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주기자] '뽀로로'가 포문을 연 국내 캐릭터 산업이 유아기를 극복하고 제 2의 도약이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유아를 넘어 더 높은 연령층을 겨냥한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개발하는 등 전문 기업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외산이 전체 시장의 95% 이상을 장악하던 국내 캐릭터 시장이 뽀로로의 등장에 힘입어 지난 2012년 절반의 점유율을 탈환했다는 점에 기업들은 고무돼 있다.
◆ 뽀로로, 국산 점유율 50%로 이끌어
한국의 캐릭터 산업은 '뽀로로 전'과 '뽀로로 후'로 구분될 만큼 10년 전 뽀로로의 탄생은 중요한 사건이었다.
지난 2003년 말 '뽀롱뽀롱 뽀로로'가 방송을 타기 전만해도 한국 캐릭터 시장에서 국산의 점유율은 5%에 불과했다. 시장은 미국의 디즈니와 일본의 키티 등 외산 캐릭터들이 압도적으로 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뽀로로가 선전하면서 로보카폴리, 라바 등 경쟁력 있는 토종 캐릭터들도 잇따라 등장하며 한국 캐릭터 산업에 힘을 실었다. 토종 캐릭터의 입지는 크게 성장했고 해외 공략도 활발해졌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 시장에서 국산 캐릭터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2012년을 기점으로 50%를 돌파하는 성과를 냈다.
문제는 캐릭터들이 모두 영유아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 뽀로로를 비롯, 주요 캐릭터들이 영유아를 겨냥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전문가들은 애니메이션은 주로 어린 연령층이 본다는 인식이 강했고 당시 영유아용 시장이 비교적 '블루오션'에 속했으며 해외 대비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았다는 점을 중요 이유로 꼽는다.
오콘, EBS, SK브로드밴드와 함께 뽀로로 지분을 25%씩 분할 보유한 아이코닉스의 임영식 라이선스팀 국장은 "10년전 외산 캐릭터들이 국내 시장에서 주를 이룰 당시 남이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캐릭터가 필요해 '3D 펭귄'을 선택했다"며 "당시 포켓몬, 슬램덩크, 세일러문 등 인기 일본 애니메이션들은 2D에 초등학교 이상 연령층이 대상이라 우린 미취학아동 시장을 공략한 것"이라고 말했다.
뽀로로가 블루오션을 공략해 성공했다면 로이비쥬얼이 지난 2011년 선보인 '로보카폴리'는 틈새시장 공략의 성공 케이스라 볼 수 있다.
로이비쥬얼 김선구 제작총괄이사는 "미취학 아동이되 주로 영아들에게 초점을 맞춘 뽀로로보다 조금 높은 연령층인 4~7세 남아 시장을 공략한 결과 해외 캐릭터 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 '폴리 프리스쿨 마켓'이라는 신조어가 나왔다"며 "미취학 아동 중 높은 연령층에 속하는 이 시장은 폴리 등장 이전엔 국내에도 해외에서도 형성된 적 없다"고 설명했다.
◆24배 더 큰 세계 시장 가려면 잠재적 평생고객 '키즈' 잡아야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11년 기준 완구, 의류, 모바일 등 모든 분야를 포함한 국내 캐릭터 시장은 연간 총 7조2천억원 규모로 이 시장에서 50% 점유율을 돌파했다는 것은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캐릭터 시장은 한국보다 24배 큰 1천530억달러 규모(한화 170조원)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산 캐릭터들이 더 멀리 도약하기 위해서는 영유아 중심에만 머무르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캐릭터 시장보다 24배 큰 세계 시장으로 도약하고, 앞으로 연 20~30%씩 성장할 '키덜트' 시장을 잡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성인층에게도 사랑 받으며 대표적인 키덜트 상품으로 평가받는 일본산 캐릭터 '헬로키티'는 전세계 70여국에서 연간 15조원 규모의 매출을, 한국 시장에서도 5천 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캐릭터 제작업체인 산리오사가 미국의 스누피를 꺽고자 지난 1974년에 창조해 낸 키티는 표정 없는 묘한 매력으로 당시 '단카이주니어 세대'라고 불리던 어린 소녀들의 감정이입 대상이 되기까지 했다.
소녀시절을 키티와 함께 보낸 이들은 현재까지도 '키티맘'이라 불리며 여전히 키티 캐릭터의 고정 소비층이 되고 있다. 겉으로는 풍요로웠지만 정서적 결핍을 겪은 세대인 이들에게 키티는 어린시절 슬픔과 행복을 함께했던 캐릭터로 자리잡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어린시절 즐기던 장난감이나 캐릭터를 어른이 돼서도 소비하려는 키덜트적 성향은 시장을 꾸준히 키우며 캐릭터 기업들에게 놓쳐서는 안될 시장임을 각인시키고 있다. 결국 소비력이 강한 성인층에게도 사랑받는 장수캐릭터가 되려면 지금의 '키즈' 층에게 강하게 각인돼야 한다는 것.
연간 키덜트 시장은 국내 5천억 원, 미국 15조 원, 일본 6조 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연간 성장율도 20~30%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 공략 대상도 '어린이'에서 '가족'으로
국내 캐릭터 업계가 미취학아동에서 성인층까지 영역을 넓히려면 공략 대상을 자녀가 아닌 가족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영유아에서 한단계 나아간 키즈용 콘텐츠를 만들되 어린이만을 위한 교육용에서 벗어나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내용이어야 모든 연령층에게 통하는 캐릭터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박병호 만화애니캐릭터팀장은 "고른 연령층에게 오래 사랑 받는 캐릭터를 다수 보유한 디즈니와 픽사의 경우 자사 콘텐츠를 어린이용이 아닌 가족용으로 인식한다"며 "국산 캐릭터 중에선 '라바'가 이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콘진 박병호 팀장은 "캐릭터를 완구 뿐 아니라 의류, 주얼리 같은 분야와 접목하는 전략도 시도되고 있어 다양한 연령층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캐릭터 상품의 다양화도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고 보니 업체들도 영유아용이라는 인식이 강한 자사 캐릭터들을 초등학생부터 성인들에게까지 통할 매력을 덧입히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예를들면 아이코닉스는 20대이상이 선호하는 팝아트 디자인을 뽀로로에 접목한 스마트폰 액세서리 등을 고안했고 국내외 스포츠 및 패션 브랜드를 대상으로 공동 프로모션을 제안하고 있다.
로보카폴리의 로이비쥬얼은 프리스쿨보다 한단계 높은 키즈시장용 캐릭터를 개발하되 스폰지밥, 키티, 디즈니 캐릭터들처럼 10대와 20대 이상도 매력을 느낄만한 세계관을 부여해 큰 파급력을 갖겠다는 장기적 목표를 세웠다.
투바앤은 라바에 이어 초등학교 이상의 남아용 캐릭터를 개발 중이며 라바와 같은 심플한 웃음코드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가족을 대상으로 한 전략의 일환으로 캐릭터를 활용한 실외 테마파크를 건립하는 것도 주요 업체들의 장기적 계획이다.
애니메이션 업계 한 전문가는 "전 연령층이 즐기는 디즈니랜드 같은 테마파크의 경우 다수의 인기 캐릭터를 보유해야 가능한 일"이라며 "현재로써 국산 캐릭터 업체는 규모가 작은 테마파크부터 시작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주기자 [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