠다는 것은 날치기를 통해서라도 관철하겠다는 아주 잘못된 판단"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국회선진화법이 '다수결의 원칙'을 무시하는 위헌 소지를 갖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새누리당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서 "지금 국회선진화법 개정 논의를 한다고 해서 민주당이 받아들이겠느냐"며 "법 도입 시부터 위헌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계속 부작용이 생긴다면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송을 한다거나 해서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미숙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정소희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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