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이 9월 정기국회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민주당은 전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자체 세제개편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고,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중산층 세(稅) 부담에 대한 우려가 점차 불거지고 있는 모양새다.
9일 오전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는 '유리지갑'이 등장했다. 전병헌 원내대표가 투명한 재질로 만들어진 모형 지갑을 들고 나온 것. 지갑 안에는 모형 돈과 카드가 들어 있었다.
전 원내대표는 이 '유리지갑'을 탈탈 털어 모형 돈을 떨어뜨리며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월급쟁이의 유리지갑을 털겠다는 것이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서민 후려치기' 개편안을 저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한길 대표도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대기업과 부유층은 그대로 놔둔 채 월급쟁이의 유리지갑을 털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경제민주화 포기 선언에 이은 명백한 민생 역행이다. 세법개정안이 이대로 통과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쏘아 붙였다.
민주당은 ▲대기업·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공평성과 세입기반 확대 ▲월급쟁이·자영업자·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를 통한 '아랫목 경제' 살리기 ▲세무행정의 투명성 확보 등 3가지 원칙에 입각해 자체 세제개편안을 마련, 관철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은 "'중산층 세금폭탄'이라는 야당의 비판은 굉장히 잘못된 것이고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산층의 세 부담이 일부 늘어나는 것을 발견하고 당정협의에서 중산층 세 부담을 최소화한 결과 중산층의 경우 한달 평균 1만원 늘어나게 된다"고 반박했다.
나 부의장은 "이는 결코 세금폭탄이 아니다"라며 "세수증대가 필요한 이 시점에서 중산층도 십시일반 기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한 인식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세금폭탄이라고 과장하는 것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새누리당은 이번 세제개편으로 인해 서민과 중산층의 세 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되는 것은 아닌지 꼼꼼히 살펴 국회 입법 과정에서 적극 보완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그간 성실히 세금을 납부해 온 유리지갑인 샐러리맨들, 중간소득계층의 부담이 지나치게 증가한다면 이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며 "중간소득자들의 세 부담을 소득구간, 가구별로 꼼꼼하게 분석해 한꺼번에 과도한 세 부담이 증가하지 않도록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수정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여야 간 온도차가 있어 논의 과정에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윤미숙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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