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나영기자] #용산에 사는 1인 가구 김명순씨(남, 38)는 집에 TV가 없다. 안테나와 아날로그TV로 방송을 봤지만, 지난해 연말 디지털전환 때 별도 컨버터(D to A)나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았다.
올해 초부터 TV 방송을 볼 수 없었지만, A씨는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본방사수'가 필요한 것은 스마트폰 DMB로 해결한다. 여유가 있을 때는 다시보기(VOD)를 즐긴다. 류현진 팬인 김씨는 LA 다저스의 경기나 골프중계도 스마트폰을 이용한다. 김씨는 "TV를 보지 않아도 별로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1인 가구를 중심으로 TV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제로TV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제로TV가구를 중심으로 전통적인 방송서비스에서 벗어난 새로운 방식의 TV 시청이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최근 펴낸 '가구내 TV보유현황 및 가구원의 TV시청시간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의 경우 TV보유율이 90.5%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에서도 지난 2010년 95.7%였던 1인 가구의 TV보유율은 2011년 92.9%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1인가구의 TV 보유율은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가구에서 TV를 한 대 이상 보유한 가구의 비율이 96.7%로, 가구 당 평균TV보유대수가 1.3대인것과 비교하면 1인가구 가운데 기존 방식의 TV 프로그램 시청행태가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민철 연구위원(ICT센터장)은 "1인가구를 중심으로 제로TV가구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TV나 PC, 태블릿PC,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에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쓰고 있는 제로TV가구의 개념은 TV를 가지지 않은 가구와, TV가 있지만 사실상 TV 수상기로 방송을 보지 않고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태블릿PC 등을 주로 이용하는 가구를 뜻한다.
미국의 경우 2012년 기준 약 500만 가구가 제로TV 가구로 조사됐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도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제로TV가구'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는 2007년의 200만 가구에서 5년만에 500만가구로 제로TV가구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제로TV가구는 젊고 독신이며, 아이가 없는 특징을 보인다"며 '우리나라에서는 TV수상기를 보유하지 않은 가구가 해당하지만, 우리 역시 증가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김명순씨처럼 TV 수상기가 없이 방송을 보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미디어간 이어보기(N스크린) 서비스 이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KISDI는 N스크린 이용률이 2011년 15.9%에서 2012년 18.5%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했다. N스크린 서비스 중 방송프로그램·동영상의 점유율이 53.1%로 전년 대비 23.3% 늘어나며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다.
미디어미래연구소 이종관 연구위원은 "과거에는 이용자가 매체에 생활패턴을 맞추는 형태였기 때문에 TV에 종속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생활패턴에 맞게 합리적으로 콘텐츠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1인가구의 TV 보유율 하락은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나영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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