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주기자]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필름현상소 내 6대의 현상기 해체를 완료했다. 필름영화 시대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23일 영진위 관계자에 따르면 "6대의 필름 현상기의 해체를 모두 마쳤으며 이중 3대는 영상자료원으로 이관해 필름 보존 업무에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영진위 필름현상소는 두달 전 가동을 중단하고 해체 작업에 들어간 바 있다.
지난 1980년 설립된 필름현상소에서는 필름으로 제작된 영화의 '네거티브' 필름을 상영관용 필름으로 만드는 프린트 작업을 하고 디지털로 제작된 영화를 상영용 필름으로 현상하는 등의 업무를 해왔다.
하지만 디지털 영화 제작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지난 2011년 '7광구' 등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국내에서 필름영화는 제작되지 않았다. 최신작인 '설국열차'의 경우 필름영화지만 극장 상영은 디지털 변환을 거쳐 디지털 영사기로 이뤄졌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국내 극장에서 약 94%에 달하던 필름영화 상영은 2013년 1.2%로 급감했다.
영진위 현상소의 작업량이 급감하자 정부는 결국 장비와 인력을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영진위 최남식 기술지원부장은 "지난 2011년 이후 거의 필름 영화가 제작되지 않았고 필름영화가 있다해도 디지털로 상영 되고 있다"며 "영진위가 연말 부산으로 이전하는데 현상 업무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필름현상기를 모두 가지고 가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영진위는 해체한 필름 현상기 중 3대는 9월 말 한국영상자료원으로 보내고 나머지 3대는 박물관 기증 또는 자체 박물관을 운영해 전시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오는 2015년 파주 이전 후부터 이 현상기를 산화된 필름 복원 등 기존에 보관하고 있는 필름의 보존 업무에 활용할 예정이다. 올해와 내년은 이 필름현상기들이 가동될 일이 없다.
디지털 영화 제작은 필름의 감성은 없지만 깨끗하고 선명한 화질과 실패한 장면도 쉽게 삭제하고 재촬영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필름영화는 영화 장면들을 '네거티브' 필름에 담고 이를 상영용 필름으로 현상해 아날로그 영사기를 통해 재생하게 되며 상영용 필름 제작 건당 평균 3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
만일 10개의 상영관에 상영용 필름을 공급하려면 3천만원을 들여야 한다. 무제한으로 복사할 수 있는 디지털 영화 파일 대비 시간과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또 촬영 시에도 실패한 장면에 해당하는 필름은 버리고 다시 촬영해야 한다.
같은 영화라면 디지털 영화가 필름영화에 비해 제작과 상영 과정이 간편하고 비용도 덜 필요해 필름영화는 더 이상 설자리가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디지털은 필름 특유의 질감인 '그레인'과 '디테일'이 살아있는 장점을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필름 영화 시대가 저문 것에 대해 영화인들은 SNS 등을 통해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영화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더 이상 필름의 아름다운 질감을 못 느끼게 되었다니 아쉽다"며 "필름 캔을 뜯었을 때 약품 냄새, 카메라에 매거진을 로딩하고, 조용히 돌아가는 그 소리에 모두 숨죽이던 마법같은 순간이 그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업계에 종사하는 SNS 이용자들도 "필름으로 찍은 영화를 볼 때마다 필름 특유의 질감에 늘 매혹되곤 하는데 슬픈 소식이다", "이제 한시대가 간다. 다신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흘려보내야한다는건 서글프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현주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