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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김한길 양보 없는 공방…평행선만 달렸다


국정원 개혁·채동욱 사태 놓고 野 '공격' 朴 '반박'

[윤미숙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의 3자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났다. 정국 정상화의 분수령으로 여겨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은 회담이었지만, 열쇠를 쥔 박 대통령과 민주당은 회담 내내 평행선을 그렸다.

16일 오후 3시30분께 시작된 회담은 당초 예상된 시간을 훌쩍 넘겨 1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오후 5시께 회담장을 나선 박 대통령의 표정이 어둡지만은 않았고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도 "대통령으로서는 진심을 담아 이야기 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본다"고 말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한때 회담 결과에 대한 낙관론이 돌았다.

그러나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정답은 하나도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회담에 배석했던 새누리당 여상규, 민주당 노웅래 대표 비서실장의 브리핑 내용을 종합해보면 박 대통령과 김 대표는 국정원 댓글 사건 등 쟁점에 대해 현격한 입장차를 보이며 회담 내내 신경전을 벌였다.

◆朴대통령, 국정원 댓글 사건 사과 요구 일축

박 대통령은 우선 김 대표의 국정원 댓글 사건 사과 요구에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해 대통령이 사과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전 정부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다음 대통령이 일일이 사과한 일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댓글 의혹 사건이 재판 결과 사실로 밝혀지면 그 점에 대해서는 법에 따른 문책이 있을 것이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족하지 않느냐"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또 "(국정원으로부터) 도움 받은 게 없다"면서 "국정원이 선거에 영향을 주려 했으면 대선 때 NLL 대화록을 공개하지 않았겠느냐. 오히려 선거 때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NLL 대화록을 일체 공개하지 않고 대선에 영향을 주는 것을 피해 왔다"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 개혁은 확고하게 하겠다"면서도 "국정원 개혁안은 국정원법에 따라 국정원에서 스스로 안을 만든 다음 그 안을 가지고 국회에서 논의하는 순서로 진행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대표가 국회 내 국정원 개혁 특위를 구성해 개혁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지만, "정부가 국정원 개혁안을 국회로 넘기면 국회에서 알아서 하면 될 것"이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선 황 대표도 "현행 국회법과 국정원법 상 국회에 국정원 개혁을 위한 별도의 특위를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탰다. 다만 "국회 정보위원회 내 별도의 국정원 개혁 소위를 구성해 강도 높은 논의를 하는 것은 옳겠다"고 말했다.

국정원 개혁 방향과 관련해서도 김 대표가 "국내파트를 없애고 수사권을 분리해 검찰이나 경찰에 맡기자"고 제안했지만, 박 대통령은 "지금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현실과 외국의 예 등을 참고로 국정원이 국내에서 대공, 방첩, 정보수집 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히 옳고 수사권 역시 그런 국정원의 활동을 유효하게 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朴대통령-金대표, 채동욱 사퇴 놓고도 '신경전'

혼외자식 의혹에 휩싸여 자진 사퇴한 채동욱 검찰총장도 회담의 핵심 쟁점이 됐다.

김 대표는 채 총장이 사퇴한 배경에 청와대의 압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고, 박 대통령은 이를 적극 반박했다.

김 대표는 "신문의 소문 정도를 가지고 (채 총장을) 감찰하고 당사자가 유전자 검사도 받겠다고 하는데 이렇게 사퇴하게 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채 총장이 의혹에 대해 적극적인 해명이나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마당에 법무부 장관이 감찰권을 행사한 것은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고, 진실을 밝히자는 차원에서는 잘 한 것"이라며 "채 총장이 의혹을 해명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아 의혹이 더 커진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채 총장에 진실을 밝힐 기회를 주겠다"며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것이고 고위공직자로서 도덕성에 흠결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면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민생현안과 관련해 김 대표는 법인세율 인상 등 '부자감세 철회'를 요구했으나 박 대통령은 "법인세율 인상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법인세를 높이지 않는 게 소신"이라고 밝혔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선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의지는 확고하다"며 "모든 경제주체들이 땀흘린 만큼 보상을 받고 보람을 느끼고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지만 특정 계층을 옥죄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고, 김 대표도 "경제민주화를 주장하는 것이 누구를 옥죄어 못살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윤미숙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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