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청문회에 출석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증인 선서를 거부해 논란이 일었다.
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 전 청장은 16일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청문회에 출석하기는 했지만, 신기남 국정조사 특위 위원장의 증인 선서 요구에 "법률에 주어진 국민의 기본권인 방어권 차원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김 전 청장은 사전에 준비한 '선서 거부 소명서'를 낭독, "이 사건에 대해 본 국정조사와 동시에 증인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만약 증인의 증언이 언론 등을 통해 외부로 알려지는 과정에서 진의가 왜곡되거나 잘못 전달될 경우 증인에 대한 형사재판에 영향을 끼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김 전 청장은 "원칙적으로 증언과 서류 제출을 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청문회 도중 '재판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질의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과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김 전 청장의 증언 거부를 법적으로 문제삼을 수는 없다.
이에 신 위원장도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선서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될 때는 고발될 수 있다. 그 점을 염두에 두라"고 지적한 뒤 청문회를 진행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 등을 통해 김 전 청장의 이같은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증인이 선서를 거부한 것은 중대한 사태"라며 "증인 선서를 하는 이유는 국민 앞에서 진솔하고 정직하게 답변하겠다는 뜻인데 이를 거부하는 것은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또 "증인 선서를 하지 않고 답변하겠다는 것은 위증을 하겠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며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선서를 거부할 만큼 떳떳하지 못하고 거짓말을 할 것이라고 밖에 해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김 전 청장은 "박 의원의 말씀에 대해 제가 소명을 좀 해야겠다"며 발언권을 요청했지만 신 위원장은 "하지 말라. 의원이 말하는데 증인이 일일이 대꾸하고 그러는 거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신 위원장은 "청문회에서 증인이 선서를 거부하는 것은 대단히 희귀한 일이다. 법적으로는 선서를 거부하는 조항이 있지만 실제로 하는 경우는 볼 수 없었다"며 "과연 선서 거부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판단해 위원회 차원에서 조치를 취하는 문제를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 전 청장은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이 자신의 질의 순서에 소명할 기회를 내어주자 "경찰 생활을 통해 언제나 떳떳하고 당당해 왔다고 자부해 왔지만 이번 기소 과정을 통해 내 스스로 떳떳하고 당당한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며 "이에 헌법과 국회법에 규정된, 방어권 차원에서 선서를 거부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미숙기자 [email protected] 사진 박세완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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