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공공기관이 발주한 소프트웨어(SW)의 저작권이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공공 SW를 개발했어도 개발 회사는 저작권을 갖지 못한 채 이를 상업적으로도 활용하지 못한다는 어려움은 그동안 SW 산업 활성화를 막는 대표적 '손톱 밑 가시'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올해 발표된 ICT특별법도 초안과 달리 공공 SW 저작권 조항이 확정법에서는 삭제되는 등 공공 SW에 대한 업계의 열망은 쉬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ICT특별법)' 초안 제28조에 담겼던 공공부문 소프트웨어 사업의 합리화에 관한 규정은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수정안이 도출되는 과정에서 삭제됐다. 제28조는 공공기관이 발주한 SW의 저작권을 SW 개발사가 가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저작권을 소프트웨어 개발사에 귀속하면 업그레이드나 유지보수 등의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타 부처의 반대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조심스레 언급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무회의에서 공공 SW 저작권을 SW 회사에 준다는 내용의 '공공저작물 이용활성화 추진방안'을 보고했고 이를 위해 정부는 공공 발주 SW 저작권 소유에 대해 규정한 기획재정부의 용역계약 일반조건을 개정하겠다는 뜻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계약예규와 법의 무게감은 다르다"며 "ICT 특별법의 성격상 이 조항이 규정되었다면 업계에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역계약 일반조건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일 뿐 법적인 구속력이 약하다는 이유에서다.
◆ 공공 SW 저작권 무엇이 문제인가
공공 SW에 대한 저작권 이슈는 업계에선 그리 낯선 화두가 아니다. 정부는 발주기관이, 업계는 개발사가 소유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그동안 대립관계를 형성해 왔다.
그 동안 공공 발주 시 SW의 저작권은 기획재정부의 용역계약일반조건의 적용에 따라 공동 소유 또는 당사자 간 협의에 따라 소유 주체를 정했지만 현실은 공공기관이 갖는 게 관행시 됐다.
예산을 투입한 공공기관에서는 유지보수와 성능 개선 등을 이유로 SW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려는 경향이 강했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다가 기능을 개선하거나 이를 기초로 새로 만들려고 할 때 사용에 제한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소프트웨어 개발사는 저작권을 갖지 못해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주장한다. 자사가 개발한 SW를 구성이나 내용의 변경 없이 그대로 판매하거나 납품하지 못하고 매번 재개발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특히 SW 업체 입장에서는 발주기관이 SW 저작권을 가졌다하여 산하기관 등 타 기관에 배포함으로써 사업 기회가 줄어든다는 걱정도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저작권을 통해 복제·배포권을 확보하면 산하기관 등에 수요가 있을 경우 무상으로 뿌려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면서 "정부는 좋지만 SW 업체로서는 사업 기회 자체를 뺐기는 결과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민후법률사무소 김경환 변호사는 "저작권이 없으면 소스를 재활용하지 못해 비생산적"이라며 "그나마 상당 부분은 오픈소스인 덕택에 견뎌왔지만 저작권은 기업이 가져가는 것이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W 회사가 '잠재적 범죄자'?
업계에서는 이같은 환경이 SW 회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관행적으로 발주기관이 SW 저작권을 가지긴 하나 SW 업체들도 프로그램 소스코드를 계속해서 사용해 유사 프로젝트에서 SW를 만들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SW 업체들이 인지하지 못한 채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셈이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갑사가 저작권을 가질 경우 SW 회사는 자사가 만들었지만 저작권이 없는 상태이기에 엄밀히 따지면 불법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관행이라는 이유로 리스크를 떠안고 사업을 진행하지만 정작 소프트웨어 업체는 이 문제에 대한 인식조차 매우 낮다. 중견 이상의 시스템통합(SI) 기업조차 저작권 이런 침해 여지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실제로 과거 대기업 SI 업체와 그룹사 간에 똑같은 SW로 해외 사업 입찰에 응하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다행히 도중에 알아채 한 곳이 입찰을 포기하는 식으로 정리가 됐다"며 "외국 기관은 저작권 귀속이 명확해야 발주를 하는데 이런 상태론 입찰 과정에서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김국배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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