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 정부와 여당이 내년부터 설과 추석 명절에 대체휴일제도 도입에 합의한 상태에서 경제계가 현행 명절, 휴일, 휴가제에 대한 개선방안 논의에 나서 주목된다.
특히 공휴일이 겹칠 경우, 평일 하루를 더 쉬게 하는 정부의 '대체 휴일제' 도입은 정치권과 경제계가 이견을 보이고 있는 상황.
정치권 등은 근로시간 단축 및 근로자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대체휴일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지만 이에 따른 비용부담 및 이미 휴일일수가 OECD보다 많다는 이유로 기업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7일 오후 여의도 사학연금회관회관에서 '쉬는 날 개선방안 세미나'를 열고 이같은 대체휴일제 도입 등을 논의했다.
먼저 이날 한국경제연구원 변양규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휴일제도 개선방안' 발표를 통해 대체휴일제 도입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양규 실장은 "우리나라의 공휴일은 연 16일로, OECD 평균인 11.3일에 비해 많은편"이라며 "미국(10일), 일본(15일)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적지 않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체휴일제 도입이 쟁점이 되고 있는 것과 관련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인해 근로시간 단축에 비용이 발생하며, 근로자와 기업, 정부부처 간에도 입장 조율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시간 단축은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은 지난 10년간 가장 빠른 속도로 단축되고 있다"며 "부작용의 최소화를 위해 근로시간 단축의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사회디자인연구소 김대호 소장 역시 "근로시간을 단축하려면, 대체휴일제 도입보다 잔업·특근 등을 조정하는게 우선"이라며 "대체휴일제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설·추석 연휴 등에 한해 도입범위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휴일제 도입을 통해 실질적인 휴일일수를 늘리기 보다 상시자율휴가제 등 이를 보완하는 방안 마련이 오히려 실효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덕기 선임연구위원은 "직장인 연차유급휴가 사용률은 직장내 경직적인 분위기 등으로 평균 15.3일 중 7.1일로 주어진 휴가의 절반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중소기업은 대체근무자 부족 등 문제로 연차휴가 사용 일수가 낮다"고 지적했다.
현행 하계에 집중된 휴가제나, 연차휴가 사용을 어렵게하는 직장문화 개선이 새로운 휴일제 도입보다 더 시급한 문제라는 것.
김 연구위원은 "하계기간 휴가집중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직장 내 경직적 분위기를 완화하고, 연중 휴가를 사용하게 하는 등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노사·사회정책본부장 역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연차휴가는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연차휴가비를 지급하기 보다 근로자들이 눈치안보고 자율적으로 휴가를 쓰도록 권장하는 휴가문화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이 대체휴일제 도입 등에 나선 상황에서 이같은 개선방안이 반영될 지 주목된다.
전경련 박찬호 전무는 "쉬는 날에 잘 쉬어야 개인 삶의 질도 향상되고 경쟁력도 높아진다"며 "이번 세미나는 보다 합리적으로 쉴 수 있는 방안을 논의,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계절적 변화 등을 고려, 음력 기준의 추석을 양력이나 요일지정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전통에 맞춰 기존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섰다.
박영례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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